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04, 2024

살아 있구나

 잠 못이루며 떠올린 어린 시절의 얼굴이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까르륵거리며  순수했던(?) 오래 묵은 목소리가  나의 이름을 부른다. '살아 있구나' ㅋㅋ '생각하면 정말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일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 아니 품을 수 없어 '거기까지'라며  질척거리지 않고 보냈는데...... 지난 밤 질척거림의 응답을 받는 듯한, 전화 한통에 형언할 수 없는 감격의 눈물로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어 먼저 전화한 친구가 내게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친구의 용기에 힘입어 오랫 동안 연락하지 않은 무심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긴 하였다. '마음이 번잡하다......' 어린 시절 우정은 오래된 앨범의 사진들처럼 거기에 그렇게 희미하게 기억되는 것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무엇보다 나에겐 색바랜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채색할 넉넉함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만다. 우린 그때 서로 친구였다.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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