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기
에스칼레이터와 계단의 두 갈래의 길을 앞두고 조금 망설이다가 계단 오르기를 선택하곤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만보 이상 걷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스쿼트도 틈을 내어 실행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주 조금 줄어든 몸무게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여기의 나는 계단 오르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 둘 셋...16개의 계단을 오르고 잠시 몇걸음 나아가 다시 16개 그리고 잠시 몇걸음...16개의 계단이 4세트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ㅋ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 잠시 에스칼레이터를 이용했었고 마지막 코스에 계단이 아날로그적으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단을 오르고 나니 몸에서 열이나고 마스크와 안경에 습기가 차오르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마스크를 벗고 이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도착하니 이제 버스가 오려면 25분이 걸린다고 정거장 안내판에 정보가 뜬다. 할 수 없이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오늘의 할 일'을 체크하고 '길찾기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 길게 느껴지던 25분이 지나가고 반가운 버스가 달려오고 있다.
두려움을 떨치고 집밖으로 나온 자신을 셀프로 칭찬해 주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셀프이지 않은가. 아직 건강한(?) 두 다리로 계단을 오르고 있는 하루 하루를 감사하고 싶다. 두 다리가 영원히 멀쩡한 것이라곤 생각하지는 않는다. 품위있게 멋지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쯤은 알아챌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철쭉이 불처럼 일어나 푸른 잎을 일으키고 붉은 목단이 향기를 내뿜는 사월 말의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으쌰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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