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18, 2016

The Ground

후덥지근한 시간을 일주일만 더 참으면 된다고 텔비의 젊은 여인이 말했다. 늘상 틀리는 날씨정보를 믿을 수 없지만 믿기로 하고 오늘도 폭군같은 여름날씨에 지쳐 늘어져 지루하게 견디는 자신을 보아야 했다.

책읽기 좋은 시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책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오랜 멍때리기를 한후 그 심심함과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결국 책을 집어 들었다. 유화물감이 썩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에 희미한 열정이 신호를 보냈지만 몸을 일으켜 그림도구를 챙기지 않았다.

'루시안 프로이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자니, 학부시절 유화수업이 생생하게 생각이 나기도 했다. 오일로 처음 인체 누드를 그리던 그 순간이 마스킹 테이프와 함께 떠올랐지 싶다. 창문을 닫아 빛을 차단하고 조명으로 음영을 만들고 그리고 모델의 위치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시선의 위치를 기억했던 그 과정이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지 싶다.

'루시안 프로이드'의 누드화를 책으로 처음 소개 받았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을 기억한다. 그 움틀거리는 붓자국과 동물처럼 다가오는 야생의 느낌? 오랫동안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서 캔버스에 옮겨 낸다는 그의 치열한  작품과정을 생각하니 벌써 눈이 아파오는 것 같다.
......

Lucian Freud, Benefits Supervisor Sleeping (1995)

Thursday, August 04, 2016

Beyond

채송화가 빨간 꽃 하나를 창쪽으로 들어 올린 날이다. 햇빛은 사랑처럼 그렇게 바라보게 하는 것을 발견한 아침의 시간은 창문을 열며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와 함께 달려 갔나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덮어 버리는 도시의 속도에 적응을 해야한다며 멀게 있는 그리움을 모른 체 했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잠결에 차들이 하루를 달려 가기전에 매미가 우는 소리를 들었지 싶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아름다운 새소리가 한가닥 들렸다 사라지기도 한다.  나무들속에서 시끄럽게 노래하는 매미소리가 한여름의 소리를 기억하게 만들었기도 하다.  그늘 밑에 몸을 숨기고 가는 물가로 가는 길이 있어 아침이 즐겁기도 하다.  물가를 다녀온 후에 맛난 음식을 먹고, 다시 책을 들고 나를 찾으려 했다. 열정적이고 창의적이고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한 나를 찾기 위해 책속으로 들어가다 잠시 잠이 드는 것 또한 행복함이지 싶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은 연습과 집중이 필요함이라는 것을 물가에서 그 중요함을 깨달았다. 호흡과 다리젓기를 하면서 서툴러서 배울 것이 아직 많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였다. 아직 교만하지 않고 초심자의 마음이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순간을 누리고 있는가 말이다. 그것에 비하면 내 작업은 어떠한가?

Wednesday, August 03, 2016

Layers

Lady, Charcoal gesture drawing
햇살이 뜨거우니 이불을 베란다에 내걸었다. 이불이 구워지는 모습에 어떤 알뜰한 즐거움을 맛보는  나는 오늘도 살뜰한 아짐임에 틀림없다.  새로 들여온 채송화는 낯설은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지 꽃을 올리지 못한다. 물을 주고나니 목마른 자신을 위한 책읽기가 고프다.

데이비드 호크니님은 아이패드를 잘 이용을 하고, 이미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두려움 없이,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하였다는 것에 게으른 자신을 돌아보았지 싶다. 본인은 옛것에서 새것을 창출하려는 미세한 움직임을 갖지 않았던가 하며 기죽는 자신을 위한 긍정적인 몸부림을 생각해 보았기도 하였다.  디지털 드로잉이라도 해보라는 달콤한 권유에 구입한 스마트 폰과 아이패드에 절대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아날로그적으로 게으른 나와 그 위대한 님은 달랐지 싶다.

실험정신이 없는 작가?

