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몰입
무사히 후다닥 제2차 김장을 마쳤다. 무거운 절임배추를 옮기다 허리를 다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하루가 지난 이 시간에도 허리는 별다른 통증을 내보이지 않는다. 제1차 김장으로 단련된 손놀림으로 전날에 미리 양념을 준비하여 절임배추가 도착하자마자 물을 한시간 정도 뺀 다음에 절임배추에 양념을 입히면 되는 것이다. 차가운 겨울의 시간을 견딘 월동배추는 묵은 지로 활용하기 적당하다.
김치를 담을 때 사용한 커다란 스텐대야를 깨끗이 씻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리'라는 것을 하며 마무리를 해야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김장을 하기위해 먼저 구입했던 스텐대야들을 모든 것을 줄인 지금도 가지고 있다. 물론 배추 15폭을 절이기 위해 구입했던 커다란 고무 다라는 없애고 말았지만 스텐대야는 아직 갖고 있다. 편하게 김치를 구입해서 사먹고 싶지만, '아직은' 내 손으로 김치를 담고 싶은 것이다. 할 수 있으니까! 서늘한 곳에 새로 담은 김치통을 내어놓고 살짝 익으면 김치 냉장고에 집어 넣을 것이다. '발효'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단어이다.
적적해서 습관처럼 틀어놓는 TV를 끄고 대신에 좋은 첼로 음악을 틀어 놓고 시간과 정성을 들인 나만의 김치를 만드는 동안 순수한 '몰입'의 즐거움을 누렸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즐거움이 빨갛게 옷입혀진 김치를 담은 날은 기분 좋은 피곤함으로 나를 일찍 잠을 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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