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땅
며칠간 동양의 이탈리아라 불리는 '뿌꾸옥' 여행을 다녀왔다. 한밤중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대략 6시간이나 날아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기억하지 못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이 먹은 것을 느낀다. 천만다행으로 다행히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나름 편하게 갈 수 있었던 점은 감사하고 싶다.
베트남 남서부에 위치한 '뿌꾸옥'은 지끔껏 다녀왔던 베트남의 다른 지역의 바다보다 바다가 푸르고 맑았다. 우리나라 겨울이 이곳에선 비가 내리지 않은 맑은 '건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하루는 리조트에서 오전엔 온전히 바닷가 산책과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휴식을 취하고, 오후엔 선셋타운으로 나가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키스브릿지'의 석양을 감상하고 '심포니 오브 더 씨'란 쇼를 감상하였다. 하루는 오전엔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고 세계 최장 케이블카를 타고 들어간 '혼톰'섬은 정말 더워서, 금지했던 망고빙수와 맥주를 마시고 말았다. 그리고 배탈 나고 더위를 먹는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던 점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섬 남부에 위치한 선셋타운은 베트남 '선(SUN)그룹이 조성한 곳으로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 마을의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해서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파스텔톤의 건물, 좁은 골목길, 노천카페, 유럽식 분수대......선셋타운에서 가장 맛있다는 '깜부딘'에서 '반세오'를 3번 먹었다. 물론 3번째에서 기름진 맛에 물리고 말았지만, 늘상 시켜먹던 '모닝 글로리 볶음'도 너무 기름졌던 것 같다. 배탈로 인해 다른 해산물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호텔 조식에서 먹었던 'Passion Fruit(백향과)'는 100가지 향과 맛이 난다는 뜻에서 유래한 열대과일로, 백가지 향과 맛을 느낄 틈도 없이 흡입했나 보다. 새콤달콤하고 오독오둑 씹히는 씨앗의 맛을 참을 수 없어 너무 많이 흡입한 댓가로 노후한 나의 이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도 시릴 정도이다. 백향과의 시큼한 맛에 절여진 나의 치아를 중화시키기 위해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냥 리조트에서 호텔 조식을 배불리 먹고 실컷 수영도 하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 그러다 지치면 '그랩'을 잡아 선셋타운으로 나가 밤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 귀한 여행 시간이 휙 지나버려 아쉬움이 컸다. 뿌꾸옥은 한 일주일 정도를 잡아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닷가에서 오랫동안 일광욕을 하는 유럽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재미있었던 점은 멀리서도 나의 동포 한국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비키니 수영복은 절대 입지 않고, 모자와 선그라스를 쓰고 래시가드와 워터 래깅스를 입은 모습을 하고 그늘진 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한국 동포임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나잇살로 흘러내린 살을 감추려 이번에는 끈나시 야시시한 수영복 대신에 수영장에서 입었던 5부 수영복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감싸고 리조트 수영장에 들어갔다.ㅋ 첫날엔 수모를 쓰면 수모적일 것 같아 망설였지만 머리가 흘러내려 도저히 수영을 즐길 수 없었다. 누가 나를 지켜본다고? 설사 쳐다본 들 무슨 상관! 그리하여 수모를 쓰고 하고 싶은 대로 나의 수영을 하며 즐겼다. '나 여기 즐기로 온 사람이야~~~'
수영을 안한지 긴 시간이 지났다. 좋아하던 접영은 시도도 해보지 못했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접영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사람이라고 했던가. 수영 유형중에 가장 어렵게 배웠던 평영은 오히려 몸이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쉽게 배웠고 자신감이 있었던 접영과 배영을 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지 싶다. 수영장을 떠난 지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좋은 것을 안하고 사는 것이지?' 어쩌면 다시 수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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