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
마음을 강하게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평소 고난에 노출되어 있어야
근본이 강해진다.
그리고 좋은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된다.
인간은 '하는 것'으로 혁명을 이루지만
'안 하는 것'으로 구원받는다.
-이응준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중
그렇다! 뭣뭣 하리라 마음을 먹었더니 이상하게도 뭣뭣 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날마다 블로그에 일상을 적어 보고 나아가 좋은 글쓰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니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졌다는 것이다. 의식을 하니 글이 어색하고 맘에 들지 못하고 그러니 주저하고 그러다 두려움이 커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것뿐이랴, 작품을 할 때도 영감이 떠올라 그냥 미친듯이 달라들어 했던 작품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만족감을 주었었고 '구원'이란 단어를 내밀기는 그렇지만 '치유'의 단계에 들어서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던 것 같다. 욕심이 생겨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며 의식을 하는 것은 때로는 강한 의지와 동기를 부여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긴 하였지만 힘든 시간이었음을 아직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필요한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그 어느 적절한 시간 즉 열심을 내고 욕심을 과하게 낼 때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혼란의 시간을 가져보지 않고서 어떻게 창조적인 새로운 작업을 쉽게 이루어낼 수 있는지 그 비법이 있다면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평소에 고난에 노출이 자주 되면 근본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이상해진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강한 사람들은 가끔 불편하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는 튀는 것들을 불편해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눈치없이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따돌림을 당하는 고난(?)을 당하면서 점차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감춘다.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에게 일곱빛깔 무지개색 마음밭을 드러내는 것은 실수 아닌 실수인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견뎌온 사람들의 무덤덤한 마음에 시기와 질투를 심어주는 경우가 되기 쉽상인 것이다.
물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도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깨달음이었다. 비오는 날이 가고 맑은 하늘이 찾아오는 것을 감사하게 되었고, 여름 날이 가고 선선한 가을이 오는 것을 감사하게 되었고, 낯선이의 작은 친절에 감사하게 되었고, 아직도 맑은 눈과 맑은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고......늘어나는 체중을 가장 밑바닥에서 묵묵히 견디는, 못나고 딱딱한 발 뒷굼치를 만지며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안 하는 것'으로 구원까지 받았던가 생각해 본다. 말을 할 때 유용한 팁으로 사용하려고 하지만 자주 팁을 잊어버리곤 한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내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알게 된다. 고독과 외로움을 다르다고 했지마서도, 가끔 입이 열려 아무 말이나 마구 쏟아 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친하지도 않는 사람을 붙잡고 아무 말이나......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 불면 아니 되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