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도 귀여운 위로
햇살이 가장 잘 들어오는 베란다 창문 앞에서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까라솔의 뒷모습만 힐끗거리다 '까라솔'의 얼굴을 돌려 보았다. 푸른 꽃모양 얼굴이 얼마나 싱그럽고 아리따운가.
3년전쯤 어느 여름날, 붉은 기가 맴도는 꽃같은 얼굴에 반해 집으로 데리고 왔었는데 나의 까라솔은 붉은기가 없다. 새로운 화분에 적당한 다육이 흙으로 뿌리를 덮어주고, 가장 햇살이 강한 창옆에 공간을 주고 절대 물을 자주 주지도 않고, 나름 환기도 잘 시켜주고 했는데도 나의 까라솔은 삶의 열정을 잃은 듯 힘들어했다.
함께있던 여러 친구들이 사라지고, 달랑 남은 아주 작은 두 까라솔은 비실거리면서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실내에서는 바깥에서의 신선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을 얻지 못한고로 그럴만하다.
꽃다발처럼 풍성한 까라솔의 환상을 접어야 했다. 시름시름거리는 부정적인 모습을 감당할 수 없어 그냥 뽑아 없앨까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게으른 사람이 잘키운다는데......신경 끄고 물도 주지 말고......오랜 방치(?)의 시간이 지났나 보다. 시간이 지나고~~~
오늘 아침 폼나게 휘어진 짧은 줄기에 꽃같은 푸른 두 얼굴을 보았다! 몰랐다~~나의 까라솔이 조용히 버티며 살고 있음을. 자꾸만 나의 큰 얼굴을 돌려 푸른 빛을 보내는 나의 귀여운 까라솔을 쳐다보게 된다.
불확실한 올해의 키워드로 '무해력'이란 단어로, 시중에는 순수하고 귀여운 존재(무해력)의 캐릭터 상품들이 대세라고 한다. 세상이 험하고 불확실하니 귀엽고 깜찍한 것들로부터 기분 좋은 작은 위로를 구체적으로 받는 현상은 나에게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내 정원의 귀엽고 푸른 까라솔이 오늘 아침 내게 작고 푸른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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