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28, 2025

싱글벙글

 동네 공원의 붉은 흙이 깔린 운동장을 천천히 뛰는 마음은 '싱글벙글'이다. 드넓은 하늘을 머리 위로 두고 푹신푹신한 붉은 흙을 밟으며 뛰는 자신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층 아파트 건물로 하늘을 쪼개어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었는데, 쉽게 누리지 못할 드넓은 하늘이 머리 위에 축복처럼 있지 않는가.

노년의 사람들이 햇빛 샤워를 하며 맨발로 운동장을 걷는다. 몇몇 젊은 남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게임 준비를 하느라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나이탓을 하며 두 다리로 뛰는 것을 주저하고 단순하게 '걷기'만 반복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알게된 '슬로우 조깅'을 조심스럽게 실행해 보는 것이다. 천천히 뛰는 저강도 운동을 지난번보다 시간을 더 늘려 하는 것이다. 땀이 살짝나면서 기분이 젊어지는 것을 느끼며 '싱글벙글' 웃는 내 마음의 풍경을 알아챘다.

멈춰섰더니, 두 다리가 묵직하다. 힘찬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나는 싱글벙글 기분이 좋다. 늘상 다니는 길의 건널목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과일가게가 있다.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긴 하지만 '그러려니'하며  푸른 빛이 도는 바나나와 귀여운 대추 토마토와 귀엽게 생긴 고구마를 구입한다.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사회에서 '호칭'은 신경쓸 필요가 있다. '고객님' 보다는 친근감이 느껴지는 단어로 선택했던지 아니면 무난하게 남들이 사용하는 그대로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호칭을 사용하는 것인지. 가끔, '저는 사장님의 엄마가 아닌데요' 하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집으로 가려면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먹거리가 들어있는 검은 봉다리를 들고 길거리 노점 앞을 지나가자니 괜시리 눈치가 보인다. 바깥 길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찬바람을 맞으며 장사하는 사장님 아저씨의 눈길을 피하며, 손에 들려있는 불투명한 검은 봉다리 안의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기를 바래본다. '아저씨, 푸른 바나나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어깨를 활짝 펴고 신호등 불빛이 푸른 색이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불확실성'을 견디는 잘키운 근육을 생각해 본다. '감사'라는 단어는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 '고통'을 참고 견디며 만든 '마음 근육의 힘'으로 누릴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라는 것을. 



Thursday, February 27, 2025

오늘을 살다

전날부터 챙겨 걸어둔 옷을 착장하고 밖으로 나가려니 가슴이 조금 뛰는 것을 느낀다.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친구를 만나기 적당한 날이 바로 '오늘'이란 생각으로 나름 굳은 결심을 하고 내게는 어려운(?) 약속을 지키고 본다. 어찌하여 만남을 가지는 일이 '큰맘'을 먹어야 하는 일이 되었단 말인가. 제일 젊은 오늘, 친구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일이 주름지고 있는 내가 챙겨야 할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다행이다. 

평일인데도, 아니면 평일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은 나보다 노후한 사람들이 가득차있는 것에 새삼스럽게 놀랬다.  밖으로 나가 '활동하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일수도 있고 게다가 날이 풀려 다들 나처럼 '봄'의 만남을 하는 모양이다. 혼자 우두커니 집안에만 있으면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까딱 정신줄 놓치면,  쇼파에 눌러붙어 리모컨 들고 이리저리 TV 채널 돌리다 코뱅맹이 소리로 유혹하는 홈쇼핑 쇼호스트의 유혹에 걸려들고, 유혹을 뿌리쳤다치면 다시 따끈 따끈한 재미난 드라마와 영화들이 '일어서는 나'를 주저 앉히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나에게도 계획이 있고, 나를 나답게 하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을 슬기롭게 쪼개어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일도 역시 내게 필요한 일이다. 

멀리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친구를 위해 지하철 역을 끼고 있는 대형 백화점은 고급지고 화려하다. 대형 백화점의 세련된 공간미에 눈동자가 바뻐지고, 여기저기 평소에 보지 못했던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물건들이 시선을 뺏는다. ('물욕인가, 호기심인가' ) 생각보다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은 국가 경제가 걱정스러웠지 싶다. 바글바글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산한 백화점의 풍경은 온라인 쇼핑에 고객을 빼앗기고, 특히 작금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평소와 다른 생활리듬에 몸이 피곤하다. '아, 난 늙었구나~~~' 콧물이 나고 허리도 뻐근한 이상 증세를 보이며 몸이 비상신호를 보내온다.  할 수 없이 일찍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볼 일이다. 두 다리 성성하고 더 건강할 때,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더 자주 만나야겠다는 깨우침을 얻는다. 십대때 만난 시절 친구를 지금까지도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있지 않는가.  삶의 여정에서 서로의 이름을 가슴에 품고 기억하고 기꺼이 얼굴을 보이는 사람, 그 사람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깨우침. 

