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23, 2025

나의 주치의

 해가 떠있는 겨울의 공원이 벌써 봄기운으로 가득찬 느낌을 받았다. 벚나무의 검은 가지에 꽃눈이 보이고 미끈한 목련나무의 가지에도 꽃눈도 제법 여물었다. 아직도 산수유 주름진 붉은 열매가  땅으로 모두 내려오지 않은 시간이다. 남쪽엔 붉은 동백꽃이 한창이겠다 싶다. 

낮 시간에 공원은 부드럽고 축축한 땅을 밟고 걸을 수 있는 선물을 내어준다. 낮의 걷기는 자외선으로 인한 광노화가 염려되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나와야 하는 귀찮음을 극복해야 하지만. '걷기'는 나를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습관이다. 

겨울 밤의 땅들은 얼어서 딱딱하지만,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엔 땅이 말랑말랑거리며 부드럽다. 메마른 시멘트 길과 폐타이어로 만든 길을 걷는 것과 다른 자연친화적인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햇살이 내리쬐는 공원엔 광합성을 하는 사람들이 밤에 비해 훨씬 많다. 심지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찬기운이 도는 겨울 땅을 밟고 걷는 사람을 보고, 차디찬 찬기운을 마다하지 않고 맨발로 걷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말랑말랑한 흙위로 걷자니 신발을 야무지게 챙겨신은 나도 땅이 주는 푸근한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든다. 나의 몸무게를 지탱하고 꼿꼿이 서서 걷게 해 줄수 있는 무릎이 덜 피곤하겠다 싶다. 몸뿐만 아니라 생각이 굳지 않고 말랑거리는 '유연성'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며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잠든 자는 깨울 수 있지만, 잠든 척 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을 오늘의 문장으로 함께 기록해 본다. ~척 하는 사람들과는 진정한 '소통'은 하기 힘들다는 것쯤은 다들 알게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혹은 의도적으로 여러가지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해한다지만, 가면을 쓰고 척척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냥 나도 적당한(?) 가면을 쓰고 척척하면 되는 것 아닐까 싶다. '가장 무도회'라고 생각하고 ~~~선을 넘어 가면을 벗겨 맨얼굴을 보려고 하지도 말고. 

소비 욕망을 자극하는 홈쇼핑에 걸려들지 않은 어제 하루를 보낸 것을 셀프로 칭찬해 주고 싶다. 물론 바뻐서 TV 시청할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후딱' 도망을 가야 하는 것이다. 고급지고, 가성비 좋고, 경우의 환상들을 불러 일으키는 쇼호스트들의 유혹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의자에 앉지 말고 바삐 몸을 움직여 활동하고 볼 일이다. '좋은 생활 습관이 나의 주치의!' 구호를 외치며 오늘도 '공원 걷기'를 잠깐이라도 챙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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