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게
종종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꿋꿋이(?) 서있는 고목 나무의 모습을 보면 뭔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느낌을 받곤 한다. 쨍쨍한 햇빛과 온 몸을 흔들고 적시는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쓰러지 않고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를 깊게 내려 서 있는 나이든 나무. '넌 비워냈구나!'
나무는 줄기와 가지 끝에 있는 '생장점'으로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데, 나무 몸통의 텅빈 공간은 몸통 중심부의 오래된 세포가 나이들고 취약해져서 '박테리아'나 '균'에 의해서 갉아 먹힌 흔적이기도 하고 나무 스스로 가지를 끊어 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속이 빈 나무는 그나마 몸통 바깥 부분의 형성층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줄기와 가지 끝으로 양분과 수분을 이동하게 하여 살아남긴 하지만 강한 바람에 부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뿌리를 땅 속 깊이 내렸을까나.'
나무처럼 시간을 품은 주름진 나는 무엇을 비워내고 살고 있는 것인지 잠시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세포는 대체로 1년 정도며, 대부분의 낡은 세포는 죽어 없어지고 피부 표피 세포는 수명이 28일이라고 한다. 거울 앞에 있는 나의 얼굴 피부는 한 달 전의 내가 아니란 말이다. 어쩐지 가끔 거울 속의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 물론 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심리적인 거부에서 나온 현상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뇌 세포는 분열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고 쉽게 용서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쭈욱 살게 되는 모양이다.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강제 '내려놓기'를 하게 되었던 시절도 있었고 스스로 가지치기를 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어쩔 수 없었던 그 시절의 큰 변화는 두려움을 동반한 일이었다.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불던 시절을 견디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적지 않은 것을 포기하였고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아직 삶속에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잘 살고 있는 듯하다.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치면, 어두움 속으로 뿌리를 '더 깊게' 내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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