난 오늘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나를 보았다.


Wednesday, February 26, 2025

두부의 맛

  집안에만 있어도 갑갑증을 느끼지 못하는 성향을 바꿀 필요는 있다. 귀찮드라도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 신선한 시각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밖으로 나가보니 온다는 '봄'은 속도를 내지 않고 조용히 천천히 온다. 아무리 날씨가 풀렸다고 해도 봄을 데리고 오는 바람이 차가울 것을 알기에, 어제와 같은 옷으로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온 것은 잘한 일이다. 하늘에서 봄햇살이 축복처럼 내려온다. 두 팔을 흔들고 발 뒷꿈치로 걷자니 온 몸이 자체발열을 한다. 목도리를 느슨하게 풀고 오리털 잠바의 지퍼를 열어 젖힌다. '응, 날이 어제보다는 포근하군^^'

동네 텃밭에 당첨되지 않은 오늘의 나는 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 인구의 20프로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지금, 게다가 시국이 어지럽고 물가가 좀처럼 내려갈 것 같지 않은 난세(?)에 '텃밭 가꾸기'는 어떤 필요를 채워주고 치유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나처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직은 아무런 씨앗이 심어져 있지 않은 공원의 빈 텃밭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아쉬움과 부러움이 더 쑥쑥 자라고 만다. '그려, 허리 아플 것 같아, 모기에게도 물릴 것이고......' 한참이나 자신을 다둑거렸지 싶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서 차디찬 흙을 밟고 걷는 사람들이 있는 공원 운동장으로 향해 본다.  푹신푹신한 황토의 흙이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은 어떤 효험이라도 본 사람들처럼 성실하게 운동장을 돈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저 차디차고 까끌거리는 표면을 온 발바닥으로 견디는 것인지 나름의 근거와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 '공원을 관리하는 시가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질좋고 촉촉한 황토로 길을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맨발로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 앞꿈치를 이용한 '슬로우 조깅'을 혼자서 과감하게 시행하고 본다. 얼굴 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앞을 보며 좁은 보폭으로 하나둘하나둘 천천히 뛰다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등 뒤에서 뜨근하고도 자잘한 땀이 난다. 무리하지 않고 운동장을 돌고 집으로 걸어 돌아오는 나는 친구가 알려준 가성비 좋고 착한 '두부'를 사러 간다.

'무농약'과 '국산 콩'이란 단어 사이에서 한참이나 망설이고 있는 나의 모습(ㅋ). 무농약이며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사려면 댓가를 더 치루어야 한다. '무농약'이란 단어는 항상 긴장감과 불안감을 준다. 그러면 그동안 내가 먹은 두부들은 '농약 범벅(?)이었단 것인지. 상쾌했던 기분이 불안해진다. 

'국산콩'이란 단어를 굵게 표시한 두부를 사와서 먼저 먹어보기로 한다. 두부의 처음 맛은 '큰엄마의 맛'으로 어릴 적( 아주 옛날) 시골 큰 집에서 불린 콩을 갈던 맷돌의 모습이 생각난다. 큰 엄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돌아가는 맷돌의 구멍에 물을 부어주는역할을 하던 어린 나. 콩비지를 걸러낸 콩물을 장작불로 끓인 다음, 간수를 넣어 천천히 저어 순두부처럼 뭉글뭉글 뭉쳐지면, 물기를 뺀 뭉글뭉글한 순두부를 두부 모양으로 굳히던 큰 엄마의 모습이 퍼즐 조각처럼 부분 부분 기억난다. 

물렁물렁하고 슴슴한 두부는 물에 퉁퉁 불려지고, 예리한 칼날에 알알이 갈아지고, 뜨거운 열을 통과했을 것이다. 짜디짠 간수에 응고되어 누름돌의 무게를 견디며 품고있는 물기를 쏟아내고 굳혀져 내게 온 하얀 두부.  아무맛 없는 두부가 이제는 부드럽고 슴슴하고 나름 고소하다. 


