Tuesday, January 07, 2025

할까말까면 하는 것으로~~~

 제2차 겨울 김치 담는 날이 오늘이다. 할까말까 망성임끝에 절임배추 20키로를 주문하였다. 하, 세상이 뒤숭숭하니 김치라도 김치 냉장고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불확실한 난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금과 설탕으로 절인 저장 음식이 필요했던 것처럼.

 '지구 온난화'와 크고 작은 전쟁이 아직도 진행중이며 국내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생존'이란 단어가 먼저 앞서야 할 것 같다. 삶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금에 어떻게 슬기롭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지역'구'에서 운영하는 '텃밭'을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에 용기가 쉽게 나지 않는다. 처음이라 여러가지를 배우고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할 것인데, 아직 게으름과 귀찮음을 이겨낼  '간절함'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시절에  아파트가 아닌 '하우스'라고 명명되는 개인 소유의 땅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외부 수도가 가까운 적당한 곳을 골라 '야채가든'을 만들었다. 들깨와 방울 토마토 그리고 스위트 바나나 고추 모종을 심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어린 모종을 심었어야 했는데, 거리 조절에 실패해 다시 뿌리 내린 모종을 파서 옮겨 심느라 몸이 이중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식물들은 생각보다 나무처럼 자랐었다! 

 미국의 벌레들은 다행히 향이 강한 한국 들깨잎을 파먹지 않았고, 방울 토마토는 방울방울 열리는 열매들의 무게에 쓸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필요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스위트 바나나 고추는 주렁주렁 달콤하게 잘도 열렸었다. 그늘을 찾아 심었던 부추도 생각난다. 물구덩이가 있는 곳에 한국 미나리도 심었었다. ㅋㅋ 봄이 되면 보약처럼 폭풍흡입했던 미나리! 정성들인 잔디밭에 노란 꽃을 내밀던 민들레의 가치를 알지 못해 그만 잔디밭 농약으로 몰살을 시켰던 모습도 생각난다. 그때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물질을 들인 푸른 잔디밭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동네 숲속에 사는 사슴들이 야채를 좋아한다하여 얼마나 긴장했던가. 사슴보다 더 무서운 푸른 벌레들은 토마토 줄기에 위장하여 숨어 있다가 내가 잠든 사이 모든 이파리를 뜯어 먹은 것이다. 물컹거리며 꿈틀거리는 푸른 벌레는 선을 지키지 않고 과하게 나의 토마토를 뜯어 먹었다.  농약을 칠수도 없고해서 어느 날 나는 가위를 들고 처단을 하고 말았다. 내안에서 나오는 '혐오감'과 '폭력성'을 보았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난 나의 방울 토마토를 지켜냈다. 

이곳에서 조그만한 텃밭이 생긴다면, 다양한 종류의 상추와 향긋한 들깨 모종 두 그루 그리고 고추나무 모종도 한두개, 케일과 바질'이란 허브도 심고......이른 아침은 불가할 것 같으니 해가 진 오후에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날이 더워지면 벌레들이 꼬일 것이고 모기가 달라들어 물겠지......허리 구부려서 잡초 뽑고 있으면 허리도 아프지 않을까? 시간을 덧입어 더 슬기로워지고 있는 자신을 믿어보기로 한다. 할 수 있다! (텃밭에 관련된 정보를 스마트 폰 달력에 집어 넣어뒀다. 이미 씨를 심은 것이다. 한 가구당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고 공개추첨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 할까말까 망설여지면, 하는 것으로~~~

Monday, January 06, 2025

Still Soony

 '우리의 몸은 항상 다르다'란 말은 맞는 말이다. 왼쪽 눈에 살짝 불편감이 있어 거울을 보며 눈알을 요리조리 돌려도을 아무런 증상이 없다. 충혈감과 다래기도 없는데 왜 불편한 것인지 어떤 이유를 찾지 못하니 평온한 마음 속 풍경화에 불안감의 구름이 찾아든다.

