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나라 일본을 다녀왔다. 해마다 이른 매화꽃이 필무렵이면 일본 관광지를 둘러 보고싶다는 바람은 이런저런 삶의 이유를 달고 쉽게 달성되지 못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도쿄근지에서 매화가 피어있는 모습은 아름다움의 엑기스만 추려놓은 듯한 추상화처럼 아름다웠고 그 빛바래가는 그림은 시간을 머금어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반면, 이번 고베, 교토, 오사카를 걸친 패키지 여행은 무엇인가가 상당히 부족한 그림을 그리고 오지 않았나 싶다.
기억력이 딸려서인지 아니면 한겨울에 꽃을 본 것처럼 환상적인 추억을 품고 있었던 연유였던지 날씨는 추웠다. 오들오들 떨다가 결국엔 멋을 부리는 것을 포기하고 방한위주로 옷을 껴입고 처음을 시작하였다. 패키지 여행에 중년의 여자사람들이 많은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평균연령이 이토록 주름진 그룹은 처음 만났던 것이었다. 다행히 한가족이 아들을 동반한 부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싶다. 다행히 교회 여전도회 집사님들이셔서 여행진행은 착하고(?) 부드럽게 이루어졌던 것은 인정하고 싶다.
관광을 위주로 할 것인지 먹고 쉬는 여행을 할 것인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을 배웠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쇼핑도 하는 시간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여행을 가야 하는데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여행상품을 정하다보니 주위에서 바라보기에도 안타까운 상황을 볼 수 밖에 없게 되고 말았다. 이번 여행은 고베의 하얀 학의 모양의 높이 있는 히메지성과 교토의 주홍색 청수사 그리고 오사카의 북적북적한 밤거리 모두 후들거리는 다리로는 힘든 일정이었다.
일본의 저렴하지 않는 교통비와 숙박비를 고려하고 허락된 짧은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고려하여 이번 오사카 상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라 새벽부터 일정을 꾸리다보니 잠이 부족하였던 것 사실이다. 틈틈이 오가는 시간에 잠을 자고 바쁘게 여행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고베의 롯코산(육갑산) 케이블카는 사전정의가 아직도 헷갈린다. 케이블카란 뜻이 모노레일을 대신해서 사용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늘상 케이블카(로프 웨이)란 공중에 떠있는 것이라면 육갑산 케이블은 융플라우의 알프산을 오르내리던 급경사의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열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별 신기하지도 않는 등산열차에서 오래묵은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노력아닌 노력을 했다. 아름다운 눈을 허락하소서! 2월은 아직 봄이 아닌 것이다. 길다랗게 자란 동백꽃이라도 얼마나 다행인가! 롯코산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백만불짜리라고 한다는데 한낮에 가서 그런 것인지 느글느글한 식사가 강하게 기억이 남는다.ㅋㅋㅋ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를 철판에 구워먹는 것으로, 너무 많은 기름진 부분을 먹어야 했기에 즐겁지 않았다. 다른 동물의 기름을 먹으러 비행기타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느글느글함에서 비롯된 축적된 불만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여행가이드는 유리병에 담겨있는 사이다를 한병씩 선물해 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사이다는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달콤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사이다가 없었으면 처음부터 기분 엄청 망했을 것이다. 경험된 패키지 기억은 첫날의 음식은 좀 실망적이었던 것을 떠올리게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더 나아질것이야~~~
고베의 메모리얼 파크를 갔다. 1995년에 지진이란 단어를 운명처럼 안고 사는 나라답게 내진설계가 잘 되어있고, 안전관리가 철저한 것은 부러웠지 싶다. 우리나라처럼 초고층 아파트를 구경할 수 없었다. 초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것 보다 일반 마당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산다는 일본인들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그후에 찾아오는 2차적인 재앙은 인재에 해당되는 것들이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부합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진후 급진적인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100볼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었지 싶다.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강화유리를 사용하지 않을 곳을 정해놓고, 소방차 진입을 위해 주차하지 않을 곳에 주차하지 않고, 이런 등등의 일상의 질서는 강한 일본을 만들고 있는 것 분명하다.
차이나타운(난킨마치) 방문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라고 하는데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군것질을 하며 재잘되는 곳이다. 왜 이런 곳에 여행객을 풀어 놓는 것인지 이해가 도저히 안되는 한심한 관광지였지 싶다. 일본의 차이나타운은 별볼일 없다 뭐 이런 것을 느끼라고 데려다 주는 것인가? 길거리 음식을 군것질하는 곳인데 먹어보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부타만(돼지만두), 타이야키(붕어빵) 야키소바, 타코야키 왜 이런 냄새풍기는 것들이 나의 위장을 유혹하지 않는 것이지? 유혹되기 위해서 날아왔는데 왜? 점심으로 먹었던 세 동물의 기름이 방해를 심하게 했던 모양이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곳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럴려고 가방챙겨 새벽부터 온 것이 아니란 말이여요!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가 있는 나라! 열받아도 자동차 클랙슨을 누르지 않는단다. 노년인구가 많은 나라답게 혹시라도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놀라 심장마비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을 줄이는 조치라고 한다.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타국의 여인들에게 먼저 탈것을 양보하다 결국엔 자신은 문밖에서 도어아저씨 역할을 하던 사람은 일본남자사람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뎅! 갑자기 이웃나라의 몸에 익은 배려심에 열등감이 올라오는 것은 뭐지?
저녁으로 먹은 음식이름은 도대체 뭐였을까? 음식점 간판에 있지도 않는 음식을 먹었던 느낌은 불쾌했지 싶다. 아무리 일본음식이 짜고 반찬이 조금이라고 하지만 이럴 수가 없었다 싶었다. 육갑산 케이블카 오르내리던 값이 음식값에서 빠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랑스럽게 딸려 나온 김치는 달고 짭짤했다. 김치장아찌인가!