Tuesday, February 25, 2025

조용히, 천천히

 하루의 생활 리듬이 바뀌는 것은 나름의 신선함과 즐거움이 있는 일이지만 조금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읽지 못한 신문이 쌓여있는 그림은 조금은 불안하고 평화롭지 못한 느낌을 갖게 한다. 해가 있는 시간에 '동네 공원 걷기'를 다녀오면 마음 속의 불안함도 거둬질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조용히, 천천히 마음 속에 일어난 물질적인 생각과 키워진 욕망들을 내려놓음으로 평안한 '나'를 찾아야 한다.  평화롭고 감사함이 충만하도록 조용한 시간을 기꺼이 가져야 한다. 지금 난,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해^^

Monday, February 24, 2025

겨울 아웃팅



 

긴 겨울을 토해 내듯이 봄이 '훅' 하고 오려나 보다. 

목련 나무는 작은 촛불들을 들어 올렸고

산수유는 붉은 열매들을 땅으로 내려 놓은 지금

벚꽃 가지들도 검은 가지들마다 잘잘한 꽃주머니들을 매달았다. 




 

Sunday, February 23, 2025

Home, Sweet Home


 날짜는 이미 봄의 시간이지만 한겨울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털모자가 달린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입고도, 혹시라도 한기가 목을 타고 몸으로 침범할 것을 염려해 강박적으로 목 주변을 이중 삼중으로 목도리로 둘러매고 거기다가 외투 하나를 껴입은 효과가 난다는 털 모자를 쓰고 보안경과 장갑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본다. 동네 공원을 걷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로 소중한 '나'를 위해 기꺼이 챙겨야 하는 일이다 

겨울 나무는 추상화다. 특히나 겨울 나무 가지 위에 있는 '까치집'은 얼굴을 들어 쳐다보게 한다. 새들마다 둥지를 만드는 장소나 방법이 다르다는데, 까치는 키가 높은 나무위에 둥지 형태의 집을 만든다고 한다. 까치는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 키 높은 나무위에 둥지의 장소를 물색하고, 여기저기 날개품을 팔아 적당한 나무 잔가지를 물어와 얼기설기 엮어 둥지의 기초(틀)을 만들고, 안쪽은 새끼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다른 동물의 털이나 나무 잔뿌리와 새의 깃털 등을 이용해 포근하고 아늑하게 꾸민다고 한다. 

추운 날에도 운동 삼아 파워워킹의 자세로 걷기를 하였더니, 목줄기에서 땀이 나고 몸이 뜨거워진다. '까치의 아기 새들도 둥지를 떠났을까?' 때가 되어 나의 두 아들들이 각자의 둥지로 떠났다. 좀 더 현명하고 슬기롭게 자식들을 키울 것을......이제와 무슨 소용있으리요만은. 지금이라도 사랑의 이름으로 잔소리 하지 않고, 자식들의 삶에 간섭하지 말고, 존중하기로 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일테니.

Thursday, February 20, 2025

더 깊게

 

 종종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꿋꿋이(?) 서있는 고목 나무의 모습을 보면 뭔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느낌을 받곤 한다. 쨍쨍한 햇빛과 온 몸을 흔들고 적시는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쓰러지 않고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를 깊게 내려 서 있는 나이든 나무. '넌 비워냈구나!'
 
나무는 줄기와 가지 끝에 있는 '생장점'으로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데, 나무 몸통의 텅빈 공간은 몸통 중심부의 오래된 세포가 나이들고 취약해져서 '박테리아'나 '균'에 의해서 갉아 먹힌 흔적이기도 하고 나무 스스로 가지를 끊어 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속이 빈 나무는 그나마 몸통 바깥 부분의 형성층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줄기와 가지 끝으로 양분과 수분을 이동하게 하여 살아남긴 하지만 강한 바람에 부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뿌리를 땅 속 깊이 내렸을까나.'

나무처럼 시간을 품은 주름진 나는 무엇을 비워내고 살고 있는 것인지 잠시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세포는 대체로 1년 정도며, 대부분의 낡은 세포는 죽어 없어지고 피부 표피 세포는 수명이 28일이라고 한다. 거울 앞에 있는 나의 얼굴 피부는 한 달 전의 내가 아니란 말이다. 어쩐지 가끔 거울 속의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 물론 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심리적인 거부에서 나온 현상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뇌 세포는 분열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고 쉽게 용서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쭈욱 살게 되는 모양이다.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강제 '내려놓기'를 하게 되었던 시절도 있었고 스스로 가지치기를 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어쩔 수 없었던 그 시절의 큰 변화는 두려움을 동반한 일이었다.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불던 시절을 견디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적지 않은 것을 포기하였고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아직 삶속에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잘 살고 있는 듯하다.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치면, 어두움 속으로 뿌리를 '더 깊게' 내리면 되는 것이다. 