엊그제 보았던 'Still Alice'란 영화의 여운이 무의식 속에 남아서인지 잠자리에서 눈을 뜨자마자, 갑작스럽게 잠에서 계시를 받은 것처럼 스마트폰에 낱말 퍼즐 앱을 설치하였다. (개인적으로 여배우 '쥴리언 무어'는 항상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다.)  '조발성 알츠하미어'란 병을 앓게된 저명한 언어학자, 앨리스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고, 순간 멍해지는 증상으로 조발성 '알츠 하이머'란 병을 진단 받는다.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로 인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진 알츠 하이머는 소중한 순간과 기억까지 상실하게 만드는 질병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된다고 한다. 

'내가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무엇을 할까. 

기억력이 딸리면서 쓸모없는 것들을 기억하고 썩 머리도 좋지 않은 나는 영화를 보며서 내심 불안했지 싶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대화도 자주 하지 않는 생활을 하는 나는 불안하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하고, 봉사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몸과 마음의 근육부자가 되고, 대화할 사람이 있고, 웃고, 잘 먹고 잘 자고......' 일단 낱말 퍼즐부터 설치하면서 다짐을 한 것이다. 삶이 주름질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사랑하자고!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Sunday, January 05, 2025

겸손

 대략 이주일 동안 약을 몸안으로 집어 넣었다. '간'에 무리가 가지 않냐고 약사샘에게 문의를 드렸더니 '물'을 더 많이 마시라고 조언을 주신다. 지난 여름 시원한 에어컨을 틀고 자다 냉방병에 걸려 고생한 끝에 나름 찬바람에 대한 예의를 알게 되었는데도, 나의 예의가 부족했던지 많은 양의 티슈가 필요하다. 겨울 찬바람에 '알러지'란 말에 저항하지 않고 다시 약을 먹으며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만다.

 부드럽고 하얀 티슈에 묻어 나오는 콧물은 멈출 것 같지 않은 기세에 '신기함'이란 단어를 나의 사전에 기록한다. 훌쩍거리며 목안으로 넘기면 가래가 되어 기침을 하게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기에 아무리 '부드러운 티슈'를 사용한다고해도 코끝 주변이 붉어진다. 약없이 자연치유 어쩌고 저쩌고를 포기하고 지금 여기의 나는 '겸손하게' '얼른' 병원에 가는 것이 마땅하다. 완치는 아니지만 오늘부터는 '약'을 정지할 생각이다. '잠'을 충분히 자고 외출시 마스크를 사용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고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으면 몸이 차차 회복할 것이다.

 새해 첫 주말동안 눈이 내렸다. 온도가 떨어지면 빙판 길이 될 것이 명확하기에 서둘러 날이 밝은 시간에 동네 공원으로 나갔다. 뿌드득뿌드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즐겁고 행복하다. 물론 추위에 대한 완전무장을 하고 나간지라 껴입은 만큼 발걸음이 둔하다. 마스크에서 올라오는 뜨듯한 열기에 안경 렌즈가 뿌여졌다 맑았다를 반복해도, 행여 눈길에 넘어질까 두려움이 앞서도 뿌드득거리는 눈이 쌓인 거리를 걷는 일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아이젠을 신발 밑에 신고 나올 것을, 등산용 스틱을 가지고 나올 것을......두려움이 즐거움에 앞선 것은 사실이다. 일부러 챙겨신고 나간 발목있는 등산화는 새것이라 아직 적응이 안된 상태이다. 눈이 치워지지 않는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눈사람을만들기 위해 나온 젊은 부부를 몇팀 보았다.  운동장의 흙이 섞인 누런 눈사람은 동화처럼 예쁘지 않았지만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젊은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보며 두 아이들과의 젊었던 시간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눈내리는 날은 손수 차를 운전해야만 통행이 가능했던 터라, 긴장되는 날이었다. 자기 집 드라이브 웨이의 눈을 치우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일인지라 이웃들의 눈치우는 소리가 가득했었다.  아들들이 드라이브 웨이에서 삽을 들고 눈을 치우던 소리, 눈싸움을 하던 소리, 못난 눈사람의 모습..... 습기를 머금은 눈을 삽을 들고치우는 일은 땀이 나는 일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비상용으로 눈을 녹이는 염화칼슘을 구입해 저장해 놓기도 하였다.

