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밥 화이팅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라는 말을 쓰자니 과연 '최선'이란 말이 물음표를 만든다. 결과는 '죽밥'을 쓰고 말았다. ㅋ 1월의 마지막 날에 '불합격'이란 단어를 보게될 줄은 '설마설마'했다.
일찍 시험을 쉽게(?) 끝내고 수험장을 벗어난 나의 결과는 참담하다. ㅠ
고등학교 학력고사 시험 일에 하필 집 보일러가 터진 것은 불길한 징조였다. 평소대로 영발을 모아 수학 답안 번호를 잘 찍었어야 하는데 하늘은 날 돕지 않았었다. 지금 여기, 윗집 누수로 인한 거실 천정이 벽지가 울고 전기 누전이 되는 일은 시험이 끝나고 일어나야 할 일이었다.
그동안 힘들게(?)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고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며, 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밑으로 눌러지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나의 거대한 '무의식'이 이미 누수 누전으로 침범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길하다~~~ 눈을 감으면 공부한 내용이 떠올라야 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누수와 누전이란 단어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과 공포로 잠들지 못하며 '공부 모드'를 제대로 켤 수 없던 것이다.
'죽밥'을 만들고 나니 내가 내린 선택과 도전이 '과욕'으로 결론나고 만다.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맛보는 '부정'과 '거절'의 쓴맛은 마땅하거늘 지금 난 물러서고 싶다. 밑줄 긋고 분홍 야광펜으로 색칠해 놓은 무거운 종이들을 저쪽 한편으로 밀어 버린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욕심을 낸 것은 아닐까.'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굳이 못하는 것을 잘해 보겠다고 덤비기엔 내가 먹은 나이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닐까.'
못하는 것을 해보겠다고 했으니 죽밥이 된 것은 당연하다. 긍정적으로는 다시 공부해서 '시험 보기 좋은 날' 다시 한번 보면 되는 것이거늘......난 때때로 무모하고 어리석다. 그냥 그렇게 쭈욱 나답게 살다 가면 되는 것이다. '죽밥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