 

Wednesday, February 19, 2025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아직 동네공원 텃밭에 당첨되지 않았지만, 여러 빛깔의 상추와 들깨 그리고 고추 모종을 심고 메리 골드(marigold)를 심는 상상을 해본다. 소중한 눈에 대한 예의로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풍부한 메리골드를 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꽃향기를 벌레들이 싫어한다고 하니 나의 야채 가든에 적당한 것 같다. 꽃차를 만드는 귀찮은 과정을 이행하고 살지는 미지수이지만 둥근 태양같은 꽃송이를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지 않겠는가. 

꽃모양이 태양처럼 동그랗고 꽃잎의 생김새가 캉캉 치마같은 프렌치 메리골드(만수국)는 '멕시코'가 원산지라고 한다. 태양을 좋아하는 꽃으로 해가 뜨면 만개하고 해가 질 무렵이면 꽃봉오리를 닫는 습성이 있으며, 오랫동안 개화를 하는 이유로 '만수국'이라고 불려졌다고 한다. 멕시코에선 망자를 인도하는 신성한 꽃으로 사용되며, 만수국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그지, 태양을 향한 마음으로 비바람을 참고 견디다보면 꽃송이가 커지고 풍성해지는 '행복의 맛'을 맛보게 되는 것이야~~~'

한편 '앞으로 다가 올 폭풍에 대한 경고'의 뜻도 숨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삶이란 자연의 일 부분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이 있으며, 해가 있으면 비가 있고 비가 있으면 바람이 불어야 생명이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깨어있는 마음'으로 폭풍과 번개를 대비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함으로 가꾸며,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감사하며 산다면 이미 '행복'은 가까이 있는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메리골드' 덕택에 해본다.  

Tuesday, February 18, 2025

엄마의 맛

 

길거리 좌판에서 보게된 귀엽고 깜찍한 '꼬막 악세서리'를 보고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꼬막 껍데기의 변신은 '웃음'이 나온다. 질퍽한 땅에 하얗게 박혀있었던 조개 껍데기들의  어린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남쪽 바다가 가까웠던 큰집에서의 어린 시절 풍경화 속엔  감나무 아래에 석화 껍데기가 박혀있고, 우물가 물 내려 가는 질퍽한 땅엔 발로 내딛을 수 있도록 꼬막 껍데기와 바지락 껍데기가 단단함으로 무른 땅을 야무지게 받치고 있다.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뒤, 찰랑찰랑한 속살로 짭쪼름하고 쫄깃한 '참꼬막'의 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것 같다. (참꼬막은 주름이 부채살 모양의 골이 깊게 패여있고 잔털이 없다고 한다.) 특별한 날이면 어김없이 참꼬막을 삶던 우리 엄마. 부엌에 들락거리며 몰래 짭쪼름한 맛을 훔쳐먹던 어린 나는 턱밑이 간질간질했고, 꼬막 입을 벌리느라 손톱 밑이 욱신거렸다. 어른이 되어 직접 꼬막을 구입해 꼬막을 삶아 보았지만, 엄마처럼 찰랑찰랑하고 탱글탱글한 속살이 살아있는 꼬막 삶기는 엄마처럼 절대 되지 않았다.

참꼬막은 뻘에서 자라기 때문에 해감이 필요 없으나, 시커먼 물이 다 빠져 나올 때까지 굵은 소금을 넣고 '빡빡' 문질러 잘 씻어야 하고, 틈새에 남아있는 검은 찌꺼기들은 헌 칫솔로 빡빡 씻는 것도 좋다고 한다. 꼬막의 비릿한 핏기가 가시게 하면서 짭쪼름한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끓은 물에 찬물2컵 넣어서 식힌 다음 씻은 꼬막을 넣고 한쪽 방향으로 젓으며 삶는 것이 쉽지가 않다. '요리는 타이밍이다!' 그런데 꼬막 삶기는 그것이 어렵다. 삶는 물이 거무스름해지고 꼬막이 입을 벌리기 직전에  얼른 불을 끄고 꼬막의 핏기를 확인하며 어릴 적에 보았던 엄마의 꼬막과 비슷하면 채반에 건져서 식히면 끝이다. 그런데 너무 덜 삶아서 탈이 나지 않을까 꼭 염려를 하며 그만 과열로 인한 실패를 맛보고 만다.

