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30, 2023

What Though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출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최선 옮김, 민음사, 1997)

Thursday, April 27, 2023

Thanks

 보왕삼매론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공부하는 데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수행에 장애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된다.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순종해주면 교만에 빠지게 된다.

공덕을 베풀며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다른 의도가 생기게 된다.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큰 이익을 바라면 어리석어진다.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고자 하면 원망하는 마음만 커진다.


신문속에서 좋은 말씀을 보게 되어 블로그에 올려 본다. 구구절절 부정할 수 없는 지혜로운 말씀이다. 새로운 환경속에서 잘 꾸려나갈 수 있게 이모양 저모양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겸손하게(?) 문제를 잘 해결하였음을 셀프로 칭찬한다. 벌써 서툴렀던 2주의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부딪힘만큼 성장했다고 확신한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당황하지 않고 '길찾기'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짧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수면의 질'도 좋아졌고, 옷장 어두움속에 있는 옷들을 꺼내어 빛속으로 외출할 수 있는 즐거움도 누렸고, 남이 해주는 밥도 사먹기도 하였고, 사람들 구경도 하고...누린 즐거움이 많았던 2주일의 시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최선을 다해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온 세상을 붉은 향기로 물들일 장미의 계절이 다음주에 시작이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 잃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멋진 모습을 그려보며 으쌰으쌰해본다. 

Wednesday, April 26, 2023

가야할 때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Tuesday, April 25, 2023

수요일의 다짐

 출근 전 수요일 아침이다. 봄비가 내리고 나니 기온이 쌀쌀하다. 오리털 겉옷을 집어넣지 못하는 애매한 시기이기도 하다. 씨를 땅에 묻고 봄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아니지만 미세먼지가 씻겨나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기에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그저 반가울 뿐이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AI에게 날씨를 물었더니 오전은 흐리고 오후는 맑을 것이라 한다. 적당한 옷을 골라 입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AI가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하는 것을 보면, 평소에 다 듣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친다. 집안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이 집에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도 하다. 설마?

배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일은 신나는 일이다. 특히나 나이가 지긋한 나이에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그 자체가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귀찮다고 포기하지 않고 수업을 등록해서 출석하고 그리고 배우고 하는 일련의 과정은 삶을 더 풍성하게 할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모두 화이팅!)

오전 일이 끝난 후, 순박한 이름을 가진 식당에 가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가성비도 좋고 반찬도 깨끗하여 동일 장소에서 점심을 즐길려고 했는데, 이렇다 할  안내도 없이 갑자기 가격이 조정된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눈을 의심했다.ㅋㅋ 어라?

천원때문에 문을 열고 다시 나갈 수도 없고해서 '순두부 찌개'를 시켜 먹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유난히 맛이 있었다. '살오른' 바지락이 세개나 들어 있었다.ㅋ

교통비에, 식대에? 얼마나 남는다고? ㅋㅋㅋ

마침내 도시락을 준비해야 할 때가 도래한 모양이다. 가성비 좋은 식당을 한번 더 검색하고 안되면 도시락을 챙겨가야 한다. 어느 편안한 장소를 물색하여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짐승처럼 삼키지 않고 인간처럼 먹지 않고 ...처럼 즐길 수 있는 장소! 참고로 난 그냥 맛나게 삼키고 먹는 편이다.ㅋ

오늘 하루도 주어진 선물이니 감사하고 즐겁게 잘 꾸려나가길 소망하며, 으쌰으쌰~~~

Monday, April 24, 2023

실패할 자유

 '실패할 자유'란 제목을 걸고 나니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덩달아 묻어 온다. 처음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터잡고 솟아나는,  잡초같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은 말처럼 쉬운 과정이 아니다. 자신을 의심하고 나아가 타인을 원망하는 못난 모습을 깨달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밝고 건강한 마음을 충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후 일주일이 지나고 월요일을 보냈다. 요즈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예전처럼 짧지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그적거리는 것도 힘들었던  하루와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적응하며 꾸리는 오늘의 시간은 알차고 길다는 것이다. 새로이 시작한 일에 실패를 한다하더라도 이미 커다란 성과를 맛보고 있는 것이라며 감사한다. 

작품을 창작하는 중에 가장 도전적인 단어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뻔하디 뻔한 클리세의 틀을 벗어나 자기 만의 독특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배우고 익혔던 것들을 부수고 나아가야 함이다. 그 과정에 필요했던 실험정신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이끌어내는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틀'안에 사로잡힌 사고는 경직되기 마련이고 보수적이고 안정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틀을 부수고 좌충우돌, 우왕좌왕 시도를 해보아야 고유의 독특한 무엇인가가 표출되어 진정한 '오리지날티'가 생긴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작품을 하지않고 엉뚱한 일을 시작했냐고 셀프로 물어 본다.ㅋ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굳이 엉뚱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예술이란 삶의 변형물이기에 이 엉뚱한(?) 일도 내 삶의 부분이며 이 부분이 삶을 바꾸어 놀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우며, 적당한 심리적인 거리의 중요성을 깨우치며, 친절함의 위대함도 배우고, 무엇보다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있다는 것이다.

