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27, 2019

내안의 봄바람

두꺼운 옷보다는 좀 더 가벼운 옷을 챙기고, 겨울내 신고 다녀서 달아진 발목 부츠를 벗고 단순한 운동화를 신고 봄같은 마음으로 대문을 열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겨울동안  잠들었던 시간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후회로 뒤돌아 보기를 멈추어야 한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새로 돋아나는 새싹처럼 묵은 가지에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리몰델링한 수영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익숙한 여인들은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모습이다.  꾸준히 하던 운동을 하지 않고 일차적인 본능에 충실한 모습으로 나와같은 형태(?)로 ㅋㅋ 반갑게 나타났다.   날마다의  생활체육리듬이 무너진 무기력한 모습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움직임 없는 그림이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자신들의 비축한 것들을 소비하는 것에 비하면 그것도 비할 것이 아니다.  막상 수영장을 갈 수 있는 날이 다가오자 불안한 긴장감마저 들었다. 새로운 게으름에 이미 마음과 몸이 익숙해진 탓이다.

바야흐로, 푸른박스로 돌아간 3일째 되는 날이다. 근육 대신에 지방을 채운 몸은 물위로 어려움 없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아무런 생각없이도 잘했던 동작들이 사라졌다!   혹시라도 좌절할 자신을 위해 그동안 숱한 나날동안 갈고 닦은 것들이 사라질리 없다며  긍정적으로 온몸을 움직였다.   맵고 낯설은 수영장 물을 핑계삼아 빨리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더이상 물러날 수 없어서 견뎠다고 할 수 있다.  깨끗하고 밝은 인테리어로 인해 수영장이 넓어 보이고 25미터 레인이 길게 느껴졌다.

3일째 되는 날 아침, 가슴이 아직도 두근거리는가 자문해보았다. 약간의 미동이 있었던 것 같다. 수영장을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뛰지 않는다 유령처럼.

운동을 마치고 슈퍼에 들러 저녁장을 보는 일상으로 돌아온 내가 반갑고 고맙다. 귀찮긴 하지만 새꼬막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온 난 에너지가 충만인 모양이다.  꼬막을 보면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참꼬막을 잘 삶으셨던 우리 엄마. 몰래 참꼬막 훔쳐먹고 얼굴이 간질간질 했던 어린시절이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꼬막을 해감하여 삶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역시 이번에도 엄마처럼 찰랑찰랑한 꼬막살이 탱탱거리게 삶지 못했다.

붉은 남쪽땅에 계시는 나의 늙은 아부지께서 '함초'를 보내시며,  벌써 매화꽃이 피었다며 봄이 왔음을 알려 주신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 다녀도,
봄을 찾을 수가 없었네.
신발이 다 닳도록 봄을 찾아 헤맸네.
지쳐 돌아와 우연히 뒤뜰을 거닐다보니,
매화꽃이 거기 피어 있었네.
                                                 -나대경 (송나라 학자 )

봄바람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또 쓸데없이 물어는 본다.  자신을 위해 부드럽고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싶다는 생각은 묵은 가지에서 새로 솟아나는 새순의 마음 아니겠는가.  매화꽃이 내 마음에 있었네~~~

Wednesday, February 20, 2019

Just Be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을 살라.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인 럭셔리다."

샤넬의 대표 디자이너,  '라커펠트'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또 이런 말씀도 하셨다고 한다. "운동복 바지는 패배의 조짐이다. 자기 삶에 대해 통제권을 잃으니, 운동복 바지를 입고 나서게 되는 것이다."

ㅋㅋㅋ 2018년이 2019년으로 넘어오는 겨울은 개인적으로는 편안한 츄리닝 바지의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미국유학시절 힐링차원으로 빅세일하는 옷을 핏팅룸에서 실컷 입어보고, 최종선택을 한두개 골라 돌아오던 경험이후로 쇼핑은 힐링차원에서 하지 않는다.   여기 이곳에서 마음을 달래러 일부러 쇼핑을 가지는 않게 되었다. 더 이상 명품 브랜드를 걸쳤다 하여 타인을 부러워 하지도 않고 자신 또한 명품 브랜드 옷을 입지 않았다하여 기가 죽거나 질투가 나지도 않는다.

혹자는 그것을 늙은 증거의 하나라고 하며 웃었지만 지금의 편안한 내가 그리 싫지는 않다.  급기야 츄리닝 바지 패션의 훌렁함에 꽂혀 한겨울을 지냈나 보다. 어쩌면 라커펠트님의 말씀에 의하면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내려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일정하게 오가는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인 모임이 딱딱하게 있는 것도 아닌 요즈음의 긴장감 없는 생활은 추리닝이 적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몸매가 드러나는 수영복은 긴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이다.

추리닝 바지가 어울리려면 상당한 몸매가 되어야 한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긴다리에 무심하게 걸친 추리닝과 운동화를 입은 모습이 멋지게 다가올 때가 있다. 여기 현실에 있는 난 긴다리를 가진 것도 작은 머리로 좋은 비율을 가진 사람이 아니지만 내의를 껴입을 수 있는 그 낙낙함이 좋았던 것이다. 춥지 않고 편안하게 입은 난 삶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것인가?

독서광이었다던 라커펠트는 자신의 고양이의 우아한 모습과 태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과 같으면서도 말이 없는 고양이를 사랑했다고 한다.

'옷이 당신한테 어울리는 사람인지 고민하기 전에,  당신이 그 옷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먼저 고민하라.'라고도 하셨다는데, 난 별 문제 없는 것다며 무식용감하게 긍정해 본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을 살라.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인 럭셔리다." 그의 어록중에 이 말씀이 가장 멋지다.

