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17, 2024

사는게 재밌니?

 몸에 익은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심심해서 아니 적막해서 습관처럼 TV를 켜는 습관이 언제부터 손가락에 붙어있다. 분명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었는데 머리판에 강력하게 새겨넣은 '절대'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손가락은 리모컨을 잡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린다. 홈쇼핑을 건너뛰고, 심각한 뉴스를 건너뒤고 마침내 '튀르키예'의 어느 지역을 소개하는 방송을 틀어 놓고 아침 커피를 홀짝거린다. 

'튀르키예'는 터어키의 새로운 국가명으로 외우기 조금 어렵다. ''터어키'가 훨씬 쉬웠는데......' 머리에 보자기를 쓴 사람들이 화덕에서 구워낸 음식은 먹고 싶다는 욕망을 슬슬 피어나게 한다. 최고의 밀가루를 반죽해서 얇게 펴발라 그 위에 맛있는 치즈와 온갖 야채를 얹은 튀르기예 피자를 먹고 싶다는 욕망. '다행이다, 아직 먹고 싶은 것이 있다니......' 내친 김에 튀르키예를 방문하기 좋은 시간을 생각해 본다. 두 다리가 성성하고 가슴이 두근거릴 그 시간말이다. (방문하기 좋은 계절은 가격이 비싸군^^ 헐!)

그만그만, 정신줄 잡고 내 삶을 더 재밌고 유익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제 따끈따끈하게 도착한 책 한권이 있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한강의 '소년은 온다'의 첫 페이지를 읽자니 쉽게 읽어서는 안된다는 경외감이 들었다. 어찌 이렇게 문장 하나하나가 시처럼 함축적이란 말인가. 책을 내려놓고 잠이 들었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 아침은 조용하다. 오늘도 점심 후에 동네 공원을 걸을 생각이다. 푸른 것들을 내려놓은 나무 가지들은 치장이 사라진 순수하고 솔직한 얼굴이다. 겨울 나무들 사이로  공원 고양이들이 몸단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힐끗 바라보았다. 차디찬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산수유 열매들이 열을 뿜는 동네 공원은 지금 내게는 치유의 장소임에 틀림없다. 

어제는 일부러 공원의 텅빈 텃밭을 향해 걸어 보았다. 텃밭에서 싱싱한 야채들을 손수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아직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지지대도 만들어 주고 일련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흙!

흙! 잊었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만지며 몰입했던 그 순간을. 흙속에 씨를 심고 물을 주고 벌레를 잡던 그 순간을. 점심 후, 동네 공원에 다녀 오고 볼 일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