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29, 2015

Back Up

또 다시 뒤로 물러날 때가 되었나? 너무 이른 상태가 아닐까? 열심을 내었던 뜨거웠던 마음에 찬물이 쏟아져, 기운 빠진 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기어 나오는 그런 상태를 경험했다. 언젠가 경험했던 그 순간적 쓰라림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두드러진 흉터의 삭은 고통을 문지른 느낌이라고 할까.

더 나아가기 위해 경험하는 이런 과정들이 있어 무모하고도 쓸모없는 이 작업들이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힘을 쏟는 이들이 정말 이 칙칙한 세상을 멋지게 하는 것일까?

붓을 들어야 하는데...들지 않으면 더 아플 것 같은데...마음을 잡고 붓을 잡고 일어 나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중이다. 아는 것 없이 덤벼 들었다가 시간과 종이를 단지 소모한 것은 아니었지 싶다. 그래, 숱한 질문을 안고 있었기에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았던가! 이제는 나쁜 버릇이 생기기 전에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렷이 알고 단련하는 일이 남아 있는 그림이다.

여릿여릿하고 나근나근한 좀더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해 보는 일이 내게 숙제로 남아있다. 지금은 아직 나름의 표현을 나타내기엔 부족하니 할 수 없다.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아무 생각없이 해볼 것이다.

난에서 힘을 좀 더 빼고, 꽃은 더 단정하게 그려야 한다는 스스로의 숙제가 있다는 것이 기쁘지 아니한가! 원하는 것을 알았으니 붓을 들고 나아가면 되는 것을 왜 난 잠못 이루며 괴로워 하는 것이지? 누구님 말씀대로 돈 안되는 일에 몰두해서 그런가?!


Tuesday, October 27, 2015

Dancing

손끝이 거칠거칠한 것이 어느 님이 보면 드디어 작가 손이라고 할거나! 지난 시간 이곳의 어느 겔러리에 갔을 때 부드러운 손이 너무 고와보여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 게으른 작가로 보이기까지 했던 얼굴 붉어지던 순간을 지난, 지금의 시간은 손톱에 치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도  먹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관리되지 않은 내 손가락의 손톱이 부끄럽지가 않은 것은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왜 이곳에선 손톱이 부러지고 갈라지는 것일까? 그곳에서 독한 오일 물감과 숱한 미디엄들을 다루었어도 이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짜고 자극적인 음식탓이라 여겨진다. 누군가가 연구논문같은 것 안쓰셨나? 근묵자흑이라고 손톱이 시커먼 기억을 한다. 나 홀로 보기엔 그런대로 그렇지만 혹시라도 어려운 자리에 간다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붓을 들었더니, 여기 저기 삐툴거린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님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듭되는 시행착오속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던 점이다. 노랫가락의 강약처럼 세기가 있고 리듬이 있는, 먹물로 하는 드로잉 연습은 오늘도 내게 도전을 준다.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에 솔라댄서들이 춤을 춘다. 그들의 흔들리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해가 지고 나면 춤을 추지 않아서일까? 그렇고 보니 춤을 추지 않는 자신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언젠가부터 춤을 추지 않고 노래 부르지 않고...나이든 탓이 아니라 호르몬 탓이라고 어느 님이 말한 것이 생각난다. 그말이 그말 아닌가.

-solar dancers
펭귄은 춤을 추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날 낙상으로 인해 춤을 출 수 있는 유연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햇살에 힘을 얻어 두 팔을 움직일려고 하지만, 목이 굳어 춤을 추지 못한다. 그렇게 누구나에게 사정이 있는 것이니 춤 안추고 뻣뻣하게 있다고 뭐라고 하지 말기 바란다. 그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춤 못추는 내 펭귄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뭔 사정이 있겄지비. 그것은 호르몬탓도 있다고 하고, 그님을 둘러싼 환경때문일 것이니...

https://www.youtube.com/watch?v=YQHsXMglC9A
-Aele, Hello

Monday, October 26, 2015

Hello from the Other Side


지금 연습하고 있는 '바위와 란'이란 작품이다. 물론 답습하고 있는 중이고, 드디어 흐느적 거리는 연습지를 벗어나 고급진 작품지에서 놀아 보았다.  이미지가 편안하지 않고 너무 전투적인 구성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새로운 컴포지션 공부라 생각하고 피할 수 없어 즐기고 있기도 하다.

오래 볼수록 보인다고 했던가! 하면 할수록 부족함이 보인다. 꽃의 먹물과 크기가 발전한 것은 기쁘지만 난의 두께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 부족해! 창의적인 과정은 아니지만 먹과 붓에 익숙해지는 그 과정을 인내함으로 나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표출할 수 있는 그 순간이 꽃처럼 차고 피오를 것이라 믿고 나아가 본다.