영원히 이 세상을 살 것처럼 어리석은 삶을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길가에 이름 모를 꽃처럼 때를 따라 피어나는 화요일 아침이다. 화창하게 웃을 일 많은 하루를 기원하며 아쌰아쌰!



Sunday, April 23, 2023

계단 오르기

 에스칼레이터와 계단의 두 갈래의 길을 앞두고 조금 망설이다가 계단 오르기를 선택하곤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만보 이상 걷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스쿼트도 틈을 내어 실행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주 조금 줄어든 몸무게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여기의 나는 계단 오르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 둘 셋...16개의 계단을 오르고 잠시 몇걸음 나아가 다시 16개 그리고 잠시 몇걸음...16개의 계단이 4세트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ㅋ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 잠시 에스칼레이터를 이용했었고 마지막 코스에 계단이 아날로그적으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단을 오르고 나니 몸에서 열이나고 마스크와 안경에 습기가 차오르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마스크를 벗고 이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도착하니 이제 버스가 오려면 25분이 걸린다고 정거장 안내판에 정보가 뜬다. 할 수 없이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오늘의 할 일'을 체크하고 '길찾기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 길게 느껴지던 25분이 지나가고 반가운 버스가 달려오고 있다. 

두려움을 떨치고 집밖으로 나온 자신을 셀프로 칭찬해 주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셀프이지 않은가. 아직 건강한(?) 두 다리로 계단을 오르고 있는 하루 하루를 감사하고 싶다. 두 다리가 영원히 멀쩡한 것이라곤 생각하지는 않는다. 품위있게 멋지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쯤은 알아챌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철쭉이 불처럼 일어나 푸른 잎을 일으키고  붉은 목단이 향기를 내뿜는 사월 말의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으쌰으쌰!



Thursday, April 20, 2023

도서관으로 가는 길

 '도서관'이란 장소는 가슴이 살짝 뛰는 공간의 이름이다.  토플 공부하고 영어공부를 하던 대학 도서관은 자리를 잡기 힘들어 아침 일찍 입실을 하여 가방을 던져 자리를 맞추곤 했었다. 젊음과 헝그리 정신이 함께 있어 열기가 있었던 공간이었다.  신혼시절 동네 도서관에 가서 연세 지긋한 분에게 누런 황색 종이에 붓을 들고 서예를 배웠던 기억도 난다. 동네에 찾아 오는 이동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려 읽기도 하였다. 그후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서 읽는 생활을 꾸려 나가다 보니 책장에 책들이 제법 모였다. 미국 유학시절, 천장 높은 대학 도서관에 가서 에세이를 쓰고, 책과 디비디(영화, 다큐)를 대출 받어 나름의 문화생활을 하였지 싶다.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 서점에서 매달 책을 구입해서 읽고 책장에 책을 모아두면 괜히 뇌가 부르는 지적인 만족감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새로 이사를 하면서 책장의 대부분의 책을 정리해서 집이란 공간에서 없애버린 결정은 고통을 동반한 혁신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한 일이었다. 

읽어버린 책을 버리는 법을 소개하자면, 공익 단체에 전화를 걸어 책을 기부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 공간이 부족해서 거절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 중고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예약을 하고 헐값에 처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터넷 서점, 에스 24나 교보 문고에서 깨끗하고 멀쩡한 헌책을 저렴한 가격에 그나마 구입을 해주기도 한다. 책을 일일이 체크해서 사이트에 올리는 과정이 좀 귀찮긴 하지만 시도할만하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거부한 책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서 연락을 하면 된다. 아주 헐값으로 가져간다.ㅠ 당근 마켓에 내놓으면 최근 책이고 인지도가 있는 책이면 구매자가 나서기도 한다. 

책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헌 지식을 버리고 나니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후련한 느낌! 이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적응하기 바쁘다보니, 부끄럽지만 게으른 핑계 내밀어본다. 나이를 좀 먹으니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귀찮은 일이라는 것이다. 돋보기를 쓰고 책을 들여다 보는 것도 욕심이지 않나 하는 마음을 몰아 쫓아내기 힘들었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을 택하였지 싶다. 

