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09, 2025

시간

 늙은 아부지의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또 오겠다'며 떠나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와 마주치는 일은 가슴이 저리는 일로 잊혀지지 않는다. 꿋꿋한 나의 아부지가 늙으셨다. 절대 그럴 일 없어 보였는데,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실 것 같았는데 '시간'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몸의 '노쇠'로 근육이 사라지고, 뼈의 마디마디가 삐긋거리고, 모든 욕구가 사라지고....... 여기저기 아픈 몸을 안마의자에 앉혀놓고 듣는 TV속 세상 이야기는 어질어질하고 피곤하다.  마을회관에 가보아도 동갑내기 사람들은 없고 말 동무를 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외로움이다!! 노쇠로 인한 신체활동이 줄어드니 '밥맛'도 없고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않으니 '활력'이 없는 악순환을 피하지 못하신다.  

때가 되면 들고양이들이 아부지의 앞마당에 모여 생존 울음소리를 낸다. '밥 주세요 야옹야옹~~~' 먹고 살려고 들이대는 고양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쯤 나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계실게다. 그리고 텅빈 집으로 돌아와 이른 점심을 혼자 드실 것이고, 혼자 있는 외로움이 두려워 마을 회관으로 향할 것이고, 날이 저물면 집으로 돌아와 간단한 저녁을 혼자 대충 드실 것이고, 이른 잠을 청하시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어두움의 시간을 길게 보내야 할 것이다. 

새로울 것 없이, 어제와 같은 오늘의 단순하고 반복되는 생활로 인한 기억의 순서가 흐려지는 것을 경험하는 나의 아부지는 당황스러워 보이신다. 꼿꼿하던 나의 아부지도 시간 앞에서 어쩔 수 없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