그래도 왠지 디지털 이미지는 아직도 내겐 매력적이지 않다. 시간을 품은 아날로그적인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이미지들에게서 더 강한 매력을 느끼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그렇다고 종이에 낙서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난 아주 보통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편은 미칠 것이 없어지는 현실이 섭섭하기도 하다.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람중에 하나임이 두렵지는 않지만 왠지 아직 그렇다. 그래서 난 물가에 미친듯이 간다. ~~~~ 밀고 땡기기를 하고, 리듬을 타고, 물에서 놀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 두근거리는 즐거움의 단맛을 잊지 않기 위해서 아니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이다.

뭣이 중헌디?

물가에서 얻은 깨달음 하나는 손바닥은 밀고 땡길 때 유용하게 쓴다는 것이다.  유난히 작은 손바닥 발바닥으로 물을 잡으려니 생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다. 우수하지 않은 신체조건을 가지고도 즐겁게 물타기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욕심을 버리면 되는 것이다. 여름날이라도 차를 이용하지 않고 두 다리로 집에 오가는 자신에게 상을 주는 의미로 삼겹살과 상추를 주었다. ㅋㅋㅋ

Tuesday, August 02, 2016

Seeing with Memory

David Hockney, A Bigger Splash
다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쇼파에 드러누워 돋보기를 쓰고 '데이비 호크니와의  대화는 가뭄에 비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지 싶다. 나무를 사랑하는 그가 그린, 물가 그림을 올려본다. 
David Hockney, Sunbather



The Black Keys, Lonley boy

Monday, August 01, 2016

Why

칠월의 시간은 후덥지근하고도 비 내리는 풍경으로 새삼스럽게 낯설었어서 불편했던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십년이 넘도록 이곳에서의  끈적거리는 칠월이란 시간을 겪지 못해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을 나름 적응하는 것 같았는데 참으로 후덥지근하고 덥다. 에어콘 대신에 선풍기를 돌리며, 겹겹이 옷을 챙겨 있던 그 추웠던 여름의 시간이 떠오르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이곳은 전국민이 휴가를 간다는 휴가철이다. 늘 쉬고 있는 내게 휴가가 무슨 달콤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도시 풍경이 한산해지고, 물가의 여인들이 덜 보이고, 짐을 챙겨 차안으로 밀어넣는 풍경을 보며, 휴가차량들로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공항에 사람이 많아 더 일찍 준비해서 비행기 시간을 맞춰야햐는 뭐 그런 이야기를 흘려 보내며,  그냥 아직 떠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길게 떠나 돌아오니 좋은 것은 습관대로 어떤 이들을 좇아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싶다. 무던하고 무난한 사람의 분류속에 아직은 속하지 않고 싶다. 그렇다고 경우를 모르는 예절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빛깔이 있는 것을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라며,  찐 감자를 먹으며  고집센 생각이 들어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다녀오는 길에 이곳 지역 농민들의 장에서 감자와 복숭아를 구입하고 그리고 외래종같은 채송화를 하나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시절 보았던 채송화가 아닌데도 아줌마가 빡빡 우겼다. 우리 것이여~~홑겹으로 꽃이 피니 우리것이라고라~~~ 어린시절 앞마당에 이삐게 있던 그 오래익힌 반가움에 그냥 사기로 했다. 명품백을 사는 것 보다는 귀한 기쁨일 것이라며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주말에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관람은 나름 좋은 방향으로 흥분되었지 싶다.  왜 음악이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리고 나는 왜 그림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실패를 맛본 후 그가 피아노 문을 닫고 열수 없었던 것처럼 난 좀처럼 붓을 들고 싶지가 않다. 실패다운 실패를 맛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의 그림이 일어나지 않는 지금의 상태가 무엇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하는데 자꾸만 날씨탓만 한다. 아직 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슬럼프?

Rachmaninow Piano Concerto #2 In C Minor, Op. 18 - 1. Moder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