가을비가 내리고 날씨가 급쌀쌀해질 모양이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차고도 맑은 햇살에 각각의 모양대로 꽃들을 들어 올리며 존재하는 내 공간안의 꽃들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시간이다.

October in 2015


꾸준한 마음으로 붓을 들고 연습을 해보았다. 언젠가 깨우쳤던 것처럼, 강철한 집중력과 무던한 끈기로 임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스스로를 일으키기 위한 세 시간의 시간이었지 싶다. 부지런하고 성실함을 잃어버리면 어떤 것도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가라앉지 않고 벌떡 일어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큰아들에게 꽃을 사달라고 졸랐던 것은 좀 우습기도 한 일이었지만 주름 걸치는 나이 먹는 의식처럼 작은 꽃을 선물로 받을 생각이다. 향기롭고도 작은 꽃망울을 지닌 넌 대체 누군겨?
exacum offine (German Violet)!
발품을 팔아 이름을 알아 내었다. 엑사컴!
올망 졸망 구엽고 순진하게 생긴 촌시럽게 이삔 꽃!
화분갈이를 해주고 겨울 내내 바라 볼거나?

Friday, October 23, 2015

Super Normal?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하루는 설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모처럼 외출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퍼포먼스 쇼를 한다기에 기대반 염려반이 섞인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안내하는 직원들의 한복은 왠지 초라해 보이는 것은 창백한 조명탓이었을까? 외국에 나가 그 나라의 독특한 쇼를 관람하는 것은 값진 경험이라 생각되는데, 너무 겸손한 출입구가 강한 첫인상을 만드는 것에  뭔가 아쉬운 면을 창백하게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외국인들이 돈이 아깝지 않을 그런 상품이 있는데도 내가 모르는 것인지? 서울 한 복판에 비싸게 있는 그곳에서의 식사는 가격대비 음식맛은 후회스러웠고 단지 너무나 고요하게 독립된 장소는 그 댓가의 이유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한시간만에 궁중요리 풀 코스를 끝내야 하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설정이 아닌가 싶다. 서둘러 음식을 먹고 쇼를 보는 것에 그 가격을 지불해야 하다니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이   우리 나라에 대한 현실성 없는 자부심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퍼포먼스는 작은 규모였지만 터무니 없이 비싼 식사보다 훨씬 훌륭했다 싶다. 특히 장구쇼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열정을 보여주었다. 환호성을 지를 만큼! 춘향전의 사랑가는 영어 자막이 없어 대체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그 익숙한 부채춤을 보았다. 어린시절 무슨 날이면 부채를 들고 군중무를 했던 기억에 대체 저 부채는 족보가 어디서부터인지? 

한국적인것이 무엇이지?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기 전 고유한 슈퍼 노말한 것 아니면 극도의 수련 과정을 통과한 오래묵은 귀한  볼거리?  


-사랑가 (춘향전 중에서)

Tuesday, October 20, 2015

Closing

창문을 닫아야 하는 흐릿한 날씨로 공부하기 좋은 시간이라 여기고 오전마다 붓을 들고 있는 중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걸어 다니고 있다. 먹거리를 구입하러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바위를 그리고 난을 치고 꽃을 그리는 가운데 내가 있지 싶다. 먹색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굵은 선과 가느다랗고 단단한 선을 연습하며 실수하며 깨우치자니 한장 한장 더 그리게 되었나 보다. 자유롭지 못한 것 마음 불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자유함을 얻기 위해 지금의 무모하기도 하고 막막해 보이는 알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먼저 앞선 스승의 가르침이 있어야겠다며 붓을 놓았다. 바위가 되면 난이 흐느적거리고 둘다 괜찮으면 꽃이 물렁거린다...얼마나 많은 종이에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앞으로의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어둡게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먹을 갈고 붓을 드는 일이 지금의 나로서는 위안이 되며 등불이 되는, 싱싱한 호기심을 잃지 않을 푸른 도전이라 격려해 본다.


-세인루이스 뮤지엄에서(2015)
 '모네'의 '수련'을 감상하다.

Monday, October 19, 2015

The Little Thing


보글 보글 물 끓는 소리가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어제 꽃집에서 가져온 '시크라맨'을 뒤로 하는 오늘의 아침은 뿌옇게 흐린 내려앉은 그림이지만  깨어 있고 싶다. 커피향이 코끝으로 느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동안 한달이 넘게 병든 시간을 보내온 것을 생각하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소한 기능으로의 복귀는 기쁘지 아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그 익숙하고 무심했던 사소함 말이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일조차 힘겨운 시간이었지 싶다. 분명 내가 아프다는 사실이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는지? 옷을 차려입고 외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붓을 들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맞서는 아침이기도 하다. 괜시리 긴 외출을 했다가 다시 오랫동안 약을 몸속으로 밀어 넣을 생각은 나의 물렁거리고 흐느적거리는 두려움이다.

