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19, 2015

The Little Thing


보글 보글 물 끓는 소리가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어제 꽃집에서 가져온 '시크라맨'을 뒤로 하는 오늘의 아침은 뿌옇게 흐린 내려앉은 그림이지만  깨어 있고 싶다. 커피향이 코끝으로 느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동안 한달이 넘게 병든 시간을 보내온 것을 생각하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소한 기능으로의 복귀는 기쁘지 아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그 익숙하고 무심했던 사소함 말이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일조차 힘겨운 시간이었지 싶다. 분명 내가 아프다는 사실이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는지? 옷을 차려입고 외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붓을 들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맞서는 아침이기도 하다. 괜시리 긴 외출을 했다가 다시 오랫동안 약을 몸속으로 밀어 넣을 생각은 나의 물렁거리고 흐느적거리는 두려움이다.

흐린 날씨가 무서워 집안에 머물러 있다면 앞으로 들이닥칠 차디찬 시간들은 어찌 지내실려고? 긴 잠을 잘 것인가!

아무래도 오늘은 옷을 차려입고, 편안한 신발을 챙겨신고,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 마스크를 챙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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