마침내, 도서관에 있는 일터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먼저 도서관 회원가입을 하고 드디어 책을 빌려야 하는데 처음 하는 일이 서툴러 도서관 이용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침마다 도서관을 향해 가는 길이 걷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복잡하게 가는 과정이지만 이상하게 행복하다. 아마도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주는 에너지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서 내려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는 옛날 친구 이름이 들어있는 식당이 있다. 식당앞을 지날 때마다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잘 살고 있겠지. (너무 잘 살아서 연락이 없는 것이지. 골프 치고 신앙 생활 하느라 바쁜 것이지. 우정도 관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먼저 연락하고 싶었지만 늘상 한방향으로 가는 그런관계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친구가 먼저 안부를 물어야 쌍방향이 되는 것이다. 무심한 친구에게 삐진 것 맞다. 하지만 그 친구는 상관이 없는 듯하다.ㅋ) 

그리움과 섭섭함으로 걷고 있자니, 닭이 목청것 소리를 뽑는다. 정말 태고적 소리이다. 언제 닭울음 소리를 들었었지? 그래, 새벽이 아니어도 우는구나. 해가 이미 떠올라버린  아침시간에 왜 우는 것이지?ㅋ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닭울음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멋지다.

 닭울음 소리에 '포기 하지마'의 정신을 가르치고 개인적인 치유 경험을 하게 만든 작품이 생각났다. 사람들에게 절대 팔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작품을 시작해서 완성하기까지 치열했던 작품으로 많은 시간을 서성이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해서 탄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애정이 간다는 것이다. 작품의 에너지가 아직도 살아있어 힘들어 할때마다 나를 일으키기에 더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도서관은 참으로 조용하다. 

신성하고 너무 좋다.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어야 하지만 책 읽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마음을 꿀꺽 먹어본다.  십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마침내 도서관에 들어왔다. 감사하다!

                                         'Do Not Give Up', Mix media 


Wednesday, April 19, 2023

비오는 목요일

 비오는 목요일 아침이다. 서둘러 몇자 적고 집 밖으로 나갈려고 한다. 어제는 여름날처럼 날이 화창해서 가벼운 옷차림이었는데, 비가 내리니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나가야겠다. 옷을 차려입고 나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식당에서 매일 점심을 사먹고 있는 중이다. 비교적 저렴한 밥집이지만 밥맛이 아주 좋은 편이다. 물론 흰 쌀밥이지만 근래에 먹은 밥맛중에 최고이다. 평소 국과 찌개를 끓여 먹지 않고 있는데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국물이 많은 찌개류의 식단이다. 돈을 더 지불하면 더 맛난 음식을 먹을 수는 있지만 편의점 도시락을 먹지 않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다. 

반찬이 깔끔하다. 날마다 반찬이 바뀌는 것도 좋다. 나이 많으신 할머니와 딸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 함께 하는 식당은 영화속에 나오는 밥집 식당같아 이국적(?)이다. 점심때이고 하니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손님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매일 점심때 얼굴을 보이니 낯설었던 얼굴들이 웃으며 반긴다. 단골 손님 한분 추가! ㅋ

한정된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다 끝나서 오늘은 무엇을 먹을 지 살짝 고민이다.ㅋ 직장인의 고민? ㅋㅋ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먹거리를 구입하고 돌아오면 오후 세시쯤이다. 먼저 얼굴 세수를 하고 잠깐 동안이라도 쉬어야 한다. 십분 정도의 짧은 수면을 취하고 일어나 밀린 신문도 챙겨 읽어야 하고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 다시 오늘 끝내야 할 업무를 정리하자니 아직 일에 서투른 연유로 끝이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려야 한다며, 일과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그만 업무 정지를 허락한다.ㅋ 그래, 내일 아침 다시 시작하자고!

날마다 발전하고 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낯설었던 일들이 우왕좌왕 진동한만큼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부딪혀 깨우친 것들은 나의 것이 되어 삶에 대한 풍성한 파레트를 제공할 것이라 믿어 본다. 전공과 관계가 먼 엉뚱한 경험이지만 참신한 시각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새롭게 세상을 보기에 아주 적당한 선택을 한 것이다. 

비오는 목요일이다. 목터져라 웃는 일 많은 날을 보낼 것이라~~~아쌰아쌰!

  

바쁠수록 천천히

 아침 출근길에 깨달은 가르침 하나, 바쁠수록 천천히! 바삐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걸음이 더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의 걸음에 맞추어 걷다보면 저절로 지하철을 놓치면 큰일 날것처럼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자신의 속도를 지키며 가야 하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본능적으로 같은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지하철 벽에 안내 글귀가 커다랗게 표시되어있다. '바쁠수록 천천히'

처음 시작하는 일도 그렇다. 자신이 해야할 임무를 빨리 깨달아 완수해야 하는데 막막하다. 익숙하지 않기에 보아도 보이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지 못하기에 해결책을 구하지도 못하는 두려운(?) 왕초보의 걸음을 내딛었다.   최소한의 읽을거리인 신문도 보지 못하고 저녁 늦게까지 마주한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왔다. 

 결국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딪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할 수 있는 힘이 아직 내게 없음이 안타깝지만 부정적인 생각 탈탈 털어내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일어난다.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작은 수첩에 질문할 것들을 적어 놓으니 조금은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 든다. 

