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01, 2016

Why

칠월의 시간은 후덥지근하고도 비 내리는 풍경으로 새삼스럽게 낯설었어서 불편했던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십년이 넘도록 이곳에서의  끈적거리는 칠월이란 시간을 겪지 못해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을 나름 적응하는 것 같았는데 참으로 후덥지근하고 덥다. 에어콘 대신에 선풍기를 돌리며, 겹겹이 옷을 챙겨 있던 그 추웠던 여름의 시간이 떠오르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이곳은 전국민이 휴가를 간다는 휴가철이다. 늘 쉬고 있는 내게 휴가가 무슨 달콤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도시 풍경이 한산해지고, 물가의 여인들이 덜 보이고, 짐을 챙겨 차안으로 밀어넣는 풍경을 보며, 휴가차량들로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공항에 사람이 많아 더 일찍 준비해서 비행기 시간을 맞춰야햐는 뭐 그런 이야기를 흘려 보내며,  그냥 아직 떠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길게 떠나 돌아오니 좋은 것은 습관대로 어떤 이들을 좇아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싶다. 무던하고 무난한 사람의 분류속에 아직은 속하지 않고 싶다. 그렇다고 경우를 모르는 예절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빛깔이 있는 것을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라며,  찐 감자를 먹으며  고집센 생각이 들어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다녀오는 길에 이곳 지역 농민들의 장에서 감자와 복숭아를 구입하고 그리고 외래종같은 채송화를 하나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시절 보았던 채송화가 아닌데도 아줌마가 빡빡 우겼다. 우리 것이여~~홑겹으로 꽃이 피니 우리것이라고라~~~ 어린시절 앞마당에 이삐게 있던 그 오래익힌 반가움에 그냥 사기로 했다. 명품백을 사는 것 보다는 귀한 기쁨일 것이라며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주말에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관람은 나름 좋은 방향으로 흥분되었지 싶다.  왜 음악이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리고 나는 왜 그림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실패를 맛본 후 그가 피아노 문을 닫고 열수 없었던 것처럼 난 좀처럼 붓을 들고 싶지가 않다. 실패다운 실패를 맛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의 그림이 일어나지 않는 지금의 상태가 무엇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하는데 자꾸만 날씨탓만 한다. 아직 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슬럼프?

Rachmaninow Piano Concerto #2 In C Minor, Op. 18 - 1. Moder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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