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16, 2025

Small Things

 나이가 들면 체중을 줄이는 것과 같이 체중을 늘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몇 달째 이상적인 몸무게를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결국 오늘 아침의 체중 숫자는 자신에 대한 불신감과 불안함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살을 쉽게 찔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아낸 면도 있지만서도. 푸근한 쇼파에 기대어 꼼짜도 하지 않고 집중하여 여러 편의 영화를 보며, 게다가 지방이 많아 고소한 견과류를 입으로 집어 넣은 결과이다. 하지만 자꾸만 나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달콤한 거짓말로 이렇게 말한다. '근육이 늘었을거야^^'

이번 여행 후 평범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다. '봄이 오는 모양이다~~~' 바깥은 아직 겨울 찬바람이 불지만 어디론가 가고 싶은 따뜻한 봄바람이 마음 속에 이미 불고 있다. 동네공원 걷기는 방향 잃은 마음을 잡기에 적당하다. 서둘러 주름진 붉은 열매을 떨구어내고 있는 동네 공원 산수유는 매마른 가지에 작은 노란꽃을 품은 꽃망울들을 가득 올리고 있다. 겨울 그늘로 얼어있던 땅이 녹아, 축축하게 젖어있는 어제의 공원은 초봄의 기운이 가득했지 싶다. 

주말에 너무 많은 영화를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용도 섞이고 음미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이란 영화이다. '킬리언 머피'가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 제목이 마음에 들어 꼭 보고 싶은 영화였기도 하다. 일단 시각적으로 잘 찍은 사진 하나를 감상하는 것처럼 각 장면이 단순하지만 철학적이고 추상미가 있으며 '킬리언 머피'의 깊고 푸른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1985년 아일랜드 크리스마스를 앞둔 차가운 겨울을 배경으로, 석탄 목재상인 빌 펄롱(킬리언 머피)가 마을의 수녀원이 간직한 은밀한 비밀, 강제노역과 학대, 미혼모들의 아이들을 강제 입양...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희생'을 감내하며 '용기'를 내어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양심의'선택'을 하는 이야기다.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이야기다. 자신도 녹녹치 않은 살림살이로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가정을 돌보고 살아가려면 모르는 타인의 삶을 모른 척하고 살아가야 할 삶인데,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는 수녀원에 찍히면 안되는데......먹고 살려면 모른 척하고 안 본척하고 자식들 잘 키우고 살면 되는데......

빌의 엄마는어린나이에 미혼모로 빌을 낳았다. 불쌍한 엄마와 빌을 거두어 준 '미시스 윌슨' 부인은 미혼모인 어린 엄마와 자신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따뜻하게 격려하며 날마다 보여준 작은 친절과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뒤돌아 본다. 눈치를 보며 얹혀 살았던 순간 순간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자신 안에 있는 것이다. 

멈춰서 돌아볼 틈도 없이, 가정을 이룬 지금의 삶은 팍팍하고 검은 석탄이 찌든 손을 솔로 빡빡 씻어야 하는 지금. 힘든 중에도 타인을 도와줄 여력이 있는 것인가. 자신의 삶 하나만 생각할 수 없고 무엇보다 책임져야 할 가정을 생각하면 '옳은 선택'이지만 쉽게 행동할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지역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일인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모른 척하지 않고 작은 도움을 주는 그 양심에 따른 선택 그 자체가 자신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저항'이며 희생이란 댓가를 치루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인공 빌은 자신의 양심에 따른 선택을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두려워도 도움이 필요한 손을 맞잡을 용기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주인공 빌처럼 하지 못할 것 같다. 내 코도 석자인데...... 나 살기도 힘들어......각자도생......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지.....

그래도 내가 행할 수 있는 선한 선택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내 삶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거창하지 않은 작은 선택말이야.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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