지금 여기의 거리는 눈을 왜 치우지 않은 것일까? 알아서들 눈오는 날이면 움직이지 않고 집에 있으면 되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주말이라 시스템이 쉬고 있는 중인가. 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돌아다니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야회활동을 서둘러 마치고 푹신한 쇼파에 앉아서 '돈워리'란 영화를 보았다. '호와킨 피닉스'가 실존인물인 '존 캘러핸'(John Callahan)역을 맡아 열연을 한다. 누구나 삶속엔 '결핍'이란 단어가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이기에, 고통을 잊고자 선택한 '술 중독'을 이해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들로 인한  더 악화된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찌하겠는가. 자신이 주어진 삶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밖에 없는 고독한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중요한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영화이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직시하고 못난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안내해 준 좋은 사람.

자신을 용서하는 시간은 누구나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과거의 상처들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잊고 놓아주어야 한다. 못난 선택을 내렸던  나를 용서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겠지만 잊어야 한다.    

 '존 캘러핸'의 '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 


  

Thursday, January 02, 2025

어두움에 정지

 셋째날 아침은 '금요일'로 시작된다. 보조 모티터 화면에 여우가 눈밭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눈밭에서 어떻게 잠을 자지? (아, 북극에서 온 여우들은 눈을 좋아한단다.) 며칠간 함께 연말을 지냈던  아들의 여우 닮은 댕댕이가 품안을 파고들던 따뜻함이 생각난다. 

새해 셋째날은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새 날'로 '백무산'님의 '정지의 힘'이란 시로 자축하고 싶다. 씨앗처럼 어두움에 정지하여 뿌리를 내릴 때이다. 

 

 

'정지의 힘'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from 'Night Garden' 

Wednesday, January 01, 2025

푸른 결심을 심다

 푸른 뱀의 해, 2025년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 아침이다. 소고기가 들어있는 고소한 국물에 쫄깃거리는 흰 떡국과 대파를 넣은 따뜻하고 맛있는 떡국을 먹지 못한 새해 첫날을 보냈다. 오랜 습관처럼 굳어있는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추억과 함께 맛을 기억하고 있기때문이다.  '송구영신'을 하겠다며 감기는 두눈을 부릅뜨고 앉아있는 대신에 보약인 '잠'을 자기로 했다. 그래서 새해 첫날 일찍 잠에서 깨어나 떠오르는  새해의 첫날의 아침을 길게 누렸다.

지나간 일년 역시 삶을 힘들게 하는 '고통'이 기본값으로 동반되는 시간이었지만, 긍정의 힘으로 잘 견디고 잘 버티기도 하여 몸과 마음의 근육이 생기기도 하였고, 선물처럼 감사할 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삶속에서 체험한 작은 기적의 하나로, 그 어려운 비만과의 전쟁에서 매번 패자로 살며 합리화를 하던  내가 '결심'을 하고 귀찮지만 열심을 내어 식단을 바꾸고 목표했던 적당한 몸무게의 숫자에 도달한 사건이다.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작은 기적은 열등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약한 부분을 공부하고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 점이다. 운명이라는 것이 가끔은 얄궂고 심술맞은 얼굴을 갖고 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 등을 펴고, 내 속도로 성실하게 천천히 나의 정원을 가꾸다보면 행복의 꽃들이 만발하게 될 상상을 나이탓을 하며 포기할 순 없지 않는가. 푸른 뱀의 해, 을사년 처음의 시간에 마음밭에 심은 문장은 '삶을 바꾸는 계기는 네 잎 행운이 아니라 내안의 결심에서 온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