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27, 2025

오늘을 살다

전날부터 챙겨 걸어둔 옷을 착장하고 밖으로 나가려니 가슴이 조금 뛰는 것을 느낀다.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친구를 만나기 적당한 날이 바로 '오늘'이란 생각으로 나름 굳은 결심을 하고 내게는 어려운(?) 약속을 지키고 본다. 어찌하여 만남을 가지는 일이 '큰맘'을 먹어야 하는 일이 되었단 말인가. 제일 젊은 오늘, 친구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일이 주름지고 있는 내가 챙겨야 할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다행이다. 

평일인데도, 아니면 평일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은 나보다 노후한 사람들이 가득차있는 것에 새삼스럽게 놀랬다.  밖으로 나가 '활동하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일수도 있고 게다가 날이 풀려 다들 나처럼 '봄'의 만남을 하는 모양이다. 혼자 우두커니 집안에만 있으면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까딱 정신줄 놓치면,  쇼파에 눌러붙어 리모컨 들고 이리저리 TV 채널 돌리다 코뱅맹이 소리로 유혹하는 홈쇼핑 쇼호스트의 유혹에 걸려들고, 유혹을 뿌리쳤다치면 다시 따끈 따끈한 재미난 드라마와 영화들이 '일어서는 나'를 주저 앉히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나에게도 계획이 있고, 나를 나답게 하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을 슬기롭게 쪼개어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일도 역시 내게 필요한 일이다. 

멀리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친구를 위해 지하철 역을 끼고 있는 대형 백화점은 고급지고 화려하다. 대형 백화점의 세련된 공간미에 눈동자가 바뻐지고, 여기저기 평소에 보지 못했던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물건들이 시선을 뺏는다. ('물욕인가, 호기심인가' ) 생각보다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은 국가 경제가 걱정스러웠지 싶다. 바글바글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산한 백화점의 풍경은 온라인 쇼핑에 고객을 빼앗기고, 특히 작금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평소와 다른 생활리듬에 몸이 피곤하다. '아, 난 늙었구나~~~' 콧물이 나고 허리도 뻐근한 이상 증세를 보이며 몸이 비상신호를 보내온다.  할 수 없이 일찍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볼 일이다. 두 다리 성성하고 더 건강할 때,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더 자주 만나야겠다는 깨우침을 얻는다. 십대때 만난 시절 친구를 지금까지도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있지 않는가.  삶의 여정에서 서로의 이름을 가슴에 품고 기억하고 기꺼이 얼굴을 보이는 사람, 그 사람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깨우침. 

난 오늘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나를 보았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