지금이야말로 천천히 움직여야 할 때이다. 

Monday, April 17, 2023

둘쨋 날 아침

 출근 둘쨋날 아침은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에 우울감이 들어 올것 같아 서둘러 밝은 옷으로 갈아 입다보니 아침이 부산스럽다. 옷을 챙겨 입고 어디론가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것을 암흑기(?)에 깨달은 점이다. 몇년 동안이나 분칠로 변장을 하지 않았기에 맨얼굴에 덧칠해져 있는 것들은 내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클린싱 오일까지 발라 철저한(?) 화장 지우기를 했다. 그리고 아침 변장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일었다. 이럴 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예의라고 생각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얼굴의 약점(?)을 보완한다고는 했지만 뭔가 어색하고 그렇다.

'흰머리'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염색을 하지 않은 사실이 염색을 하며 펌을 하는 사람들에겐 비호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하고 나갔는데 친구가 생얼굴로 무심하게 나왔을 때 느끼는 그런 느낌과 비슷한 것일까. 사람들 앞에서 염색을 하지 못한 이유를 변명처럼 늘어 놓는 자신을 보면서 조금은 불편하다 싶었다. 그렇다고 굳이 자신이 선택한 비염색에 대한 이유를 늘어놓으라고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잠시 동안 흐르는 침묵을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ㅋ

보통적인 것이 가장 무난하고 좋은 것이라는 알기에 잠시 민감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직도 자신은 보통적이지 않고 타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잘보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모양이다.ㅋㅋ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니 자신의 민감함을 용서(?)하기로 한다. ㅋ 

마음껏 내맘대로 살고 싶으면 혼자 잘 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사람들과 연결되기로 결정을 했으니 함께 어울려 좋은 영향력을 주고 받어야 함이다.  비가 오니 미세 먼지가 덜 하다고 한다. 화요일이니까 환하게 웃는 수니가 될 것이라 믿고 아싸아싸!


좋은 나

 마침내 첫 출근을 하였다.  이른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얼굴에 분칠을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첫출근 준비를 하다보니 40대의 눈동자가 살아있던 자신과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50대의 끝자락에서도  아직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늦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즐겁고 신나게 살아보는 것이다. 

집근처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다시 걸어서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였다. 한시간 이십여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을 하였다. 출근 시간보다 삼십분이나 빨리 도착하는 것도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기에 여유로운 것 같기도 하다.  외국에 나가면  신선한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주변의 봄꽃 구경도 하고, 낯선 도시풍경도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그런대로 낯선 장소가 주는 신선미가 있는 것 같다.

지하철안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지않고 멀뚱히 눈을 뜨고 건너편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이 불편한 일이긴 하다. 눈을 감고 지하철을 느끼고 있자니 금방 도착지에 다다른다. 문제는 이십여분이 넘는 버스의 배차간격이다. 정거장에서 건너편 푸른 나무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다리던 버스가 온다. 버스에서 내려 칠분정도 천천히 걸어가자니 초등학교 벽돌벽 현수막에 좋은 글귀가 나에게 말을 한다.

좋은 일

좋은 사람

좋은 삶을 만나려면

간단한 준비물이 있다.

좋은 나

                     -준비물, 최대호


그렇다.  친절하고 좋은 나!를 상상하며 확신한다. 

Thursday, April 13, 2023

사월이 찾아오면

 


Don't wait to do something

 


미세먼지로 뒤덮힌 봄날의 풍경속을 마스크 착용하고 걸었다. 목련이 지고, 철쭉이 꽃보따리를 열심히 들어 올리고 있는 사월의 시간이다. 보라빛 라일락이 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냥 지나치려다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스마트 폰으로 찍어도 실제 그 여리여리하고 고운 자태를 다 담아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요것을 찍어 말어?' 그냥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기억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억력이 딸리는 작금의 상태를 자각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다. 여러장을 찍어 겨우 한장의 그럭저럭한 이미지를 얻었나 보다. 지나가던 사람이 따라서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따라 찍는다. ㅋ

어린시절 보릿잎을 넣은 된장국 맛을 아는 나이의 사람으로 보였다. 아마 배가 고파서 익지 않은 청보리를 불에 구워먹은 가난했지만 구수했던 추억이 생각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 흰 쌀밥을 마다하고 잡곡밥을 먹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감개무량이다. 

동네에 사람이 있는 은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고령의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한다. 이십여분 넘게 걸어 도착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령이다. 한시간 넘게 기다려 업무를 보고 오노라니 디지털 시대에 맞게 빨리 적응을 해야겠다는 초조함이 찾아 들었지 싶다. 집으로 오는 길에 슈퍼에 들리니 어플을 깔아야 포인트 적립과 할인혜택이 주어진다고 한다. 당장 어플을 깔고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실행에 옮겼다. ㅋ 스마트폰에 새로 깐 어플이 몇개던가!

