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03, 2025

실패할 가치

나는 가끔 겉바촉촉의 '만두'가 먹고 싶다.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만두는 지금 내게 적당하지 않기에,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맞춤 만두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게 있어 만두는 뭔가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큰맘' 먹고 해야 하는 음식이다. 마음 속에 일어나는 '만두의지'를 꺽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가지고 실천해 보았다.

 쫄깃쫄깃 맛있지만 쉽게 당을 올리는 당면을 제외한 소고기, 돼지고기, 두부, 양배추, 대파, 부추, 마늘 등을 넣고 만두소를 만들어 물에 적신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군만두를 하기로 하였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최적화된 만두는 담백하고 슴슴하고 건강한(?) 맛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미리 전날에 구입해 둔 재료들을 가지고, 작전에 돌입했음에도 2시간 남짓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야 했다. 마침내 처음 만들어 본 정체 막연한 나만의 퓨전 만두는 못났다^^ 요리 과정에서 혼자 지친 탓인지 아니면 기름 냄새에 질린 탓인지 유감스럽게도 라이스 페이퍼 만두피가 유난히 질기게 느껴졌다. 뭐라고 명명할 수 없는 퓨전 만두는 차라리 기름에 튀겨야 했던 모양이다. 이도저도 아닌 퓨전의 뒷맛을 가라 앉히기 휘해 김치를 집어먹어야 했다. 

마침내, 깨달은 것은 그냥 재료 원물 그대로를 존중하는 요리 방법이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에게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억하는 단맛과 자극적인 맛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스팀 요리'를 하는 것이 여로모로 현명한 방법이란 것을. 그래도 '한만큼 배운다'는 말처럼,  내게 적절한 '담백하고 슴슴한' 새로운 요리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 '시도'를 칭찬해 본다. 

주방에서 바삐 지내다보니, 푹신한 쇼파에 기대어 앉아 누리는 최소한의 아날로그 '신문 읽기'도 하지 못했다. 평온한 일상을 깨뜨리는 수고롭고 부담스러운 요리로 첫 만남을 가졌지만 더 연구하고 실험하여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고 담백한 건강한 맛을 찾을 생각이다. 실패할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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