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지내는 것은 참으로(?) 쉬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좀 괜찮아졌다는 반증이라도 되는 것 아닐까.
미역국에 막 지은 밥 한공기를 말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좀 괜찮아졌다는 반증이라도 되는 것 아닐까.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아서 아니면 심하게 몸이 아픈 탓인 것인지 밥맛과 입맛이 없고 소화가 좀처럼 소화가 되지 않는 나날을 꽤 오래(?) 꾸린 것 같다.
좀 더 음식을 억지로라도 몸에 밀어넣고 장을 보러 갔다.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붉은 산수유 열매들이 축쳐져 있었지 싶다. 어찌 시간을 이길 수 있으랴...
군밤을 파는 트럭이 변함없이 그 똑같은 자리에서 발길을 멈칫거리게 만든다. 흥겨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군밤 아저씨의 낭만에 부합할 현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스쳐 지나왔지만서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 싶다. (군밤 아저씬 현금만 받으신다 ㅋㅋ)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슈퍼에서 장을 보았다. 평소에 까칠하고 도도하게 손님을 대하던 캐셔 아주머니와 상대하기 싫었지만, 할 수 없이 장바구니를 내밀었더니 친절하고 공손한 언행으로 손님을 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말았다. 교육을 받은 것일까? 혹시 몸과 마음이 아픈 나의 행동이 상대방을 좋은 사람으로 행동하게 하였던 것인가?
Now I Become Myself
Now I become myself. It's taken
Time, many years and places; have been dissolved and shaken,
Worn other people's faces,
Run madly, as if Time were there,
Terribly old, crying a warning,
Hurry, you will be dead before-'
(What? Before you reach the morning?
Or the end of the poem is clear?
Or love safe in the walled city?)
Now to stand still, to be here,
Feel my own weight and density!
The black shadow on the paper
is my hand;shadow of a word
As thought shapes the shaper
Falls heavy on the page, is heard.
All fuses now, falls onto place
From wish to action, word to silence,
My work, my love, my time, my face
Gathered onto one intense
Gesture of growing like a plant.
As slowly as the ripening fruit
Fertile, detached, and always spent,
Falls but does not exhaust the root,
So all the poem is, can give,
Grows in me to become the song,
Made so and rooted by love.
Now there is time and Time is young.
O, in this single hour I live
All of myself and do not move.
I, the pursued, who madly ran,
Stand still, stand still, and stop the sun!
by May Sarton
2011년에 나를 찾은 모습이다. 내 정원에서 자라난 해바라기를 봄여름가을겨울 동안 바라보며 나를 찾았던 증명사진이라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