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08, 2015

Gray Area

지난밤 조금 일찍 잠들었던 이유로 일어난 아침이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은 좋은 출발이었다. 다음날이 공휴일이라 그런 것인지 금요일 같은 목요일 아침에 책임질 수 없는 나무 하나를 내 공간에서 뽑기로 결정했고 실행에 옮겼다. 내 공간에 살아남은(?)  나무들에게 물을 다른 날과 달리 충실히 넘치게 주는 바람에, 나무로 된 거실 바닥 한구석이 부릅트고 말았다. 마음이 갑작스레 분주한 탓이었을 것이다.

어느 인기강사의 아침방송은 쇼킹했다 싶다. 사랑받기 위해 아내가 해야할 태도를 설명묘사하는 가운데,  입을 가리고 웃으며 반응하는 사랑스런(?) 아내의 자세를 듣고 있자니 텔레비젼을 부셔버리고 싶은 묘한 충동을 받으면서도 무엇이 텔비에 나올 정도로 힘이 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면서 끔찍했다. 입을 가리고 어깨를 움츠리며 머리카락을 다듬는 그런 어양스런 모습을 남자들이 좋아한다나...

'소통'이란 주제를 고려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문을 열고 받아 들여볼라고 하지만, 세상 모든 여자들이 입을 가리며 웃는 세상을 생각하니 끔찍하기 그지없다. 하긴 가끔 조신하게 보이는 우아한 여인들이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을 보면 얌전해 보이긴 하지만, 난 그런 여인들이 제일 무섭든디. 입을 왜 가리고 웃어야 하지?  웃기지도 않은데 왜 웃어야 하고? ㅋㅋㅋ

내가 아직 멀었지?

집밖으로 나가 천천히 아침해를 안고 걸었지. 추운 칼바람이 불어도 걸을 수 있을까 아니 미세먼지 칙칙한 날에도 걸을 수 있을까 이런생각들을 하니 걸을 수 있는 맑은 가을 날이 감사하였다.  차없이도 다닐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기꺼이 걸어서 장을 보고, 수영장에 가고 수묵화 배우고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

그곳에서 긴시간 동안 감기로 병원가는 일 없었다. 이곳에 온 후로 감기로 몇번 병원엘 갔나? 건강한 생활을 해왔던 나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나약함이다! 병원에 몇주째 다니고 있는 것인가! 코가 막혀 멍멍한 생활을 하다보니 건강하고 씩씩한 내 목소리가 그립기 그지 없다. 모든 답이 내가 입은 주름진 늙은 시간탓이란 말인가!

수묵화반에 가는 것은 이곳에서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내지 않고 붓을 들었다. 몸이 아프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붓을 갖고 좀 더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조절을 잘해야 하는 것과 묵의 진함과 여림을 잘 나타내는 연습이 필요한 시간이다. 멋진 바위를 만들면 난의 곧은 기운과 향기로운 꽃들이 살아 움직이겠지 하며...

여림이 살기 위해 강함이 있어야 하고 거침이 있으니 부드러움이 사는 그런 그림을 연습하며 감각을 살려 보아야 한다. 지금은 애매하고 보잘 것 없으나 그것이 있어야만 꽃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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