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24, 2024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랑이다

 냄비에 물을 조금 채우고 우리나라 명품(?)이라 할 수 있는 구멍이 송송 뚫어져 있고 접어지는 스텐리스 찜기에 귀엽고 작은 고구마들을 올려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평범한'이란 단어가 그리 싫지 않게 되었을 때는 나이를 한참이나 많이 먹은 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의 예수님이 탄생하신 특별한 나리지만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늦은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TV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바꿔보지만 마음 둘 곳이 없는 그런 평범한 아침은 특별한 붉은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빨간 딸기라도, 붉은 연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데......우선 붉은 고구마를 삶고 본다. 성탄절 케잌과 성탄절 만찬이 없지만, 평범한 붉은 공휴일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새벽 송을 부르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던 흘러간 청춘의 시간이 잠시 떠올랐다. 성가대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밤마다 열심을 내어 연습했던 성탄절 칸탄타도 있었지......

미국 시절엔, 이웃들이 다정한 성탄절 카드와 함께 초코렛과 손수 구운 쿠키를 가져다 주는 문화에 초코렛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었던 달콤한 기억과 성탄절을 앞두고 작품들을 도네이션하고 즐겼던 미대 옥션도 생각난다. 

어린시절 최초의 크리스마스는 동네 교회에서 나눠준 빵으로부터이다. 세월이 흘러 우는 아이에겐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없다는 캐롤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자꾸 울면 안된다는 것을. 늘 착하고 늘 웃고 살 수는 없지만 지향해야할 삶에 대한 태도를 가르쳐준 캐롤의 가사이다. 지금 여기서 착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때그때마다 착하게의 방법은 다르지만, 평범한 성탄절 아침에 난 영국의 시인, '필립 라킨'의 싯구,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랑이다'라는 문장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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