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20, 2023

도서관으로 가는 길

 '도서관'이란 장소는 가슴이 살짝 뛰는 공간의 이름이다.  토플 공부하고 영어공부를 하던 대학 도서관은 자리를 잡기 힘들어 아침 일찍 입실을 하여 가방을 던져 자리를 맞추곤 했었다. 젊음과 헝그리 정신이 함께 있어 열기가 있었던 공간이었다.  신혼시절 동네 도서관에 가서 연세 지긋한 분에게 누런 황색 종이에 붓을 들고 서예를 배웠던 기억도 난다. 동네에 찾아 오는 이동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려 읽기도 하였다. 그후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서 읽는 생활을 꾸려 나가다 보니 책장에 책들이 제법 모였다. 미국 유학시절, 천장 높은 대학 도서관에 가서 에세이를 쓰고, 책과 디비디(영화, 다큐)를 대출 받어 나름의 문화생활을 하였지 싶다.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 서점에서 매달 책을 구입해서 읽고 책장에 책을 모아두면 괜히 뇌가 부르는 지적인 만족감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새로 이사를 하면서 책장의 대부분의 책을 정리해서 집이란 공간에서 없애버린 결정은 고통을 동반한 혁신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한 일이었다. 

읽어버린 책을 버리는 법을 소개하자면, 공익 단체에 전화를 걸어 책을 기부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 공간이 부족해서 거절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 중고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예약을 하고 헐값에 처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터넷 서점, 에스 24나 교보 문고에서 깨끗하고 멀쩡한 헌책을 저렴한 가격에 그나마 구입을 해주기도 한다. 책을 일일이 체크해서 사이트에 올리는 과정이 좀 귀찮긴 하지만 시도할만하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거부한 책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서 연락을 하면 된다. 아주 헐값으로 가져간다.ㅠ 당근 마켓에 내놓으면 최근 책이고 인지도가 있는 책이면 구매자가 나서기도 한다. 

책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헌 지식을 버리고 나니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후련한 느낌! 이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적응하기 바쁘다보니, 부끄럽지만 게으른 핑계 내밀어본다. 나이를 좀 먹으니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귀찮은 일이라는 것이다. 돋보기를 쓰고 책을 들여다 보는 것도 욕심이지 않나 하는 마음을 몰아 쫓아내기 힘들었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을 택하였지 싶다. 

마침내, 도서관에 있는 일터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먼저 도서관 회원가입을 하고 드디어 책을 빌려야 하는데 처음 하는 일이 서툴러 도서관 이용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침마다 도서관을 향해 가는 길이 걷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복잡하게 가는 과정이지만 이상하게 행복하다. 아마도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주는 에너지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서 내려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는 옛날 친구 이름이 들어있는 식당이 있다. 식당앞을 지날 때마다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잘 살고 있겠지. (너무 잘 살아서 연락이 없는 것이지. 골프 치고 신앙 생활 하느라 바쁜 것이지. 우정도 관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먼저 연락하고 싶었지만 늘상 한방향으로 가는 그런관계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친구가 먼저 안부를 물어야 쌍방향이 되는 것이다. 무심한 친구에게 삐진 것 맞다. 하지만 그 친구는 상관이 없는 듯하다.ㅋ) 

그리움과 섭섭함으로 걷고 있자니, 닭이 목청것 소리를 뽑는다. 정말 태고적 소리이다. 언제 닭울음 소리를 들었었지? 그래, 새벽이 아니어도 우는구나. 해가 이미 떠올라버린  아침시간에 왜 우는 것이지?ㅋ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닭울음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멋지다.

 닭울음 소리에 '포기 하지마'의 정신을 가르치고 개인적인 치유 경험을 하게 만든 작품이 생각났다. 사람들에게 절대 팔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작품을 시작해서 완성하기까지 치열했던 작품으로 많은 시간을 서성이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해서 탄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애정이 간다는 것이다. 작품의 에너지가 아직도 살아있어 힘들어 할때마다 나를 일으키기에 더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도서관은 참으로 조용하다. 

신성하고 너무 좋다.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어야 하지만 책 읽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마음을 꿀꺽 먹어본다.  십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마침내 도서관에 들어왔다. 감사하다!

                                         'Do Not Give Up', Mix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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