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말까면
제2차 겨울 김치 담는 날이 오늘이다. 할까말까 망성임끝에 절임배추 20키로를 주문하였다. 하, 세상이 뒤숭숭하니 김치라도 김치 냉장고에 채워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불확실한 난세(?)를 살아가는 지금의 내게 소금과 설탕으로 절인 저장 음식이 필요했던 오래된 사람들처럼.
'지구 온난화'와 크고 작은 전쟁이 아직도 진행중이며 국내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생존'이란 원초적인 단어가 앞서고 만다. 삶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금은 슬기롭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미적거리지 않고 바로 실천해야 하는 때임에 틀림없다.
지역'구'에서 운영하는 '텃밭'을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에 주먹쥔 '용기'가 쉽게 나지 않는다. 처음이라 여러가지를 배우고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할 것인데, 아직 게으름과 귀찮음을 이겨낼 '간절함'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파트가 아닌 '하우스'라고 명명되는 개인 소유의 땅이 있는 집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 외부 수도가 가까운 적당한 곳을 골라 '야채가든'을 만들었다. 들깨와 방울 토마토 그리고 스위트 바나나 고추 모종을 심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어린 모종을 심었어야 했는데, 거리 조절에 실패해 다시 뿌리 내린 모종을 파서 옮겨 심느라 몸이 이중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식물들은 생각보다 나무처럼 자랐었다!
미국의 벌레들은 다행히 향이 강한 한국 들깨잎을 파먹지 않았고, 방울 토마토는 방울방울 열리는 열매들의 무게에 쓸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필요했었다. 가장 좋아했던 '스위트 바나나 고추'는 검은 땅에서 주렁주렁 달콤하게 잘도 열렸었다. 그늘을 찾아 심었던 부추도 생각난다. 물구덩이가 있는 곳에 한국 미나리도 심었었다. 봄이 되면 보약처럼 폭풍흡입했던 미나리! 정성들인 잔디밭에 노란 꽃을 내밀던 민들레의 가치를 알지 못해 그만 잔디밭 농약으로 몰살을 시켰던 기억도 생각난다. 그때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물질을 들인 푸른 잔디밭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동네 숲속에 사는 사슴들이 야채를 좋아한다하여 나의 야채들을 먹어치울까 얼마나 긴장했던가. 매운 고추가루까지 찌끄러 나의 먹거리를 지키려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엔 사슴보다 위장술에 능한 말랑거리고 꿈틀거리는 푸른 벌레들이 토마토의 모든 이파리를 뜯어 먹었지만 말이다. 눈을 부릅뜨고 원흉을 발견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물컹거리며 꿈틀거리는 푸른 벌레는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농약을 칠수도 없고해서 어느 날 나는 가위를 들고 처단을 하고 말았다. 토마토를 사랑해서 최악이 된 순간이었을까. 내안에서 나오는 '혐오감'과 '폭력성'을 보았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난 나의 방울 토마토를 지켜냈던 것이다.
이곳에서 조그만한 텃밭이 생긴다면, 다양한 종류의 상추와 향긋한 들깨 모종 두 그루 그리고 고추나무 모종도 한두개, 케일과 바질'이란 허브도 심고......이른 아침은 불가할 것 같으니 해가 진 오후에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날이 더워지면 벌레들이 꼬일 것이고 모기가 달라들어 물겠지......허리 구부려서 잡초 뽑고 있으면 허리도 아프지 않을까? 시간을 덧입어 더 슬기로워지고 있는 자신을 믿어보기로 한다. 할 수 있다! 텃밭에 관련된 정보를 스마트 폰 달력에 기입해뒀다. 이미 나의 정원에 씨를 심은 것이다. 한 가구당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고 공개추첨을 하는 모양이다. 공개추첨에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는가. 그래, 할까말까 망설여지면,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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