시장에 가서 현금주고 장보는 것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왠지 기분이 그랬다. 현금을 사용할 일이 없는 세상이다. 

마침내 도서관 회원 등록을 한 뜻깊은 봄날이기도 하다. 기분이 좋다. 

미루었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동영상을 만들다보니 잃어버렸던 자신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부작용으로 눈물이 찔끔 나왔다. ㅋ 과거에 연연해 할 일 아니지만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삶의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주어진 삶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아싸아싸 홧팅~~~

Wednesday, April 12, 2023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물질이 귀하던 어린 시절, 내게는 없는 안경을 쓰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지 싶다. 건강한 눈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당연함을 넘어 그저 '안경'이라는 물질의 '지성미'가 뜻하는 환상에 순진하게 걸려든 것이었을까. 책을 많이 읽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안경'을 쓰고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ㅋ 그저 잘 보이지 않아서 사용하게 된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고급지고 지적인 겉모습을 부러워했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안경을 착용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었는지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 안경이란 물건은  할 수 없이 착용해야 하는 생존 필수품이 되어 버린 나이가 되었다. 눈이 건강한 사람들이 노안이 오면 심하게 그 증상을 겪는다고 하더니 바로 내 경우가 그렇다. 이곳저곳에 돋보기를 가져다 놓고, 외출 가방에 돋보기를 챙겨 나가야 하는 지금, 눈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 이제서야! 홈쇼핑에서 눈 영양제 광고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구입했어야 했던가. 미리 예방을 했더라면 눈이 덜 나빠졌을까.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 침침한 눈으로 오랫동안 섬세한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욕심 부리지 말고 안보이면 안보이는 대로 적응하면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어찌? ㅋ)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것임에 동의할 수 있는 나이지 않는가. 작은 글씨가 모든 지혜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력이 좋다하여 모든 것을 정확하게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게 되어있다는 것쯤은 알 나이가 되었다. 그렇다고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맘대로 상상하고 예측하는 실수를 범해서도 안될 일이다. 

어쨋든, 돋보기를 발명한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은 아침이다. 아쌰아쌰~~~


Tuesday, April 11, 2023

Where Are You

 건강이 최우선인 나이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추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결하고 단순한 삶을 꾸려야 할 나이에 버리지 못하고 움켜쥐고 사는 모습 또한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다. 나아갈 방향감을 잃어버리고 주저앉아 우울해 하고만 있는 그림을 보게 되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나이를 잘 먹을 것인가 생각을 해봤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육십대의 모습을 성급하게 그려 보게 된다. 오십대의 시간은 한국에서의 적응기라고 한다면 육십대 이후의 인생은 건강이 허락된다면 과한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순리에 맞게 순응하고 소소한 일상의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름 그대로,

천천히 가되 멈추지 않고,

은은하게 자체 발광하여 주위를 밝히며,

순한 마음으로 수용하는 관대함을 넓히며 살다보면  

나이를 잘 꿀꺽꿀꺽 먹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 나이 들었다고 주저앉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막막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일단 시작한 그 용감한 마음 멈추어서는 안될 일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첫만남이 기분 좋았던 것은 상냥한 얼굴과 해맑은 웃음소리 때문일 것이다. 마스크를 벗고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이차가(30대 초반 ,40대 초반, 50대 후반)심한 가운데에서도 대화가 통하고 깔깔대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품위있고 상냥한 사람이고 싶다. ㅋ 품격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연구를 좀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쉽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입을 닫고 지갑을 열수 있는 품위 유지비가 있어야 하는데...ㅋ

때로는 얇은 지갑은 불편한 일이다.

그것은 그렇고,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니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잘 이행하고 볼 일이다. 그래,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잘 해결하면 될 일이고,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 줄 모를 때가 문제인 것이다. 

자신에게 기본적인 문장 하나 묻는다. 'where are you?'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다짐한다. 아쌰아쌰!!


Monday, April 10, 2023

분홍 립스틱

 얼굴에 화장(?)을 하고 앉아서 글을 쓴다. 비오는 날이라 살짝 향수도 얹었는데 과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ㅋㅋ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살게 되면서 화장품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들었다. 특히 마스크에 묻어나는 립스틱을 바른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라서 남들도 그리하였더 모양이다. 이제 '위스 코로나 시대'로 마스크도 벗어도 되는 시간이 도래하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로 가는 날이기도 하여 성심껏 화장 내지 변장을 하였지 싶다. 눈썹도 그리고 립스틱도 바르고 ㅋㅋ 화장을 하니 기분이 재밌다. 이상하다.ㅋ

새로 이사온 지역사회에서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가슴이 살짝 뛰며 긴장이 된다. 

