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엔 조심 조심
비가 온다 하여 나름 최선을 다해 옷과 신발을 골라 신고 집밖으로 나왔는데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엔 바깥 외출을 금지하고 집안에 있는 것을 선택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아, '골다공증'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지하철 출입구와 인도가 연결되는 경사면으로 되어 있는 길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비가 내려 평소보다 미끄러운 인조 대리석 타일 바닥과 신경써서 신고 나간 신발의 밑바닥 표면이 함께 이루어낸 사고이다. 진짜 누가 뒤에서 밀어버린 것처럼, 누가 일부러 기름을 부어 놓은 것처럼 미끄러졌다. 순간 왜 이유 모를 창피함이 먼저 오는 것이지? 넘어진 자신에 집중을 먼저 해야 하는데 왜?
당황함을 떨쳐내고 벌떡 일어나 얼른 아무일 없단듯이 ㅋ 정거장으로 가서 정신줄을 챙겨 보았다. 왜 넘어졌지?
다시 넘어진 곳으로 뒤돌아가 지하철 출입구와 인도의 경계면을 체크해 보았다. 누가 기름이라도 칠해 놓은 것처럼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가. 비오는 날이라서 특별히 신고 나온 방수 등산화는 이름이 있는 제품이고 심지어 자주 신지도 않아, 바닥이 새것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도 바닥이 문제인 것이다. 가만히 신발 바닥의 표면을 보니 놀랍게도 앞부분에 매끄러운 부분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헐 무슨 용도로 이리 디자인을 하였단 말인가. 신발 밑바닥은 보통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한 거칠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놀란 근육과 뼈는 아직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는 않지만, 먼저 놀란 가슴이 진정되는 내일쯤 이면 뭔가 이상 증세를 드러낼 것 같기도 하다. 버스 정거장 의자에 앉아 사고가 난 지점을 쳐다 보며 입구로 나오는 사람들을 관찰해 봤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내가 미끄러진 부분을 딛지 않고 다른 부분을 잘도 걷는다. 사람들이 위험한 부분을 다들 알고 피해서 걸었으리는 없을 것 같고 아무래도 내 신발이 문제인 모양이다.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 온다는 말이 오늘 아침의 경우이다. 정신을 차리고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타려고 하니 이제 엉덩이 주머니에 찔려 넣었던 마스크가 보이지 않는다. 여분의 마스크를 가방에서 꺼내어 얼굴을 덮으니 짜증스런 급급함이 느껴진다. 다시 마스크를 벗으니 마스크 고무줄이 끊어진다. 헐
다시 가방을 열어 마지막 남은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서 내려 갑갑한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찔려 넣으니 하나의 쭈그러진 마스크가 '나 여기있다' 말을 한다. 헐! 그래, 난 미끄러졌지만 절대 짜증 내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고 오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내게 주어진 하루를 망치지 않을것이라며 이 글을 쓴다. 미끄러졌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고, 철저한 준비정신으로 챙겨둔 마스크로 버스안에 혹시 있을 수 있는 감기와 코로나의 병균에 노출되지 않았고, 망가진 마스크는 버리면 끝이다.
얼른 환하게 마음을 셀프로 밝히며 좀 더 조심하자고 적어 본다. 더 친절하고 더 겸손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내가 웃으니 남도 따라 웃는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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