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17, 2018

Hybridity

엊그제 내린 눈을 녹일 겨울 햇빛은 부족했나 보다. 군데 군데 햇살이 다가가지 못한 곳에 웅크리고 있는 하얀 눈들이 보이는 월요일 오후이다.  평소 잘 먹지 않는 '콩나물국'이라는 것을 끓이고 식구들을 위한 저녁 먹거리들을 대충 준비해 놓고 오랜만에 컴앞에 앉았나보다.

매듭을 만들고 있는 시간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늘 그렇듯이 뾰족한 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 순간 자잘한 의미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간다는 것이 허허롭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 가고 있는 지금 여기 오늘의 나는 연약하기 그지 없다.  그동안 별탈없이 건강하게 살아서 몰랐던 것이었다!

타국생활중에 이런저런 큰 병 없이 무사히 짧지 않은 시간을 꾸렸던 것을 지금 여기서 뒤늦은 감사함을 가져본다. 그 더 젊었던 시간에도 염려와 걱정으로 어두움속에 거했던 것 기억한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것이 젊음이었고 열정이었으며 사랑이었던 것을 어두움 속에서도 빛나고마는 소중한 것들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 같다.

중독수준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의 수영사랑을 정지하고 집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약간의 우울감을 동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잘 견디고(?) 있는 건강한(?) 자신을 보아서 다행이었지 싶다. 좋은 책을 들고 집중하기 좋았고, 건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 좋았고,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는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기도 좋았고 그렇고 보면 꼭 필요해서 준비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되었다.

문제에 당면해 해결방법 하나를 시도했고 큰 다행이었지 싶다. 능력과 소신을 가진 의사샘을 만나 두려움 하나를 덜어낸 것이기에 쓸데없이 우울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자축하는 의미로 미장원에 가기도 하였다. 지금은 잠시 정지하고 더 날아오를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매듭짓고 싶다.

그건 그렇고,
왜 제목이 hybridity냐고?
퀸의 기사를 보다가 마주한 단어이기도 하고, 내 정원에서 자라던 하이브리드 장미들이 무지 보고싶고 그립기도 해서 그냥 제목으로 달아 보았다.  아마도 이 어려움을 이기고,  난 하이브리드로 강해지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덜덜 떨린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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