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16, 2015

술을 권하는 그녀

왜 이리 바쁘지? 넘 무리하게 빨래를 하고 있나? 세탁기 4대를 사용하여 이사전 세탁을 하고 있는 지금의 시간은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시계를 바라보게 된다. 화장실 변기 플러쉬가 고장난 것은 내힘으로 할 수 없으니 생존 영어를 사용하여 관리소에 보고하고 수리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아침 점심 잘 챙겨먹고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운동량이 부족하여 먹는 양을 줄여야 하는데...연약한 내 모습. 어쩌겄는가? 그냥 쭉 데리고 살아야징.

누가 나에게 술을 권하느냐고? 어제의 일이다. 언젠가 경험했던 것처럼 이곳 사람들은 심각하지가 않다. 약속을 했던 그녀는 결근이고 대신 일을 처리하는 그녀는 긴 손톱을 가졌다. 어찌 저런 뾰족한 손톱으로 천연가죽을 만질 수 있을까? 나에게는 어이없는 일이다. 분명 손을 움직여야 하는 일인데 어찌 그 찬란하게 뾰족한 손가락으로 무수리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공주말고 무수리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한 시간과 장소에서 막닥뜨린 황당한 그림은 언젠가 겪었던 일이다.아~

불신감이 밀물처럼 내 마음의 즐거움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아주 작다면 작은 흠집을 지적하니 소비자 센타 전화번호를 주며 전화오기를 기달리란다. 비 페이션트! 성질 급한 나로서는 기다리다가 환자되게 생겼다 시방! 열받아서 짧은 영어 큰소리로 반복하며 차분한 그들의 영어설명을 무시했더니 야무지게 예쁜 미제 메니저 아가씨 술한잔 권한다!!

반품하며 멋지게 돌아서야 하는데...왜 내가 을이 되었지? 손님이 왕아닌가? 더 사랑한 사람이 진다고 하였나? 그 물건을 소유하고픈 소유욕 때문인지 그동안 들인 정성때문인지...하여튼 난 반품하며 돌아서지 못했다. 그려 인내하며 써비스 센타 전화 기둘리지! 그려! 대신에 반품할 수 있는 증서를 써달라고 말했다. 약속을 문서화 하지 않아 당했던 일을 기억하며 그 일을 이루어냈다. 그리하여 인내하다 당하면 다시 난 반품할 수 있다. 이건 뭐지?

제대로 된 물건을 받고 그 소유의 즐거움에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부담스러움은 뭐지?

그 이쁜 미제 메니저 아가씨는 술한잔을 권했다. 내가 넘 심각한 것인가? 왜 난 이곳에만 오면 심각한 사람이 되곤 하는 것일까? 한국에선 그냥 살림잘하고 까칠하기도 한 뭐 그냥 대충 넘길 수 없는 소비자쯤 되지 않을까? 술은 권하지 않은 것 같은데.

결국 지난밤 와인 한잔을 하며 하룻동안 들이닥친 스트레스를 잊어 보려 했었다. 효과가 좀 있긴 했어. 좀  무뎌지면서 그냥 그렇지 뭐 이렇게 낼 생각하지 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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