이제는 사람들이 '꼬막맛'을 알아서 해안가 갯벌에서 꼬막씨를 말릴 정도라고 한다. 아직 찬바람이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참꼬막'을 엄마처럼 잘 삶아 보는 것도  작은 도전이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참꼬막은 엄마의 맛'이다~~~

Monday, February 17, 2025

Dust in the Wind

 

어느 때나 서쪽 바다로 지는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드는 것은 아니기에, 붉게 물드는 찰나적인 하늘 풍경은 언제나 귀하고 아름답다. 잠깐 동안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버리는 모습이 '아쉬움'을 간직한 '낭만적'이란 단어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까지 붉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을 보면서 언젠가부터 과학적으로(?) 대기 중의 '먼지'를 생각하곤 한다.

노을이 붉은 이유는 빛의 '산란' 즉 빛이 어떤 물질과 '충돌'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현상으로, 해가 떠오르거나 지면서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 햇빛이 두꺼워진 대기층을 쉽게 뚫지 못한다고 한다. 고도의 낮음으로 인해  파장이 짧은 파란색 계열은 도달하지 못하고 파장이 긴 빨간색 계열이 대기중의 입자와 결합하여 해가 뜨고지는 시간은 하늘이 붉은 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산란하는 태양의 빛이 대기 중의 '먼지'와 부딪혀 붉게 보인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오히려 더 낭만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다는 것은 '먼지가 나는 일'이라는 생각~~~'Dust in the wind'라는 노래도 생각나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tH2w6Oxx0kQ
Kansas-Dust in the Wind

Sunday, February 16, 2025

Small Things

 나이가 들면 체중을 줄이는 것과 같이 체중을 늘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몇 달째 이상적인 몸무게를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결국 오늘 아침의 체중 숫자는 자신에 대한 불신감과 불안함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살을 쉽게 찔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아낸 면도 있지만서도. 푸근한 쇼파에 기대어 꼼짜도 하지 않고 집중하여 여러 편의 영화를 보며, 게다가 지방이 많아 고소한 견과류를 입으로 집어 넣은 결과이다. 하지만 자꾸만 나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달콤한 거짓말로 이렇게 말한다. '근육이 늘었을거야^^'

이번 여행 후 평범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다. '봄이 오는 모양이다~~~' 바깥은 아직 겨울 찬바람이 불지만 어디론가 가고 싶은 따뜻한 봄바람이 마음 속에 이미 불고 있다. 동네공원 걷기는 방향 잃은 마음을 잡기에 적당하다. 서둘러 주름진 붉은 열매을 떨구어내고 있는 동네 공원 산수유는 매마른 가지에 작은 노란꽃을 품은 꽃망울들을 가득 올리고 있다. 겨울 그늘로 얼어있던 땅이 녹아, 축축하게 젖어있는 어제의 공원은 초봄의 기운이 가득했지 싶다. 

주말에 너무 많은 영화를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용도 섞이고 음미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이란 영화이다. '킬리언 머피'가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 제목이 마음에 들어 꼭 보고 싶은 영화였기도 하다. 일단 시각적으로 잘 찍은 사진 하나를 감상하는 것처럼 각 장면이 단순하지만 철학적이고 추상미가 있으며 '킬리언 머피'의 깊고 푸른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1985년 아일랜드 크리스마스를 앞둔 차가운 겨울을 배경으로, 석탄 목재상인 빌 펄롱(킬리언 머피)가 마을의 수녀원이 간직한 은밀한 비밀, 강제노역과 학대, 미혼모들의 아이들을 강제 입양...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희생'을 감내하며 '용기'를 내어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양심의'선택'을 하는 이야기다.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이야기다. 자신도 녹녹치 않은 살림살이로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가정을 돌보고 살아가려면 모르는 타인의 삶을 모른 척하고 살아가야 할 삶인데,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는 수녀원에 찍히면 안되는데......먹고 살려면 모른 척하고 안 본척하고 자식들 잘 키우고 살면 되는데......

빌의 엄마는어린나이에 미혼모로 빌을 낳았다. 불쌍한 엄마와 빌을 거두어 준 '미시스 윌슨' 부인은 미혼모인 어린 엄마와 자신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따뜻하게 격려하며 날마다 보여준 작은 친절과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뒤돌아 본다. 눈치를 보며 얹혀 살았던 순간 순간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자신 안에 있는 것이다. 