맡겨진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제대로 가져야 함이다. 신문에서 좋은 글귀를 발견하였는데 인용하자면,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위대한 갯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누군가가 자신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때때로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쯤은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완전하도록 노력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수용하고 이해하면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ㅋ 서로를 존중하며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선을 넘지 말고 말을 아끼면 될 것 같은데 궁금하다.ㅋ 비판하고 싶을 때 특히 조심해야 헌다.ㅋ '그러려니~~'

분명한 것은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하다보면 사회적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 자신과 더불어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깊고 넓어질 것이며 더 다채로운 색의 풍부한 파레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신에게 셀프로 칭찬칭찬 ㅋ



사월의 선물

 


Sunday, April 09, 2023

night garden 동영상

즐거운 때

 화장을 했던 기억이 아득하다. 맨 얼굴에 마스크 쓰고 다니다 보니 화장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마스크와 안경을 쓴 얼굴에 화장을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을 버려야 함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혹시라도 기본 예의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색조 화장품을 구입하였다.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지 싶다. 젊은 시절로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붉은 기운 도는 립스틱을 바르니 초코렛 향기가 난다.

 화장의 도움이 없어도 얼굴에서 빛이 나던 순간이 내게도 있었지 싶다. 좋아하던 일을 할 때 생기가 돌고 밝은 에너지로 충만한 건강한 얼굴이었음을 기억한다. 자기 자신다울 때가 가장 아름다웠으리라 생각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만족할 때, 그 때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팽팽한 젊음은 시간과 함께 가지만, 다행히 사랑과 감사의 언어가 충만한 시간은 젊음과 함께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쁘다'라는 말보다 '멋지다'라는 말은 몇번 들었던 것 같다. ㅋ 그래, 난 멋진 여자이다.

명품을 들지 않아도 명품 그 자체인 여자, 바로 그 여자가 나라는 사람인 것이다. ㅋㅋ

명품을 더욱 빛나게 할 '화장'을 살짝 하면 되는 것이다. 

일요일 배부른 점심을 먹고 가까운 산에 다녀오게 되었다. 두 다리 아직 성성할 때 산에 가는 즐거움을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어린 고사리를 채취하는 남자와 망을 보는 여자를 만났다.ㅋ (산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란다.) 보자기하고 작은 무딘칼들고 들로 나갔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ㅋㅋ 공부했던 기억은 나질 않는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땅은 부드러웠고 아직 봄꽃이 남아 있었다. 김소월님의  분홍 진달래 꽃잎들이 땅에 떨어져 있으니 걸을 걸음 즈려 밟고 갈 수 밖에 없었다. 푸른 보석처럼 빛나는 어린 나뭇잎들의 반짝거림은 즐거움이었고 행복이었다.

천천히 산행을 해서 평소보다 조금 시간이 더걸렸지만 기분좋게 피곤했지 싶다.  봄산의 푸른 정기를 듬뿍 흡수한 난 기분이 좋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아쌰아쌰! 

Thursday, April 06, 2023

붉은 촛불

 


길을 가다가 마주친 단아하고 우아한 자목련이다. 한참 동안 바라 보았다. 봄바람에 흔들거리는 자태가 고혹적이다. 두려움 없이 피어나는 꽃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100일 동안 피우는 꽃 아니라서 아름답다. 추운 겨울을 견뎌 이른 봄에 피어나는 자신의  적당한 때를 알아 피고 지는 당당한 목련화이다. 하늘을 향해 부끄럼없이 피고 또 진다.

목련화 가곡, 엄정행

Wednesday, April 05, 2023

봄비



귀한 봄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쁜 봄꽃들이 비를 맞고 떨어지는 슬픈(?) 풍경도 있지만 오랫동안 대지가 마른 상태로  여기저기서 쉽게 불이 일어나 위험했는데 그나마 귀한 봄비가 내려서 다행이다.  봄비가 내리니 끝없이 퍼져 나갈 것만 같던 불길이 잡히기도 하고, 목마른 대지가 생명의 수분기를 얻어 씨앗을 품을 수 있도록 촉촉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봄에는 바람도 불고 보슬보슬한 봄비가 자주 내렸던 것 같은데 요즈음의 날씨는 메마르고 건조한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가 오후 산책을 하였다. 목련꽃과 벚꽃이 비바람에 떨어지고 철쭉이 꽃봉우리를 들어 올린다. 연두빛 새싹들이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파릇파릇 솟아나는 사월의 봄비 오는 날 풍경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내리는 봄비를 피하지 않고  운동기구를 붙잡고 각자 운동을 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먼저 건강을 챙기고 볼 일이다. 으쌰으쌰...

발걸음을 바삐 움직여 공원을 걷자니 봄비 맞고 서있는 꽃들을 사진 찍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ㅋ 그냥 마음속에 담으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으로 2023년 봄을 기록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어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다. 

