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17, 2025

적재적소

 올해 들어 처음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다. 작년의 처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초긴장감 대신에 뭔가 불안한(?) 싱숭거리는 느낌은 있다. 3월 중순을 지나고 있는 시간이 무색하게 하얗게 젖은 눈이 내리고 있는 아침이다. 새벽 배송으로 날아온 짭짤이 토마토, 노란 참외, 콜라비를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하느라 몸을 바삐 움직이다보니, 뒤숭생숭한 마음이 좀 가라 앉아 마침내 맑은 물이 찰랑거린다.

두꺼운 겨울 옷을 챙겨입고 동네장에 가서 신선한 먹거리를 사가지고 와야 한다. 지난번 '돌미나리'의 향긋한 맛을 잊지 못한 것이다. 야채를 파는 아주머니 말씀대로, '끓인 물에 넣었다 얼른 빼내는' 데치기 요령을 준수했더니 신기하게 질기지 않았다. 물이 끓으면 대담하게 가스를 끄고 미나리를 신속하게 넣었다 빼야하는 '초'시간을 지켜야했던 것이다. 겨울을 견디고 나온 부들부들하고 향긋한 미나리는 오래전 내 정원의 끄트머리에서 키웠던 미나리가 푸릇푸릇했던 봄의 풍경으로 데리고 간다.  

 며칠만 꽃샘 추위를 지나고 나면, 노란 산수유가 작은 꽃들을 내밀 것이고, 진달래, 목련, 개나리가 찾아 올 것이다.  급속하게 달라지는 기후변화로, 짧은 봄에 이어 '긴 여름'이 11월까지 이어질거라고 한다. 어서, 창문을 활짝 열고 '봄맞이 집정리'를 하며 불필요한 것을 버려야 하는데, 봄은 정말 천천히 온다.  더 간소한 삶 속에서 불필요한 물건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필요가 있는 시간이다. 창문을 열어젖힐 그 시간을 기다리지 말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적재적소의 '정리'라는 것을 해보는 것으로. 허기진 소비생활 자제하고 각성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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