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중혀?
'불안'이 꼭 불필요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힘센 사자가 주위에 어슬렁거릴 때 그 불편함과 불안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괜찮다며' 그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가는 그 사자에게 잡혀먹혔을 것이라는 불안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는 지금 내게 일리가 있다.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불안은 생존하기에 필요한 것인지도.
에어컨의 이상증세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자신이 못마땅스러웠지만 덕분에 문제를 발견하고 수리를 했고, 미루지 않고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바삐 움직인 것은 슬기로웠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몸을 움직이다보면 덕지덕지 달라붙는 급급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는 떨어져 나가는 것을 경험했었고 나도 모르게 그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남아있는 불안을 박멱하기 위해선 무더운 날씨를 탓하며 미루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부정적인 기운을 풍기는 것, 고장난 것들부터 고쳐버리기로 한다. 다음으로 당장 고쳐야 할 것은 가죽 시계줄이다. 가죽 시계줄을 교체하려면 방문하기에도 불편한 위치에 있기도 하고 다시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을 불렀던 멀쩡하게 생긴 사장님을 찾아가야 하는 것인지 재고를 해야한다. 좀 더 검색을 해서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인간적이고 양심적인 숨은 고수(?)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학생 집을 오가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오래된 구축 아파트 상가에 '금은방'이 있는 것을 본 것이 떠올랐다. 요즈음은 폐점도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니 확인 전화를 하고 방문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가게 문 열려있습니다~~~'
허름한 상가 2층의 좁은 장소에 선풍기가 윙윙 세게 돌아가고 경쟁하듯 텔레비젼 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만화나 영화에 나올만한 오래된 가게와 그곳에 오래된 흰머리 금은방의 사장님. 좁은 벽에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시계들이 붙어 있었고 금은방이지만 금은 보석은 별로 보이질 않았다.
전화 목소리는 분명 여자 목소리였는데 아마도 사모님이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시계를 반짝반짝 닦어주시고 알맞은 시계줄을 신속하게 야무지게 교체를 하신다. 그러곤 '만원'만 주시면 된다며 그것도 조금 미안해했던 것 같다. 지난번 번지르르한 건물의 번지르르 귀금속 사장님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먹이며 비싼 가격을 요구했었기에 그 저렴하고 비현실적인 가격에 귀를 의심했었다. 진짜 가죽 맞냐고 그 저렴한 가격을 확인을 해야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전화받은 사람이 사장님 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놀랬지 싶다. 전화 목소리가 고객들에게 위압적이고 퉁명스럽게 들리는 것 같아 일부러 톤을 조절해 부드러운 소리를 내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노력을 하다보니 전화목소리는 천상 여자 목소리로 되었다고 한다. (정말 나도 여자인 줄 알았다.) 전화 목소리까지! 늙은 사장님의 사연이 더 궁금했지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장사하는 사람의 전문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돈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동네 사장님이 살짝 걱정이 되었을 정도이다. 아직도 이렇게 장사하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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