'저항할 수 없는(irresistible) 작품 시리즈로 생각이 닿았다. (작은 사이즈의 유화작품들이 이제 여기저기로 흩어져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몇개 되지 않다) 꽃그림을 그리면 상투적이고 상업적인 시각으로 보여 피하여 할 주제였지만 난 저항하지 않고 꽃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새로운 실험을 하기엔 전통적인 미디엄(유화)으로 그냥저냥한 꽃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닥 실험적이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참지 못하고 그렸다! 그야말로 그러든지 말든지 그리고 싶으니까 그린 작품들이었다. 

향기로운 작약, 동네에 오랫동안 피어있던 난초꽃, 내 정원에 있던 노란 장미, 붉은 장미, 신기한 국화, 수선화, 개망초,등 그리고 싶은 꽃을 두고 그냥 그렸다. 그려야 할 이유가 더 컸던 것이다. 꽃은 오래가지 않아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다. 찰나적이고 향기롭고 유혹적이다.

마음이 설레어서 그린 것이다! 

봄꽃을 바라보는 것은 마음이 설레는 일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흰목련꽃은 사라지고 마음 좋아 보이는 목련의 푸른 이파리들만 보인다. 겨울동안 에너지를 비축해서 이른 봄에 꽃을 내놓던 봄꽃이 사라지고 이제 여름꽃의 때가 올 것이다. 철쭉이 일어나면 장미가 필 것이고 장미가 피고지는 사이 수국과 접시꽃이 필 것이고 무궁화 배롱나무 꽃이 필 것이다. 각자의 때를 따라 최선을 다해 피고 질 꽃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이고 감사함이다. 

청춘의 열렬함이 사그라진 것 같지만 난 은은함으로 남을 것이다. 내 이름 그대로 은은하게 순하게 자신의 시간을 고요하게 꾸릴 것이다. 이제 주어진 이름의 뜻을 제대로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었음이다. 귀한 봄비가 내리고 있다. 감사하다.


Tuesday, April 04, 2023

칭찬하기

 사람을 잘 사귀는 법을 친구에게 물었더니, 사람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장점을 찾아내어 칭찬해주면 자신의 사람이 된다고 답한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면 자신의 사람이 생긴다고 한다. 알고는 있으나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사람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살았던 것일까?  사람 잘 사귀는 법에 대해서 쉽게 말하지 못하겠다. 

칭찬하는 것은 쉽지만 그 칭찬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자신 또한 누군가 칭찬을 하면 그 배경으로 숨어있는 말하지 않은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진정성 있는 칭찬을 해주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고 했으니 그런 기본적인 태도 우선 갖추고 볼 일이다. 

입 다물고 잘 들어주고 이야기가 잘 통하면 친구가 되지 않을까? 언젠가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웃음 짓고 만다. 맨날 자신들의 이야기만 늘어놓던 사람들 말이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외로운 사람들이 생각난다. 외로움 때문이라고 이해하려고 했지만 그런 관계는 피곤하다. 때로는 자신 또한 인내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그리 행동하고 만다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때로는 어리석어 좋은 사람을 친구로 남기지 못하고, 때로는 인색함으로 배려하지 못하여 친구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너무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고, 나이 들어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성실하게 일하고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의 태도로 소통한다면 순조로운 생활을 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한다는 말이 있듯이 먼저 부족한 자신과 화해하고 사랑에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점 서로 보완하면서 따뜻한 마음 끄지 않고 서로를 지켜 준다면 좋은 관계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입을 다물고 두 귀를 열어 경청하는 자세는 기본 중에 기본이고 말이다.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ㅋ 자신을 잃어 가면서까지 관계를 만들려고 하면 오래 가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말대로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굳이 단점을 발견하여 지적질 할 일 아니고 충고하는 무식함을 보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마음과 눈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으쌰으쌰 홧팅! '잘하고 있어!' ㅋ

