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31, 2015

The First in June

Summer, Something like Happiness, Mono Printing, 2011

 이불널기 좋은 날에 창문을 여기저기 열어놓고  밀린 와이셔츠의 구김을 펴며, 유월의 첫날을 맞이 하였다. 집안일로 분주했던 주말을 이어 오는 월요일은 할 일이 많다. 붉은 꽃을 들어 올리고 서 있는 제라늄에 물도 주어야 하고, 마늘과 오이 장아찌 물을 다시 끓여 식혀 부어야 하고, 그리고 또 싹 올라오는 고구마도 오븐에 구어야 하고......

흘러가버린 시간을 어찌 하랴. 벌써 석달이 지나면 이곳으로 온 시간이 2년이 된다.  그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던걸까?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어리석기 그지 없어 보이는 순간이 지금이다. 짐처럼 꾸려 놓았던 작품들과 미술재료들을 다시 정리하며 무기력했던 아니 소리없이 침투했던 우울감을 보았나 보다.

무엇이 나를 잠들게 하였던가? 한번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서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느낌에 마음이 어지럽다. 잘 잡아매야 한다.  행복하기로 마음 먹은 것처럼 한 예술가로서 절대 비굴하고 비겁하고 초라하지 말아야 한다. 작품으로서 나의 정체감을 회복할 그 시간으로서의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라 다짐한다.

지난 금요일 50대 50이란 숫자를 만나게 되었다. 작품성과 상품성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곳의 겔러리를 몇군데 들려본 느낌은 밝고 행복한 작품이 대부분이란 생각과 그리고 시간과 노력을 듬뿍 들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보았다. 물론 독창적인 작품성에 대한 사유도 보이긴 하였지만 소통하고픈 흔적들이 보였지 싶다.

유월의 첫날에 창문을 열어 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JCrb1oNbH4
Duffy, mercy

Monday, May 25, 2015

Everything has its Time

Everything has its Time, Mono Printing, 2011

Lakeme-Flower Duet

The Song of May


조수미, 아베마리아

어두움이 내려 앉은 하늘 아래 오월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 시절에 맞게 태어난 어여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는 풍경속에 나를 그려 넣으며 역시나처럼 잔뿌리를 내밀어 본다.  그곳에서 보았던 나팔꽃(?)을 보며 내 꽃밭에 심었던 보라색 나팔꽃과 모닝 글로리의 강인함에 얽힌 지나간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밤을 거니는 일은 나를 위한 최소한의 걸음질.

일손 부족으로 인해 방치한 듯 보이는 시냇가의 오월은 그야말로 자연스럽다. 뽑혀져야 할 잡초들과 귀하게 여겨지는 꽃들이 어울어져 있는 모습이 잘 정비된 꽃길을 걷는 어떤 인위적인  느낌과는 다른  사뭇 인간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이름모를 소박하고도 착한 꽃들과 창포꽃이라는 노란색 꽃, 그리고 양귀비꽃...노란 코스모스(?), 흰색 마아갈렛(?)...크로바 큰 보라색 꽃, 우산 같이 피는 안개꽃(?) 이곳에도 그곳과 같은 꽃들이 모여 산다.

이제 시간이 흘러, 집앞 좁은 시냇가 산책을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아파트 숲 사이로 흐르는 도랑물이기에 오리와 외두루미(?)가 있는 것이 신기하였는데, 난 커다란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의 손보다 큰 잉어가 떼를 지어 살고, 입이 큰 메기(?)가 헤엄을 치는 시냇가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삭막한 도시 생활의 기쁜 발견이다.

도시빛으로 쳐다본 붉은 넝쿨 장미들은 그곳에 두고온 나의 장미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잡초도 뽑아주고 거름도 주고 벌레도 잡아 주고 그래야 하는데......



Somewhere

오는 봄을 반기고 가는 봄을 잡고 있노라니, 머리에 흰머리 올라 오는 것 잊어 버린가 하면서...여 십년만에 느껴보는 사월과 오월의 시간이 꽃피고 지고 그리고 새로운 푸름으로 행복하였나 보다.

지금 여기서 내가 행복하겠다라고 다짐하며, 모든 것이 마음 먹기 달린 일이라 내 나이 묵은 숫자 헤아리자니, 벌써 하늘이 내게 허락하신 소명을 깨달아야 할진데.

어느덧 흰머리 내려앉은 시간에 생각하니, 삶의 시간이 참으로 짧고 덧없다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우울하고 허무한 의미에서의 덧없다가 아닌 치렁치렁하고도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려놓은 본질적인 그 무엇을 볼 수 있는 그 깐깐하고도 퍼지는 이중적인 느낌.

그렇다고 내 삶에 주어진 소명을 분명히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서도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기로 한 것 그것말야.

무덥고도 뜨거운 여름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봄의 끝자락을 붙잡고, 날마다 넘어지는 나를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내가 해야할 일이고 해야만 할 일이다. 해가 넘어간 시간에 산책, 바람부는 날의 뒷동산의 오름, 멍하니 텔비를 보며 쏟아지는 정보를 흡수하며 생존하기 등등의 한가롭고도 무기력하기까지 한 일련의 과정이 오래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름하여 적응하기의 외롭고도 씁쓸한 모습이랄까.

검은 선 하나를 종이위에 그렸다. 그것을 위해 검은 먹을 잡고 어깨가 짓눌리는 힘으로 갈며 내 잡념을 없애고, 여기 저기 올라오는 잡초같은 우울한 생각들을 잠재우고 그렇게 무엇인가를 집중하며 내게 숨어있는 가장 좋은 기운을 모아 보는 것이다.

붓하나를 들고 숨을 가다듬고 선하나를 그었다.

그리하여 지금 난 여러 선을 그리고 있다. 작품이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새롭지만 오래된 것을 그려보고 있다.

위대한 예술가가 되리란 생각을 내려놓고, 부자가 되리란 환상을 버리고, 그냥 날 기쁘게 하는 선 하나를 그리고 선 두개를 그리다 보니 기쁜 마음이 부드럽되 딴딴하게 그어진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먹을 갈고 붓을 들고 선을 긋는 일이다. 그리고 마음 가득 기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HODFF2awIA

I  Ow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