멈춰서 돌아볼 틈도 없이, 가정을 이룬 지금의 삶은 팍팍하고 검은 석탄이 찌든 손을 솔로 빡빡 씻어야 하는 지금. 힘든 중에도 타인을 도와줄 여력이 있는 것인가. 자신의 삶 하나만 생각할 수 없고 무엇보다 책임져야 할 가정을 생각하면 '옳은 선택'이지만 쉽게 행동할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지역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일인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모른 척하지 않고 작은 도움을 주는 그 양심에 따른 선택 그 자체가 자신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저항'이며 희생이란 댓가를 치루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인공 빌은 자신의 양심에 따른 선택을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두려워도 도움이 필요한 손을 맞잡을 용기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주인공 빌처럼 하지 못할 것 같다. 내 코도 석자인데...... 나 살기도 힘들어......각자도생......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지.....

그래도 내가 행할 수 있는 선한 선택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내 삶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거창하지 않은 작은 선택말이야. 뭐가 있을까?

Thursday, February 13, 2025

나짱25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기다리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누리는 가장 최고의 맛은 '가슴 두근거림'이다. 새로 시작하는 '2막 인생'을 셀프로 축하하는 가슴은 뜨겁고 세상을 향해 열려있다. 무엇보다 남아 있는 삶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잠을 설치며 떠나야 하는 비행기는 의자 사이가 좁다. 비좁은 의자에 앉아있는 허리는 끊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허리 통증은 내가 치루어야 할 댓가이며 아픈 허리를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기도 하다. '코어 운동을 더 해야겠어.'  혈액순환을 위해 요리조리 다리를 움직이고, 발끝을 세워보기도 하고, 통로를 왔다갔다 하여도 좁은 비행기 의자에 앉아 깊게 잠들지 못하고 날아가는 몸은 고통스럽다. 

따뜻하고 젊은 나라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을 나는 좋아하는 것 같다. 아직 여기저기 종일 돌아다녀도 성성한 두 다리와 낯선 외지의 음식에도 무탈한 위장과 수면 유도제 도움 없이도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던 소중한 나의 몸에 대한 감사함은 기본 예의이다. 쓰담쓰담~~~ 들뜬 마음에 '절제력'을 잃고 '술'과 달달한 '열대과일'에 노출되는 위험이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었지만 슬기롭게(?) 잘 대처한 것 셀프로 칭찬해 주고 싶다. 

여행 중에 '먹으면 움직인다'의 기본적인 건강 지침을 지키지 못했을 때가 있긴 하였다. 식사후 음식의 에너지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차에 올라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한 순간인 것이다. 바삭하고 고소한 '반미 샌드위치'가 가장 참기 힘든 유혹으로 온 몸을 뜨겁게 하는 이상 체험을 맛보게 하였다. 평소보다 많은 음식이 몸안에 들어간 연유도 있고 하필 달리는 차 안에서 흡입한고로 에너지가 몸안에서 폭발한 모양이다.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진은 '사실'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다큐사진으로 나의 늙음을 드러내고 만다. '앗! 이제 할머니구나!! ㅋ'하며 웃었지만......그려, '미모'로 승부할 나이 아녀~~~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짱이라는 것을! 건강한 할머니! 괜찮다!! 근육운동을 더 해야해^^


Tuesday, February 11, 2025

밤바다(Feb.)

 


                              
                                                  밤바다(Feb.)

Wednesday, February 05, 2025

그의 꿈

 

                              , 앙리 루소(Henri Frousseau), 오일 페인팅,1910

먼저, 미국 대학원 시절에 만났던 젊은 친구의 작품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앙리 루소'는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예술가로서 먹고 사느라 마흔이 넘어서야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카데미적인 접근을 하지 못함으로인해, 오히려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완성한 위대한 화가로 남게 된 것이다. 남들이 비웃고 무시하여도 '중꺽마'의 정신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정지하지 않았던 앙리 루소는 식물원 가는 것을 좋아하였다고 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자연의 힘을 믿었던 앙리 루소의 작품이 다시 보이는 아침이다. 자연과 친해지자!

Tuesday, February 04, 2025

작고도 귀여운 위로

햇살이 가장 잘 들어오는 베란다 창문 앞에서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까라솔의 뒷모습만 힐끗거리다 '까라솔'의 얼굴을 돌려 보았다. 푸른 꽃모양  얼굴이 얼마나 싱그럽고 아리따운가.

3년전쯤 어느 여름날, 붉은 기가 맴도는 꽃같은 얼굴에 반해  집으로 데리고 왔었는데 나의 까라솔은 붉은기가 없다. 새로운 화분에 적당한 다육이 흙으로 뿌리를 덮어주고, 가장 햇살이 강한 창옆에 공간을 주고 절대 물을 자주 주지도 않고, 나름 환기도 잘 시켜주고 했는데도 나의 까라솔은 삶의 열정을 잃은 듯 힘들어했다.

