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대신 아메치스
기꺼이 이른 점심을 챙겨먹고, 공원 마실을 가는 대신에 바쁜 걸음으로 유일하게 신발 굽을 갈고 허리띠 구멍을 내주는 곳으로 향한다. 늘상 하던 대로 하지 않고 약간의 변화를 가져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으쌰으쌰 힘차게 걸어가는 것이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봄꽃처럼 피어나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손님이 없는 틈에 눈을 감고 졸고 있는 사장님이 '드르륵' 열리는 문소리에 깜짝 놀라신다. 한참이나 면밀하게 자로 구멍의 위치를 체크하고 구멍을 낸다. '이제 뱃살이 더 빠져도 끄떡 없어'하며, 최적화된 맞춤 허리띠를 가방에 넣으며 자신에게 든든한 지지를 보낸다. 다음 목적지인 '시장'에 들러서 요즘때나 먹을 수 있다는 '대저 토마토'를 구입하러 간다. '먹고 싶다'는 내 몸의 아우성을 들어 주기로 한다.
따뜻한 '호떡'을 입에 물고 달콤한 행복함를 삼키는 얼굴들을 보며, 내심 부러워진다. 호떡도 먹어도 되는 삶이 부럽다. 오랜 습관처럼 '꿀꺽'하며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지금은 '대저 토마토'가 훨씬 유익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토닥거린다. '삶의 변환기'에서 버려야 할 것은 달달한 '호떡'이고 취해야 할 것은 '토마토'이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다육이'를 파는 나이드신 어르신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 봄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귀엽고 예쁜 다육이를 쳐다보며 행복한 상상을 한다. 나 또한 가던 걸음 멈추고 한참이나 그 아름다움에 끌려 있었나 보다. '저 보암직도 하고 어여쁜 '아메치스'를 '봄 마중' 삼아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다!' 봄마중으로 '버리기'를 먼저 하려는 야무진 의지는 흔들리며 그만 '들이기'를 하고 만다.
'아메치스'의 학명은 'Amethystinum'(자수정)으로 영어로는 'Lavender Pebble'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둥글둥글하고 매끄러운 얼굴이 아기 얼굴이다. '다육이'의 특성상 배수에 신경을 쓰면 된다니, 해가 드는 창가에 집을 주고, 물을 잘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둥글둥글한 잎이 쉽게 떨어져 나가고 만다. '내가 뭔 짓을 한 것이지?' 걱정이 되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원래 그렇단다. 잠시나마 '집착'으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달콤한 호떡은 먹지 못하지만 아메치스와 토마토를 눈과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내 삶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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