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19, 2025

참 잘했어요

 냄비에 물을 조금 채우고 작은 다리가 있는 구멍난 스텐리스 채반을 앉히고, 씻어 놓은 작고 귀여운 붉은 고구마를 올린다. 그 다음 냄비 뚜껑을 닫고 파란 가스 불을 켜면 부글부글 끓어올린 하얀 수증기에 고구마가 말랑말랑하게 변신한다. 서둘러 찐고구마를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그냥' 몸을 움직이고 말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붉고 작은 한국 고구마를 하루에 한 두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리 고소하고 달콤한 기쁨의 맛이라는 것을 몰랐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작고 귀여운 붉은 고구마는 즐거움이다. 조금은 부담스럽고 낯선(?) 월요일 아침을 고소하고 달달한 고구마로  행복의 마중물을 만들었나 보다.  

건조한 공기를 생각해 고구마를 삶아낸 물을 버리지 않고 일부러 뚜껑을 열어 뜨거운 고구마 공기가 집안에 퍼지도록 허하고 한참이나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뉴스에 그만 기분이 불안해진다.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심란한 뉴스를 피하다 걸리는 홈쇼핑의 정보 또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건강 보조제를 먹어야 한단 말인가. 후딱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기본 감정을 여섯 가지로 추린다면, 기쁨, 슬픔, 분노, 놀람, 혐오, 공포라고 한다. 긍정적인 감정인 '기쁨'을 제외한 다섯 가지의 감정은 부정적이라서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쉽게 불행해진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위험과 부정적인 일에 민감성을 갖게 된 것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 심리학자, 존 카치오포)이라고 한다. 때때로 시시탐탐 찾아드는 우울감과 무기력이 이해되는 정보이다. 

'그러니까, 누구든 삶이 힘들었던 것이야, 물론 나까지 포함하고 행복해 보이는 너까지도.'

'고의적'으로라도 자신을 행복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재미와 즐거움으로 행복의 꽃이 만발한 정원을 갖느냐일 것인데, '앨버트 엘리스(임상 심리학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가장 '비합리적인 생각'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시간이 내게도 있었는데......'

쉽게 우울과 불안 그리고 무기력에  빠져들 수 있는 주름진 시간으로 접어드는 지금, 난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자문해 본다. 무엇보다 정신줄 잡고 '작정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북돋을 수 있는 어떤 방법, 일상 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작고도 구체적 장치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고, 음미하고, 의미를 찾고......난 귀엽고 붉은 고구마를 삶는 일로 월요일 아침의 '불안'에서 스르로를 구한 것이다.  스스로 칭찬해 본다.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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