흐린 날씨가 무서워 집안에 머물러 있다면 앞으로 들이닥칠 차디찬 시간들은 어찌 지내실려고? 긴 잠을 잘 것인가!

아무래도 오늘은 옷을 차려입고, 편안한 신발을 챙겨신고,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 마스크를 챙겨야겠지.

Sunday, October 11, 2015

Just Do it

맑은 가을 날에 깜짝 놀라는 것은 이곳에 대한 흐린 편견이 두꺼워서인가. 창문을 열고 두꺼운 솜이불을 꺼내 맑은 햇살에 말리며 햇살 부족한 나날을 준비하고 있나보다.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빨래를 흔들거리는 모습과 그곳 달라 트리에서 사온 솔라댄스 인형들이 자외선을 받아 춤을 추는 전경을 앞으로 하고 난 붓을 들었다.

그동안 실종된 열정이 갑작스레 찾아온 그 설레임! 그 또한 깜짝 놀랄만한 반가움이다. 붓을 들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그런 치열한 마음은 아니지만, 시간이 때를 품고 오는 것처럼 그동안의 방황을 껴안으며 붓을 들어야 하는 때임을 알았다.

어느 시점에서 길을 잃었던가? 그저 붓을 들고 실행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해보지 않고서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 없으며 그 답을 얻을 수 없나니...누굴 위해 배우고 익히고 있는 일이 아니잖는가!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이 이미지의 가치(?)를 몰라 당황하여 힘들게 그 과한 시각적 표현을 지울려고 애를 썼던 그 때의 순간이 떠오른다. 다양한 시각적 언어들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이번주는 이름모를 전시회에 좀 가봐야겠어. 그래,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기 시작했어.
마음을 잡기 위해 붓을 들고 2시간 집중했다. 무엇을 모르는 것이지?

Thursday, October 08, 2015

I will Survive

Still Spring, Oil Painting on Canvas, 10.5x10.5 (27.5 cm) inches




국제 교류전 일본 전시회(Miyajaki in Japan, 10/16/2015-10/21/2015)를 위한 도록에 이미지를 올리고, 그림을 가져다 주어야 하는데 차가 없으니 드디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액자 없이 제출해야 하는 조건에 입혔던 나무 프레임을 벗기고 나니... 결국엔 공동 액자 제작을 한다는 정보에 손수 만든 캔버스의 특수함에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https://www.youtube.com/watch?v=PNDl41HfvxI
I will Survive, Gloria Gaynor

Gray Area

지난밤 조금 일찍 잠들었던 이유로 일어난 아침이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은 좋은 출발이었다. 다음날이 공휴일이라 그런 것인지 금요일 같은 목요일 아침에 책임질 수 없는 나무 하나를 내 공간에서 뽑기로 결정했고 실행에 옮겼다. 내 공간에 살아남은(?)  나무들에게 물을 다른 날과 달리 충실히 넘치게 주는 바람에, 나무로 된 거실 바닥 한구석이 부릅트고 말았다. 마음이 갑작스레 분주한 탓이었을 것이다.

어느 인기강사의 아침방송은 쇼킹했다 싶다. 사랑받기 위해 아내가 해야할 태도를 설명묘사하는 가운데,  입을 가리고 웃으며 반응하는 사랑스런(?) 아내의 자세를 듣고 있자니 텔레비젼을 부셔버리고 싶은 묘한 충동을 받으면서도 무엇이 텔비에 나올 정도로 힘이 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면서 끔찍했다. 입을 가리고 어깨를 움츠리며 머리카락을 다듬는 그런 어양스런 모습을 남자들이 좋아한다나...

'소통'이란 주제를 고려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문을 열고 받아 들여볼라고 하지만, 세상 모든 여자들이 입을 가리며 웃는 세상을 생각하니 끔찍하기 그지없다. 하긴 가끔 조신하게 보이는 우아한 여인들이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을 보면 얌전해 보이긴 하지만, 난 그런 여인들이 제일 무섭든디. 입을 왜 가리고 웃어야 하지?  웃기지도 않은데 왜 웃어야 하고? ㅋㅋㅋ

내가 아직 멀었지?

집밖으로 나가 천천히 아침해를 안고 걸었지. 추운 칼바람이 불어도 걸을 수 있을까 아니 미세먼지 칙칙한 날에도 걸을 수 있을까 이런생각들을 하니 걸을 수 있는 맑은 가을 날이 감사하였다.  차없이도 다닐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기꺼이 걸어서 장을 보고, 수영장에 가고 수묵화 배우고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

그곳에서 긴시간 동안 감기로 병원가는 일 없었다. 이곳에 온 후로 감기로 몇번 병원엘 갔나? 건강한 생활을 해왔던 나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나약함이다! 병원에 몇주째 다니고 있는 것인가! 코가 막혀 멍멍한 생활을 하다보니 건강하고 씩씩한 내 목소리가 그립기 그지 없다. 모든 답이 내가 입은 주름진 늙은 시간탓이란 말인가!

