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나
내가 이용하는 순환 시내버스는 운영 배차 간격이 들쭉날쭉이다. 시간을 5분 더 앞당겨 집에서 출발하여, 도보로 15분을 걸어, 5분 마다 오는 지하철을 약10여분 정도 타고 내려, 버스 정거장에서 잠시(?) 기다림을 갖은 후 순환 버스를 10여분 타고 출근을 한다. 대충 편도 한 시간리 전후로 출퇴근 시간(총 2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최선을 다하면 2시간 정도를 출퇴근에 사용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릴 것이다.
정거장에서의 정지된 기다림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버스 정거장 의자에 앉아 20여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은 결국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는 것 이상의 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 방법도 극한 온도로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견디기엔 역부족이었지 싶다. 정거장 의자에 앉아 맞이하는 도시의 여름 아침은 후덥덥하고도 짜증나는 아침이 되기 쉽상이다. 결국 집에서 더 빨리 출발함으로 해서 정거장에서의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버스 정거장에 미리 5분 정도 일찍 와서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예의이다 싶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버스 운영에 기분이 좋지가 않다. 버스 정거장 전광판에 적힌 기다려야 할 시간의 숫자에 열을 받으며 스마트폰을 꾸역꾸역 가방에서 끌어내어 머리를 숙이고 있자니, 느닷없이 기다리던 버스가 정거장 전광판 숫자와 상관없이 도착을 하지 않았는가. 서둘러 버스에 올라 의자에 앉으니,
친절하고 안전하게 승객 여러분을 모시겠다는 안내 표지가 기사님 뒷자리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친절하지 않더라도 안전하면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친절하지 못한 전산화로 정거장에서 불신감을 주긴 하였지만 안전하게 버스를 운전하여 주심을 감사해야 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의 대중교통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었다. 자차를 운전하지 않고도 안전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은 세계에 자랑할 만 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교통비도 저렴하고 물론 국가의 세금이 부어진 결과이겠지만서도.
목적지를 알리는 안내에 따라, 버스에서 안전하게 잘 내려야 하는데, 항상 한 정거장 앞서 마음이 긴장되곤 한다. 승객들 사이로 무리하지 않게 빠져나가 교통카드를 인식시키고 미끄러지지 않게 내리는 일을 무사히 끝마쳐야 하는데...습관대로 버스가 멈추기전에 미리미리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의자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하차해야 할 문쪽을 향해 움직이고 만다는 것이다. 버스가 정거장에 멈추면 움직여서 안전하게 하차를 해달라는 방송이 항상 한발작 늦게, 꼭 위험한 행동을 예상을 했던 것처럼 흘러 나온다. 정말 버스 정거장에 버스가 정차를 하고 나서 바로 그때서야 안전하게 몸을 움직여 천천히 안전하게 내릴 수 있을까.
정말? 용기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눈치껏 잘살고 있는 것일까??
비가 와서 버스가 미끄러울텐데 무사히 잘 하차를 하였다. 오늘도.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