호텔에 딸린 작은 천연온천은 그나마 괜찮았지 싶다. 호텔 꼭대기층에 있는 야외온천에서의 밤풍경은 별도달도 보이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고 행복했지 싶다.
힌두루미가 날아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히메지성'(백로성)을 보기 위해 아침을 서둘러 교토로 향했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성지붕과 성외벽이 하얗게 석회를 발라 흰색을 하고 있고,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본거지로 삼았던 성이라고 한다. 지붕의 곡선이 새의 날개를 닮았다하여 백로성이라고 한다.
해자라고 불리는 성을 둘러싼 물줄기(강 혹은 인공 저수지(?))는 그때 당시엔 적의 공격을 막기위해선 필수적이었다고 한다. 언덕위에 지어진 45미터 높이의 목조건물 천수각 (본전)을 엘리베이터 없이 신발을 벗고 제공하는 미끌거리는 슬리퍼를 신고 천수각 내부를 오르내려야 했다. 좁은 목조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오르내리다 보니, 난간을 붙잡고 있는 팔과 슬리퍼를 신고 체중을 옮기는 양말신은 발이 달려있는 다리가 얼마나 후덜거렸던지ㅋㅋㅋ 낙상의 위험을 아는 사람은 이 느낌을 이해할 것이다. 함께 여행하던 주름진 여행객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라오지 않았다. ㅠㅠ 이런 체험을 하지 않을 것이면 왜 오셨다는 것인가! 아직 피지 않은 벗꽃이 하얀 백로성을 둘러싸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을 시간앞에 주저앉은 소극적인 그들을 못본척 하였다.
2월의 히메지성은 담백하였지 싶다. 그리고 벗꽃이 피어있는 히메지성 또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 들었다. 갑자기 히메지성이 있는 일본이 부러웠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음식점에서 일본음식을 먹었다. 부드러운 두부가 다시마 우린 따뜻한 맑은 국물에 들어 있었다. 그 맛있다는 일본 두부맛을 보는 것이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두부를 몇개 건져먹고 맛있는 일본 하얀 밥을 먹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뭘 기대하였단 말인가!ㅠㅠ 이것은 한식인가 일식인가 묻는 사람이 있었다. ㅋㅋ 반찬(시금치, 멸치, 계란말이)이 쪼금 나온 것을 고려하면 일식이 맞다! 리필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식 맞다. 그나마 써비스로 특별히 북해도에서 재배된 무우로 담은 깍두기가 나왔는데 다들 먹고나서 깍뚜기 담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나~~~ㅋㅋ 음식점 가게 선전판에 나와있는 비빔밥이나 다른 한국음식은 참 맛있게 보이는데 왜 하필 한국에서 온 여행객에겐 정체 묘한 음식을 자꾸 주는 것인가! 일본에서 거주하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에서 먹은 음식은 한식인가 일식인가? 일본쌀로 만든 밥이니 일식?
일본 천년수도인 '교토'의 청수사로 향했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기념품 상가와 음식점 가게는 일본스러웠지(아기자기) 싶다. 고베의 히메지성은 한적해서 드글드글한 여행객을 볼 수 없었던 반면에 교토의 청수사 입구는 사람이 많았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지 싶다. ㅋㅋ 가게마다 여행객들이 북적거렸고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에 유혹된 여행객들은 다들 행복하다.
주홍빛과 금빛을 적절하게 배치한 절의 모습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수수하고 정갈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절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진하게 화장을 하고 있는 절은 '번영'을 갈망하는 뜻으로다가 주홍색을 칠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절의 지붕을 얹는 방식은 특이했지 싶다. 기와가 아니라 얇은 나무판을 여러겹 얹어 만드는 것으로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절을 구성하는 목재(기둥과 문)에 병충해를 막기 위해 단청칠을 하고 그 색이 노란색과 주황색의 중간인 주홍색을 선택한 것이다. 지붕은 수수하고 기둥과 벽은 단순한 구조에 화려한 색이고 조명등은 섬세했다. 패키지 여행은 시간을 쪼개어 이러지리 정확하게 옮겨가다보니, 시간이 부족해 청수사 맑은 물을 마셔보지는 못했던 것은 아쉬움이었다. 대신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양많고 맛있는( 이빠이 고봉인 ) 녹차 4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벗꽃과 푸른 나무가 없는 2월은 비수기이라고 한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있었는데 성수기엔 좁은 진입로에서 인내해야 할 기다림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스럽다. 그래도 벗꽃이 피어있는 청수각 환타치를 보고 싶긴 하다.
오사카에 입성한 시간은 어두워진 시간이었다. 신사이바시(역) 상점가와 도톤보리, 난바, 닛폰바시 밤거리를 걷다가 신발 밑창이 나갔다. ㅋㅋ 다리가 아려와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가장 젊은 날 오사카의 밤을 포기할 수 없어 마냥 걷고 싶었지만 현실은 다리가 아펐다. 도톤보리에서 마라토너가 달려오는'그리코'란 과자회사의 광고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와글와글함과 드글드글함을 느끼게 만든 도톤보리의 밤거리는 쉽게 일본의 밤을 잠들지 못하게 하였다.
오사카의 밤 여기저기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바구니에 넘치게 물건을 사는 젊은 엄마들을 보며 갑자기 우리나라 걱정을 했다. ㅋㅋ 누굴 주려고 저리 많은 물건을 사는 것인가!
젊은 이들이 취직이 잘되고 노인들도 일거리가 있는 이웃나라가 부러웠다. 한국에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우리 나라가 최고라고 했지만서도 텔리비젼속의 뉴스는 우울하고 깝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