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21, 2025

먼 빵

 종이 신문을 읽을 시간에 소중한 친구의 전화로 수다를 떨었다. 치루어야 할 댓가(?)는 어제의 구문과 오늘의 신문을 바삐 읽어내야 한다. 푹신한 쇼파에 드러누워 신문을 보다 잠깐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는데......조금 더 피곤해지는 것이다. 나를 지탱하는 소소한 루틴을 깨면서까지 친구의 전화를 선택한 것이다. 친구는 소중하니까!

미세먼지 주의 문자를 받고 보니 바깥 출입이 부담스럽긴 하였지만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공원 걷기를 다녀왔다. 두 팔을 적극적으로 흔들며 걸음의 보폭을 넓혀 빨리 걷고 들어오는 것으로 하루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공원을 가기위해 꼭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에서 따스한 조명 아래 고소하고 달달하고 맛있는 빵을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아, 먹고싶다~~~' 아는 맛이 무섭다더니 자동적으로 침이 꼴깍 삼켜진다.  달달한 팥앙갱과 짧짤한 치즈와 크림이 들어있는 마약빵(?)과  짧짤하지만 겉바 촉촉한 소금빵, 산딸기쨈과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있는 겉바촉촉의 바게트......결별을 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소중하니까!'

 몸에 좋지 않다는 것쯤은 일찌기 알았지만 거부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어서 내 몸속으로 집어 넣었던 빵들과의 결별 후 나의 삶은 생각보다 괜찮다. 빵을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버터와 설탕 그리고 정제된 밀가루를 섭취하지 않은 것은 내가 행할 수 있는 '절제'로 내게 유익한 결단이다. 그러나 빵집 앞 횡단보도에서 눈을 힐끗거리며, 침을 꼴깍거리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빵들을 바라본다. 지금 여기의 나에게 허할 수 없는  '빵'점자리 식품이다!

바삐 손과 발을 움직여 동네 공원에 도착하였다. 며칠 따스한 기온으로 인해 응달의 미끌거리던 빙판이 녹아 없어졌다. 바삐 걷다보니 몸의 발열 현상으로 인해 마스크가 축축해진다. 마스크를 벗었다가, 안경을 벗었다가 결국엔 둘 다 벗고 초미세먼지를 받아 들이고 만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초미세 먼지의 해악은 잠시 잊기로 하고 걷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겨울 밤에 공원은 다른 계절에 비해 사람들이 뜸한 편인데, 빨간 새마을 모자로 기억되는 할아버지가 초미세먼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원 운동기구를 붙잡고 근육 운동을 하고 계신다. 노년의 시간은 근육의 유무로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빨간 모자의 할아버지는 현명하시다. 

걸으며 '마냥 자유로우면'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게 주어진 한계 혹은 조건 속에서 행복할 수 있으려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다다른다. 우선 조건과 한계들이 주는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것이고, 혹은 한계를 벗어나려는 과정속에서 만나게 될 가르침과 어떤 의미가 내 삶의 자화상으로서 풍경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 나에겐 맞는 말이다. 겉바촉촉의 고소한 빵들을 허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삶은 그런대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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