Monday, April 03, 2023

The Smart Life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시간을 꾸린 어제의 하루는 기분이 별로였다. 산책을 할 땐 스마트 폰을 챙기지 않고도 나갈 수 있는 생활을 누리는 사람이었는데 그 자유를 못누릴 것 같아 마음이 언짢기도 하다. 메세지 알림 소리에 민감해지고 걸려오는 전화 벨 소리에 민감해진다. 이런 증상이 사회화의 첫걸음인가.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 얼굴을 숙인 사람들을 피해 걸어가야 할 때면 욕 나오는 것을 참고 걸었는데 이제 나도 그들과 같은 생활로 접어 들게 된 것을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소프트 웨어의 호한성이 높고, 휴대전화와 컴퓨팅 기능을 하는 스마트폰안에서 웬만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발명된다고 하니 비교적 아날로그적인 삶을 영유하던 자유로운 영혼이 큰 타격을 받는다.  콧물이 흐르고 손발이 차가와지면서  원시적 두려움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낀다.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 수 없으니 아쉬운 내가 적응을 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사용 방법을 알면 더 편리한 생활을 꾸릴 수 있다고 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나 싶다. 문자 날리며 안부 묻는 것 보다 전화 걸어 목소리 듣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때문에 어쩔 수 없는 대안이기도 하지만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이 진짜라고 믿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 조직에 들어가게 되니 편리한 '소통'의 방법을 잘 익히는 일이 기본이라는 것을 인지하였다.  낯설은 디지털의 세상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차차 익숙해질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했던 지난날의 경험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 미국에서 디자인 학부 대학생들 수업을 앞두고 막막해 했던 그 여름을 생각해 본다. 2011년 여름은 도서관에서 디자인 책들을 읽어 보고 지도안을 짜면서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던 두려움을 이겨낸 그 경험!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연습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잠깐이었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 들었다. 보복적으로 스퀏을 했다.ㅋ 시작은 우왕좌왕 헝클어진 모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분히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은 마음이다!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할 때의 시간으로 돌아가자면 '실패해도 괜찮아!!'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작품들은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반면에 반드시 멋진 대작을 만들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들어갔던 작품들이 얼마나 힘들었던지요.ㅋ 

하여튼, 자신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열받지 않게 노력이라는 것을 조금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당장! ㅋㅋ 홧팅

 


Sunday, April 02, 2023

April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한 4월이다. 꽃들에겐 그들만의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봄은 개화기가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을 뿐만아니라 꽃들이 고유의 적당한(?)때를 기다리지 않고 앞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라 한다. 아마도 그 적당한 때가 일찍 도래한 모양이다. 그래서 꽃잔치 가득한 봄날을 마주하긴 하지만 한꺼번에 사라질 생각을 하니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긴 겨울 동안 달고 있던 붉은 열매를 서둘러 떨어뜨리고 이른 봄 먼저 작은 노란 꽃들을 들어올린 산수유와  별같은 얼굴로 우아하게 빛나는 흰 목련화, 팝콘처럼 튀겨져있는 벚꽃, 울타리로 서있는 개나리, 향기 진한 보라색 라이락 이런 꽃들은 도시 봄풍경의 기본값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벚꽃을 달이 떠있는 밤시간에 바라보는 것은 낭만적이다. 이름 모를 혹은 이름 없는 식물들도 꽃이 피는 사월이란 시간이다. 

양지 바른 곳에서 일찍 꽃을 드리운  꽃들은 시간과 함께 지고, 그늘에서 서 있는 나무들은 기꺼이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려고 한창이다. 봄이다! 

드디어 겨울 옷을 정리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추운 시절 함께했던 두꺼운 옷들을 정리하고 봄옷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름옷'을 챙겨야 한다. 꽃들이 그 적당한 때를 알아 서둘러 개화를 하듯이 봄도 없이 여름이 도래하는 작금의 상황에 맞게 여름옷을 챙겨둬야 한다. 정말 지구가 사막화를 하고 있는 것인가? 언제부턴가 봄과 가을에 입는 옷을 제대로 꺼내 입지도 못했던 것 같다. 오리털 잠바를 벗고 바로 여름 반팔티를 입었던 작년 여름이 생각이 난다. 기분좋게 쾌적한 시간은 극히 짧고 추운 겨울 아니면 더운 여름이지 않나 싶다. 

그래도 봄이라 일교차가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고용계약서'를 쓰기로 한 봄날이다. 대학원 시절에  학부 강사 계약한 그 이후로 처음이다. ㅋ 제 2막 인생을 잘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스스로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무너져 좌절하고 무기력하던 어두운 시간은 자신을 더 건강하게 회복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씨앗이 땅속에서 어두운 시간을 견디고 싹을 튀워 밖으로 나와 일어 나듯이 나 또한 그리하리라 믿는다.  '집착'이 아니고 '실패에 대한 허용'이다. 두려움 없이 밖으로 나가 보는 것이다. 경험한 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아직도 인간관계가 두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상처주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덕분에 깨닫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그러다보면 감정에 덜 휘말리지 않을까 싶다. 원만한 인간관계? 먼저 성실하고 친절하고 그리고 3번 인내하고 그리고 역지사지 배려하는 마음 갖고, 입 다물고 두 귀로 잘 경청하고 잘 소통하면 별 일 없이 잘 지낼 것 같은데...뭐가 문제지? ㅋ

친구가 카툭을 남겼다. '무조건 잘 못한다고 혀라' ㅋㅋㅋ 

괜시리 능력있는 척 했다가  일복 터질까 염려 되었을까 아니면 잘난척 하다 찍힐 것 걱정되어 한 말일까.ㅋ

친구에게 걱정마라고 응대했지만 아는 것을 모른다 할 수 있을지 나 자신도 궁금하긴 하다. ㅋ

일단 '봄날'이니 웃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