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에밀리 브론데의 소설, 'Wuthuring Heights'(폭풍의 언덕)을 각색한 영화를 우리우리 설날 기념으로 보았다. 소설의 제목은 '폭풍의 언덕'으로 훨씬 감각적으로 번역되어 한국과 일본에서 출판되었다고 한다. 원 제목 'Wuthuring Heights'은 영국 오오크셔 지방의 바람 많고 들판의 언덕 위에 있던 저택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워더링(Wuthuring)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의 뜻을 가진 방언인 것을 고려하면 '바람이 거세게 부는 높은 곳'이라 할 수 있었겠다.
'폭풍의 언덕'이란 제목이 연상하게 만드는 것은 '질풍노도의 사랑'이다. 지금 나의 나이는 감당할 수 없는ㅋ 그런 사랑이기에 낭만적인 사랑 영화를 보러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조금은 당황했지 싶다. 영화관에 들어가서 놀랬던 점은 대부분의 관람객이 주름진 사람들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다들 바쁠 때인데, 유난히도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특이했다. 물론 뒷자리에 앉은 나이들고 매너 없는 사람들이 의자를 발로 건드리기를 멈추지 않고 자기 집 거실처럼 중얼거리며 영화를 보는 탓에 들끓는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과 내 마음을 들끓는 화를 가라앉히느라 꽤 힘들었음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불이 켜지면 얼굴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영화로 돌아가, 시각적인 영상이 참으로 감각적이었다. 처음 도입부부터 관객의 감각을 놀리며 시작하며 흥미를 끌었다. 배경이 되는 무채색인 장소에 젊음과 사랑 그리고 욕망을 뜻하는 붉은 빨강이 꽃처럼 피어나고 번져나가는 각각의 장면은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충분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미친 사랑', 사랑에 빠진다면 당연한 것 아닐까.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캐서린이 사랑하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가슴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몸이 원하는 사랑을 선택했다하여 도덕적인 잣대로 쉽게 비판할 수 있을까. 끝없는 황야와 거친 바람을 무채색으로 음침함을 표현했다면 욕망과 사랑을 붉은 색으로 꽃처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파괴적인 면을 시각적 감각으로 이끌었기에 충분히 황홀했다.
서로가 들끓는 사랑을 치명적으로 멈출 수 없어, 서로를 해치며 사랑하는 미친 이야기. 나처럼 나이지긋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궁금하였다. 한 때의 붉은 꽃처럼 피어나던 시간, 화양연화 같은 시간들을 떠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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