함께있던 여러 친구들이 사라지고, 달랑 남은 아주 작은 두 까라솔은 비실거리면서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실내에서는 바깥에서의  신선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을 얻지 못한고로 그럴만하다.

꽃다발처럼 풍성한 까라솔의 환상을 접어야 했다. 시름시름거리는 부정적인 모습을 감당할 수 없어 그냥 뽑아 없앨까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게으른 사람이 잘키운다는데......신경 끄고 물도 주지 말고......오랜 방치(?)의 시간이 지났나 보다. 시간이 지나고~~~

오늘 아침 폼나게 휘어진 짧은 줄기에 꽃같은 푸른 두 얼굴을 보았다! 몰랐다~~나의 까라솔이 조용히 버티며 살고 있음을. 자꾸만 나의 큰 얼굴을 돌려 푸른 빛을 보내는 나의 귀여운 까라솔을 쳐다보게 된다. 

불확실한 올해의 키워드로 '무해력'이란 단어로, 시중에는 순수하고 귀여운 존재(무해력)의 캐릭터 상품들이 대세라고 한다. 세상이 험하고 불확실하니 귀엽고 깜찍한 것들로부터 기분 좋은 작은 위로를 구체적으로 받는 현상은 나에게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내 정원의 귀엽고 푸른 까라솔이 오늘 아침 내게 작고 푸른 '위로'를 준다. 



Monday, February 03, 2025

실패할 가치

나는 가끔 겉바촉촉의 '만두'가 먹고 싶다.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만두는 지금 내게 적당하지 않기에,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맞춤 만두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게 있어 만두는 뭔가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큰맘' 먹고 해야 하는 음식이다. 마음 속에 일어나는 '만두의지'를 꺽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가지고 실천해 보았다.

 쫄깃쫄깃 맛있지만 쉽게 당을 올리는 당면을 제외한 소고기, 돼지고기, 두부, 양배추, 대파, 부추, 마늘 등을 넣고 만두소를 만들어 물에 적신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군만두를 하기로 하였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최적화된 만두는 담백하고 슴슴하고 건강한(?) 맛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미리 전날에 구입해 둔 재료들을 가지고, 작전에 돌입했음에도 2시간 남짓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야 했다. 마침내 처음 만들어 본 정체 막연한 나만의 퓨전 만두는 못났다^^ 요리 과정에서 혼자 지친 탓인지 아니면 기름 냄새에 질린 탓인지 유감스럽게도 라이스 페이퍼 만두피가 유난히 질기게 느껴졌다. 뭐라고 명명할 수 없는 퓨전 만두는 차라리 기름에 튀겨야 했던 모양이다. 이도저도 아닌 퓨전의 뒷맛을 가라 앉히기 휘해 김치를 집어먹어야 했다. 

마침내, 깨달은 것은 그냥 재료 원물 그대로를 존중하는 요리 방법이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에게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억하는 단맛과 자극적인 맛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스팀 요리'를 하는 것이 여로모로 현명한 방법이란 것을. 그래도 '한만큼 배운다'는 말처럼,  내게 적절한 '담백하고 슴슴한' 새로운 요리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 '시도'를 칭찬해 본다. 

주방에서 바삐 지내다보니, 푹신한 쇼파에 기대어 앉아 누리는 최소한의 아날로그 '신문 읽기'도 하지 못했다. 평온한 일상을 깨뜨리는 수고롭고 부담스러운 요리로 첫 만남을 가졌지만 더 연구하고 실험하여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고 담백한 건강한 맛을 찾을 생각이다. 실패할 가치가 있었다!

Sunday, February 02, 2025

Back Off

 '멍청이' '화사'의 노래를 들을 때면 괜시리 나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 사실은 다들 알고는 있지만 차마 내 앞에서 말하지 않는 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이 단어를 참지 못하고 내 앞에 내놓은다면 정말 화가 날 것이다. 그런데 난 가끔 '멍청이'란 단어를 스스로에게 중얼거린다.ㅋ 나에 대한 '직무유기'일까 아니면 혹독한 '주제파악'일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몹쓸 단어, '멍청이'

