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ink, i-Sink#1, Mix Media on Canvas, 48x48 inches, 2010
글자를 이용한 이미지를 시도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번 새로운 시리즈의 주제를 고려하던 끝에 망설임을 이겨내고 시작하여 하나의 이미지(36인치)를 만들었었고, 그리고 좀더 큰 40인치 정사각형을 시도하던 끝에, 망설이던 48인치 정사각형으로 과감하게 그 캠버스 크기를 늘리는 개인적인 도전을 하게 만든 뒷이야기를 간직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우들투들한 밑도안을 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준비를 하고 드디어 빨리 마르는 아크릴 대신에 느리지만 아름다운 오일을 사용하여 색을 더하였다. 물론 나름대로 의미있는 컴포지션을 서너개를 준비하여 그 중의 하나를 결정하여 시도하였다. 스케치북에 여러 도안을 한다해도 막상 시작하면 다른 이미지가 나오는 기적같은, 아니 피할 수 없는 현상들이 돌출하는 현상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서도 막상 커다란 캠버스에 펼쳐지는 더하기와 빼기를 하여 결정하여 만들어지는 과정은 치열한 집중을 요구하기도 한다. 처름 도안대로 결국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붓을 놓는 순간 난 정말 신나서 웃음이 나왔다. 애들아, 내 그림좀 봐줘!!!
망설이다 시작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이미지를 세상에서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들뜬 마음은 하룻밤을 자고나서 서늘해졌다.ㅎㅎㅎ 그림이 다시 보이는 것 같기도...뭔가 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던 중에 방문한 예술가님(Terry)의 크리티크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은 나의 그림이 나라는 인간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다며 지루한 그림이며 박물관에 걸리지 못하고 박물관 숖에 걸린 만한 그림이라며 솔직하고 정직하고 그리고 잔인하게(?) 말씀해 주셨다.ㅎㅎㅎ
그래서 그 다음날 난 하루동안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정지시간을 가졌다. 어째서 최근에 그린 그림들이 나를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한다는 것인가!
실험정신에 입각하여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나의 과정을 알아버린 것인가! 언제는 스스로 가르치기를 위한 그림이 아니었던가! 연습용 그림에 지나지 않는 그림을 양산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 부었는가 말이다.
대학에서 해보지 못한 것을 시도하는 정신은 아름답다. 그러나 맨날 연습용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다.
지난날 대학에서 그린 정물화들과 몇개의 믹스 미디어 작품이 훨 좋아 보이는 작금의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왜냐하면 진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득하기만한 이길에서의 나의 늦은 걸음들은 멀리 뛰기를 위한 발돋움을 한다고 생각하자. 해본 만큼 배우지 않았던가! 내가 잘하는 정물화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그 길도 절대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열개의 이미지를 끝내고 그 때 결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오늘을 붙잡고 이 그림의 짝궁을 그렸다. 그리고 내 그림이 지루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뭔가가 필요하다. 그 무엇인가를 누구도 아닌 내가 찾아 내어 처음 시작하며 설레었던 그 뜨거움을 완성해야 한다. 다음주는 생각만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