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29, 2024

시험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작은 글씨를 읽으며 공부를 하는 것은 눈이 피곤한 일로 잊고 있었던 인공 눈물을 눈에 집어 넣어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오랜 시간을 의자에 앉아 눈으로 들어오는 작은 글자들의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하고 적용하는 일은  미간 사이에 골이 더 깊어지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빠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무능함에 놀라 밥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몸무게가 살짝 가벼워지기도 하였다는 점은 특이하다. 아무래도 평소 하던 '걷기'가 없었음에도 살이 빠진 것은 근육 손질로 인한 손실이 아닐까 짐작이 되기도 한다. 잘 먹으면 금방 차오를 믿지 못할 숫자이다. 

드디어, 오늘 난 그 동안 밑줄 치고 공부한 것을 가지고 시험장에 가서 문제지를 읽고 답을 선택하는 일을 해냈다. 이런 저런 집안 일로 머리와 마음이 바쁘고 시끌거렸고, 당일 아침에도 그동안 준비했던 시험을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신경을 나누어 써야하는 일들이 나의 사정과 상관없이 발생하며 집중을 방해하였다. 

'그래도 준비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무리를 해야 한다.'

시험장에 일찍 가서 '시험 모드'를 유지하려고 했던 의도와 선택은 잘한 것 같다. 이런 저런 스트레스를 잠시 집안에 두고 얼른 집밖으로 나간 것은 잘한 일이다. 신기하게도 밖으로 나오니 시험 생각만 하게 되어서 좋았다. 텅빈 대기실에서 혼자 시험 공부를 하고 있자니 맑은 얼굴을 가진 분이 나를 위해  뜨거운 생강차를 건네 주신다. 아마도 검은 머리 가득한 곳에서 흰머리를 가진 나이든 수험생에 대한 '화이팅' 정신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생강차는 뜨겁고 달콤한 위로였다. 신기하게도 시험에 대한 차디찬 긴장감과 불안이 사라지고 '따뜻함'이 온 몸으로 퍼지는 기적을 느꼈다. 그 순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이 야무지게 일어났다. 최선을 다해 작은 글씨들을 들여다 보았다. '결과는 할 수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다.'

무서운 집중력으로 책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흰머리 수험생 한 분이 오셔서 반갑다고 나이를 묻는다. 늦은 나이지만, 치매 예방으로 공부하고 한자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는 분은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이다. '나와 같이 무모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시험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눈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어떤 결심을 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결심대로 공부하고 인내하고 정진하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나이의 숫자를 품은 몸을 끌고서 도전한 나의 시험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부수적으로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와 고통이 힘들긴 하여서 '과욕'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시험'을 보러 갔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제발 시험에 들게 하소서! 무리한(?) 기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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