수묵화반에 가는 것은 이곳에서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내지 않고 붓을 들었다. 몸이 아프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붓을 갖고 좀 더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조절을 잘해야 하는 것과 묵의 진함과 여림을 잘 나타내는 연습이 필요한 시간이다. 멋진 바위를 만들면 난의 곧은 기운과 향기로운 꽃들이 살아 움직이겠지 하며...

여림이 살기 위해 강함이 있어야 하고 거침이 있으니 부드러움이 사는 그런 그림을 연습하며 감각을 살려 보아야 한다. 지금은 애매하고 보잘 것 없으나 그것이 있어야만 꽃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으니 말이다.



Wednesday, October 07, 2015

Never

청명한 가을 날을 선물이라 여기던 며칠간의 맑은 기쁨은 어느덧 뿌연 회색빛의 무게감에 흐려지는 것 같다. 칠월의 그날을 기점으로 컴앞으로 돌아오지 못했지 싶다. 현실적인 버거움으로 하루 하루를 견디며 열심히 살다보니 이리 되었노라 한다면 칙칙한 변명이 되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팔월 구월 그리고 시월이 가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   그곳에서의 무병했던 그 긴장된 시간과 바쁜 생활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한가롭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이곳에서 자꾸만 아프다는 소리를 하고 사니 진정 늙은 기분이 아니 들 수 없는 사태에 이른 것 같다.

그래, 늙어서 그런 것이겠지...수용하고 받아 들이고 그러려니 하고 긍정적으로 주어진 삶의 여건을 감사하고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언제나처럼 내안에 일어나는 잡초같이 올라오는 무성한 잡스런 생각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방향감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쥐고 있는 것들을 적당히 놓아 버린 것도 같고 갑자기 늙어버린 듯한 그런 흐릿한 상황속에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버리고 있다.

누군가는 잡고 있는 것들을 내려 놓으니 자유롭고 행복하다는데 난 그렇지도 않는 것 같고, 생각이 많은 것인지 단순해진 것인지...그래 늙어버린 그 기분이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 일인가! 욕심을 버리고 그저 내 몸둥아리 하나 챙길 양으로 수영을 다니고 있다. 아침마다 치솟는 게으름을 물리치고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가는 길에 듣는 시냇가의 물소리는 내가 오전중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소리일 것이다.  시냇가 바윗돌 위에 잠을 자는 오리들, 목욕하는 비둘기들 그리고 조그마한 송사리들...이런 저런 모양의 시냇가의 모습들을 친구삼아 오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난 아무래도 늙은 것 같다.ㅎㅎㅎ

블랙 프라이데이 폭탄세일을 한다해도 백화점에 나가지 않고 수영장에 간 난 무서운 중년 아짐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럴땐 백화점에 나가 하루 종일 쇼핑하고 그렇게 사는 것 아닌가? 하여튼 난 백화점에 나가지 않고 쇼파에 늘어져 종이 신문을 읽는 즐거움을 꼭 챙기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난 집안퉁이가 되었나 보다.

어수선한 과도기를 지나다 보니 나 이리 되었나 싶기도 하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지고 버티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며 화성에서 길잃은 영화 한편을 꼭 보아야겠다는 모처럼의 욕구가 일어난 것은 좋은 징조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애매하고 어정쩡한 시간을 잘 견뎌서 멋진 배경으로 만들었던 것 기억하기로 하지.

내 시간이 주어진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지?

물으면 답이 있다했는데 그 답은 포기하지 않는 그 열정에서 나오겠지하며 자꾸만  잠자는 열정을 깨워 보기로 한다.

still spring, Oil Painting, 29x39 cm
2015 대한민국 현대미술 비엔나 초대전-
2015,9.6-9.16
Invitation Exhibit Republic of Korea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Vienna & Paris 2015

국제 교류전이라 하여 참가하였다. 미국 그리고 한국 밖에 스펙이 없는 연유로 경험이라 생각하고 참여 하였다. 작은 10호 사이즈로 규격이 제한되다 보니 이 작품이 나가는 행운을 가졌나 보다. 다음엔 작은 작품들을 만들어 공간을 할당받아  해외 전시를 해보는 것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얼마지나 도록과 함께 그림이 배달되어 왔다.  이렇게 국제 교류전을 하는 것이고나! 어떤님이 파리에서 국제 교류전 한다며 콧대를 세우길레 부러워했던 순진했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서도 현실감각을 키우기엔 좋은 경험이 되었지 않나 싶다. 이제 이력에 국제 교류전 어쩌고 저쩌고에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되어 좋았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