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18, 2025

엄마의 맛

 

길거리 좌판에서 보게된 귀엽고 깜찍한 '꼬막 악세서리'를 보고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꼬막 껍데기의 변신은 '웃음'이 나온다. 질퍽한 땅에 하얗게 박혀있었던 조개 껍데기들의  어린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남쪽 바다가 가까웠던 큰집에서의 어린 시절 풍경화 속엔  감나무 아래에 석화 껍데기가 박혀있고, 우물가 물 내려 가는 질퍽한 땅엔 발로 내딛을 수 있도록 꼬막 껍데기와 바지락 껍데기가 단단함으로 무른 땅을 야무지게 받치고 있다.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뒤, 찰랑찰랑한 속살로 짭쪼름하고 쫄깃한 '참꼬막'의 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것 같다. (참꼬막은 주름이 부채살 모양의 골이 깊게 패여있고 잔털이 없다고 한다.) 특별한 날이면 어김없이 참꼬막을 삶던 우리 엄마. 부엌에 들락거리며 몰래 짭쪼름한 맛을 훔쳐먹던 어린 나는 턱밑이 간질간질했고, 꼬막 입을 벌리느라 손톱 밑이 욱신거렸다. 어른이 되어 직접 꼬막을 구입해 꼬막을 삶아 보았지만, 엄마처럼 찰랑찰랑하고 탱글탱글한 속살이 살아있는 꼬막 삶기는 엄마처럼 절대 되지 않았다.

참꼬막은 뻘에서 자라기 때문에 해감이 필요 없으나, 시커먼 물이 다 빠져 나올 때까지 굵은 소금을 넣고 '빡빡' 문질러 잘 씻어야 하고, 틈새에 남아있는 검은 찌꺼기들은 헌 칫솔로 빡빡 씻는 것도 좋다고 한다. 꼬막의 비릿한 핏기가 가시게 하면서 짭쪼름한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끓은 물에 찬물2컵 넣어서 식힌 다음 씻은 꼬막을 넣고 한쪽 방향으로 젓으며 삶는 것이 쉽지가 않다. '요리는 타이밍이다!' 그런데 꼬막 삶기는 그것이 어렵다. 삶는 물이 거무스름해지고 꼬막이 입을 벌리기 직전에  얼른 불을 끄고 꼬막의 핏기를 확인하며 어릴 적에 보았던 엄마의 꼬막과 비슷하면 채반에 건져서 식히면 끝이다. 그런데 너무 덜 삶아서 탈이 나지 않을까 꼭 염려를 하며 그만 과열로 인한 실패를 맛보고 만다.

이제는 사람들이 '꼬막맛'을 알아서 해안가 갯벌에서 꼬막씨를 말릴 정도라고 한다. 아직 찬바람이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참꼬막'을 엄마처럼 잘 삶아 보는 것도  작은 도전이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참꼬막은 엄마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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