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20, 2023

바람 일으키기

 북극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오늘은 겨울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 전날이다. 한파로 인한 동파를 막기위해 수돗물을 흐르게 틀어 놓았더니 그 떨어지는 소리가 익숙하지 않아 신경이 쓰인다. 동네 공원을 못나가니 몸과 마음이 기름살이 낀듯 흐물거리며 푸석거린다.

시골 친정 아버지의 소일거리로 생산된 '외로움'과 '견딤'의 부산물의 하나 '팥'을 하룻 밤 물에 불린다. 불린 팥을 냄비에 넣어 두세번 끓인 물을 버린, 부드러운 팥을 곱게 믹서기에 갈아 놓고,  물에 불린 맵쌀 조금 넣은 찹쌀을 분쇄기에 갈은 찹쌀 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한 동글동글한 새알을 준비하여... '붉은 팥죽'을 끓였던 지난 날의 푸른 나는 시간과 함께 갔다.

시간을 더 먹은 지금의 나는 동네 죽집에서 팥죽을 주문할 것이다.

살다보면 모든 것이 심드렁거리는 그런 때가 있다고 하더니, 나 또한 몸이 시간을 먹으니 그런 모양이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은 요즈음의 나는 에너지가 다운된 것이 분명하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습관처럼 우울하고 무기력에 쉽게 빠지는 나는 모든 문과 창문을 잠그는 이 겨울에 특히 운동이 필요하다. 열렬하게 환호하는 무엇을 갖는다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귀찮은 것일까. 침잠하고 구겨져 있는 나는 삶에 '바람'을 일으키기가 싫은 것 아닐까. 

 '배추 겉절이'를 담구겠다고 자신에게 계획을 주었는데도 내일로 미루고 싶다. 왜냐하면 그래도 될 것 같다. ㅋ 며칠 블러그에 그적거리지 않았더니 불안하기도 해서 먼저 이렇게 앉아서 맑은 마음을 찾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올해의 마지막 끝을 잡고, '송구 영신', 오래되고 묵은 나쁜 습관은 버리고 새롭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들일 계획과 다짐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짧게는 1년 계획을 세우고 멀게는 10년 계획을 세우고 당당하게 성실하게 나답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야 함이다. '생각이 길면 용기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잖은가.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 오늘 배추 겉절이를 담아야겠어!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