'포기'란 단어를 사용했던 '수학공부'를 하면서 자꾸 느끼는 것은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머리 용량'의 초라함이다.  친정아부지께서 말씀하신대로, 잠자지 않고 '빽빽' 울어대던 어린 나를 홧김에(?) 이불위에 집어던진 결과로?  아주 어린(?) 나는 고작 '울음'으로 불편함을 표현했을 뿐인데...아무리 팔베개를 하며 끼고 살았던 이쁜 딸이라도 밤잠을 못이루게 하니, 참지 못하고 순간 집어던질 수도 있었겠다.....얼마나 울어댔으면......덕분에 난 성량이 풍부하고 한때는 노래를 잘했다. 하지만 난 수학을 포기했드란다. 그리고 가끔 친정 아부지탓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형제 자매 모두 머리가 괜찮고 '수학'이란 과목에 나처럼 문제를 안고 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순전히 어린 나를 이불위에 집어던진 아부지탓이다.ㅋ 혹시 일찌기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기초'를 놓치고 '흥미'를 잃어 기본을 닦지 않아 결국엔 '포기'한 것은 아닐까 싶어, 난 지금 기꺼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다. 

하지만 책을 후다닥 덮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고 싶은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용량이 딸린 머리가 집중력을 잃고 스턱되어 레그가 걸린 상태? 뒤엉키며 멍~~~해진 상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엉덩이'로 인내하며 더 집중하고 들여다보면 뭔가 해결방법이 나올 것인가. 

때때로 내가 멍청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지금껏 살았는데...... '굳이' 자신의 못난 면을 들추기며 발전을 꾀할 시간에 잘 하는 것 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적당한 시간이다. '잠시 뒤로 물렀다가, 다시 달라들어 집중하면 해결할 수 있어!'  '재미'와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이유는 제대로된 학습법을 몰랐기 때문일 수 있고, 연습하고 단련한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소중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머리가 좋지 않으면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오감 내지 육감의 출중한 예민함이었을 것이다. 가끔은 불편한 예민함이지만 감사할 나의 소중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까지 좋았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잠시 해본다. 뭔가 모질하고 부족한 사람이 '같은 과'로 편한 것 아니었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이상하게 다들 나보다 머리가 좋고 잘 산다. ㅋ 무엇보다 머리보다 인성이 좋은 사람들이......다행이다^^

Saturday, February 01, 2025

스르르스르르

블러그에 글을 남기는 습관 하나를 깨고 숙제같은 밀린 공부를 하였다. 나를 나답게 하는 습관 하나가 리듬이 깨지니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느낌이 든다.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야, 침대에서 허우적거리며 흘려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고 볼 일이다.

게다가 새롭게 시작한 미국 드라마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Only Murders in the Buildings)'를 시청하는 동안 약해질 근육을 생각하면 틈틈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른 저녁을 한 후 미끈미끈한 빙판길을 피하며 걷는 '저녁 공원 걷기' 대신에 '아파트 복도 계단 오르기'를 선택하였다. '스태퍼'를 밟는 것처럼 '하나둘 하나둘' 한 계단씩 오르다보니 어느새 아파트 끝층에 도달한  몸과 마음에 차오르는 '근육감'을 느꼈다. 

 8층 정도의 높이가 다리가 무겁고 숨이 차는 첫번째 고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지 하지 않고 '천천히' 하나 둘 하나 둘 계단을 밟으며 몰입하다보니 어느새 더 이상 오를 계단이 없다. '어, 그리 어렵지 않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사이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1층에서 시작하며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내 삶속에 좋은 습관 하나를 추가시킨 것이다. 

다리가 무거워지며 등에서 땀이 흐른다.  '그만 이쯤하고 집에 들어가 쉴까?'하는 연약한 마음의 소리에 흔들리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몰라라'하며 꿋꿋이, 천천히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고 볼 일이다. 다리가 무겁고 숨이 차오르고 등에 땀이 난다.

올해 '푸른 뱀의 시간'은 '뱀의 센스'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온 몸으로 땅의 기운을 느끼며 갈라진 혀로 공기의 센스를 느끼는 뱀의 예민함 아니 섬세함으로 대응해야 할 지금, 나의 장점인 '섬세함'을 든든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계단 오르기'를 내 삶 속에 추가하였다. 

불편한 느낌을 주는 '예민함' 대신에 '섬세함'으로 나다운(?) 하루 하루를 꾸려 나가면 되는 것이다. 무던해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뾰족함을 세우지 못하고 무던해지지 않는가. 감각이 둔해지고 반응이 느려지고.....세월을 함께한 몸과 마음의 변화에 당황하지 말고 '푸른 뱀의 센스'로, '스르르스르르' 온 몸으로 습기롭게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