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e
미끄러짐 사고를 기억한 몸이 밤을 지나니 드디어 말을 한다. 통증의 부분으로 유추하자면, 어제 미끄러짐은, 특별히 착용하고 나간 등산 신발 밑바닥의 미끄러운 앞 표면이 물에 젖은 대리석 타일의 경사면을 붙잡지 못해 발생한 사고이다. 먼저 딛은 왼발이 미끄러질 때, 오른 발이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오른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찔한 사고임에 틀림없다. 수년 전 양산 쓰고 넘어져 생긴 고통의 여정을 생각하자면 이만하면 천만다행인 것이다. 오른 쪽 다리가 버티지 못했다면? 나이를 먹은 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이상한 증세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사고가 난 지점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어가며 정거장을 체크해 보니, 타야 할 버스가 이미 와서 문을 닫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를 놓치면 20여분 넘게 정거장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떠나지 않은 버스를 잡아야 함이다. 버스 기사님께 손을 들고 간절한 눈빛으로 타고 싶은 의향을 보였더니, 기사님이 눈을 부라리며 한참이나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어리둥절~~왜 그러시지? 가고 있는 모습을 가로 막은 것도 아닌데...정거장에 멈춰있는 버스인데...
간신히 문이 열려 버스에 오르니, 기사님이 퉁명스럽게 하는 말씀' '버스 앞을 막아 출발을 막은 것이죠?' 당황스럽고 황당하게 그리고 무안하게 시비를 거는 기사님의 말투에 무조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로 반응하며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고 보니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도 큰소리로 기사님께 옳고 그름을 따져 볼까나! 자주 오지도 않는 버스가 평소보다 몇분 빨리 오다보니 반드시 타야 할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미 출발해서 달려 가는 버스 가로 막은 것도 아니고, 정거장에 정차되어 있는 버스에 뛰어가 출발전 버스를 잡은 것이 그렇게 버스 승객들이 보고 있는데 무안함과 창피함을 줄 수 있단말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고, 사정을 모르는 승객들은 큰소리 내는 기사 말만 듣고, 나를 버스를 가로 막은 용감 무식한 아줌마 프레임에 가두고 말았을 것이다. 나의 침묵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기사님이 백번 옳아서 침묵하며 반성하는 침묵인가 아니면 더러워서 피하는 것인가. 솔직히 더러워서 침묵했다. 워낙 흉흉한 뉴스가 많은 터에 열받은 김에 기사와 버스에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더 더러운 꼴 보여 주는 것이다. 참자! 으씨 그 시원한 예어컨 바람도 꺼져있넹 ㅠ 그려, 기사님 집안에 어려움이 많은 모양이다.
버스 밖 풍경을 보니 우산을 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열까 말까 망설인 버스 창문을 열으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열받은 얼굴과 머리카락의 온도를 식혀준다. 이제 마음을 식히는 일이 필요하다. 이걸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원통함(?)을 퍼부어 말어...뉴스에선 기사님들이 승객에게 고난과 수난을 겪는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나도 잘잘못을 따지고 시비를 걸어 볼까. 버스 기사님들이 갑질 하는 것은 뉴스에 안나오던데...한참 혼자 마음이 복수로 시끄러웠다. ㅋ
그려, 기사님을 교육 시킬 수도 없고, 사람은 고쳐쓰는 것 아니라고 했으니 내가 잊기로 한다. 그리고 좀 더 빨리 나가서 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다둑다둑 셀프로 토닥거리며 '역지사지'란 고사성어를 챙겨본다. 남들은 그리할지라도 난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실수하기도 하고, 못난 모습 드러내기도 한다는 것 잠시 잊었다.
그것은 그렇고, 늦여름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에 비가 날마다 오면 반가울 사람 없을 것 같다. 특히 곡식과 과일들의 수확을 앞두고 있는 이 즈음에 뭔 일인가. 한영애의 '조율'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참다 못해 대자연도 조율 중일까. 빙하가 녹고, 사막에 물이 가득 차고, 땅이 불이 자주 나고, 바다가 묽어지는 등등의 현상은 인간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돌려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는 짓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안전한 물이면 그냥 일본에 두고 사용할 일이지...그래서 하늘도 못참고 우나.
사는 것이 팍팍해져만 가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마음과 정신의 근육을 키워야 함이다. 타인의 못난 모습 닮아가지 않도록 그리고 나부터 잘하고...언제나 나부터 잘하면 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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