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18, 2016

The Ground

후덥지근한 시간을 일주일만 더 참으면 된다고 텔비의 젊은 여인이 말했다. 늘상 틀리는 날씨정보를 믿을 수 없지만 믿기로 하고 오늘도 폭군같은 여름날씨에 지쳐 늘어져 지루하게 견디는 자신을 보아야 했다.

책읽기 좋은 시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책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오랜 멍때리기를 한후 그 심심함과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결국 책을 집어 들었다. 유화물감이 썩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에 희미한 열정이 신호를 보냈지만 몸을 일으켜 그림도구를 챙기지 않았다.

'루시안 프로이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자니, 학부시절 유화수업이 생생하게 생각이 나기도 했다. 오일로 처음 인체 누드를 그리던 그 순간이 마스킹 테이프와 함께 떠올랐지 싶다. 창문을 닫아 빛을 차단하고 조명으로 음영을 만들고 그리고 모델의 위치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시선의 위치를 기억했던 그 과정이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지 싶다.

'루시안 프로이드'의 누드화를 책으로 처음 소개 받았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을 기억한다. 그 움틀거리는 붓자국과 동물처럼 다가오는 야생의 느낌? 오랫동안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서 캔버스에 옮겨 낸다는 그의 치열한  작품과정을 생각하니 벌써 눈이 아파오는 것 같다.
......

Lucian Freud, Benefits Supervisor Sleeping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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