Be Natural~~~

백남준 작가님이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하기 때문이다.'라며  기존의 관습적인 크리세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오래된 영화제목은 기억은 안나지만 '라면 먹고 갈래?' 하고 꼬리치는 장면과 변해버린 연인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해?'라고 묻던 대사가 갑자기 연달아 떠오른다.ㅋㅋ

급속도(?)로 변화하는 요즈음에도 연인들끼리, '라면 먹고갈래' 하고 꼬시는 말을 주고 받고 사는지 궁금하긴 하다. 물론 '사랑이 어떻게 안변해 !'하고 쉽게 응대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다. ㅠ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도 상황이 변하면 설정을 바꿔야 하는 시대라며, 무심함을 이해하고 기대를 내려놓고 자족하며 살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옳았지만 지금은 틀리는 경우들이 있다.

거울앞에서 울트라수분크림을 바르다가,  거울앞에 있는 '나'라고 있는 얼굴의 익숙한 낯섬을 마주한다. '넌 누구니?'

시간을 거스릴수 없어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있는 것은 잘알지만서도, 세월의 덧없음에 우울해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느낌 아니겠는가. 정월 대보름달이 떠올랐지만 밖으로 나가 달의 기운을 내려받지는 않았다. 옷을 챙겨입는 것도 귀찮아서이기도 하고 지구와 달이 가까워서 달크기가 좀 커진 것이 무슨 별일이라고 심드렁하는 자신을 냅두기로 한 것이다. 대보름달이 떴다고 카톡카톡 문자를 날리는 사람들은 어쩌면 순수하다!

'자기혐오'란 단어가 자꾸만 거슬린다. 혹시 내가?

너무 반성하고 체크하고 자신을 볶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무한정 자기신뢰' '무한정 자기사랑'을 해야 하는데 요즈음의 아무 생각없는 난 참으로 한심하다. ㅠㅠ 대문밖을 나가지 않으니 자신들의 잣대로 함부러 인간성을 잣대질하고 지적질 하는 타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나를 지키던 나다운 생각의 힘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ㅋㅋ  주변상황에 적당하게 어울릴줄 아는 사람들의 내공이 부럽긴하다.  그 어려운 '적당함'을 아는 사람들은 주변상황에 맞게 어울리는 것에 능하다 할 수 있겠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답다~~~
힘쓰지 말고, 마음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Sunday, February 17, 2019

The Safety

가깝지만 먼나라 일본을 다녀왔다. 해마다 이른 매화꽃이 필무렵이면 일본 관광지를 둘러 보고싶다는 바람은 이런저런 삶의 이유를 달고 쉽게 달성되지 못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도쿄근지에서 매화가 피어있는 모습은 아름다움의 엑기스만 추려놓은 듯한 추상화처럼 아름다웠고 그 빛바래가는 그림은 시간을 머금어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반면, 이번 고베, 교토, 오사카를 걸친 패키지 여행은 무엇인가가 상당히 부족한 그림을 그리고 오지 않았나 싶다.

기억력이 딸려서인지 아니면 한겨울에 꽃을 본 것처럼 환상적인 추억을 품고 있었던 연유였던지 날씨는 추웠다.  오들오들 떨다가 결국엔 멋을 부리는 것을 포기하고 방한위주로 옷을 껴입고 처음을 시작하였다. 패키지 여행에 중년의 여자사람들이 많은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평균연령이 이토록 주름진 그룹은 처음 만났던 것이었다. 다행히 한가족이 아들을 동반한 부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싶다. 다행히 교회 여전도회 집사님들이셔서 여행진행은 착하고(?) 부드럽게 이루어졌던 것은 인정하고 싶다.

관광을 위주로 할 것인지 먹고 쉬는 여행을 할 것인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을 배웠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쇼핑도 하는 시간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여행을 가야 하는데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여행상품을 정하다보니 주위에서 바라보기에도 안타까운 상황을 볼 수 밖에 없게 되고 말았다.  이번 여행은 고베의 하얀 학의 모양의 높이 있는 히메지성과 교토의 주홍색 청수사 그리고 오사카의 북적북적한 밤거리 모두 후들거리는 다리로는 힘든 일정이었다.

일본의 저렴하지 않는 교통비와 숙박비를 고려하고 허락된 짧은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고려하여 이번 오사카 상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라 새벽부터 일정을 꾸리다보니 잠이 부족하였던 것 사실이다. 틈틈이 오가는 시간에 잠을 자고 바쁘게 여행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고베의 롯코산(육갑산) 케이블카는 사전정의가 아직도 헷갈린다. 케이블카란 뜻이 모노레일을 대신해서 사용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늘상 케이블카(로프 웨이)란 공중에 떠있는 것이라면 육갑산 케이블은 융플라우의 알프산을 오르내리던 급경사의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열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별 신기하지도 않는 등산열차에서 오래묵은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노력아닌 노력을 했다. 아름다운 눈을 허락하소서! 2월은 아직 봄이 아닌 것이다. 길다랗게 자란 동백꽃이라도 얼마나 다행인가! 롯코산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백만불짜리라고 한다는데 한낮에 가서 그런 것인지 느글느글한 식사가 강하게 기억이 남는다.ㅋㅋㅋ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를 철판에 구워먹는 것으로,  너무 많은 기름진 부분을 먹어야 했기에 즐겁지 않았다. 다른 동물의 기름을 먹으러 비행기타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느글느글함에서 비롯된 축적된 불만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여행가이드는 유리병에 담겨있는 사이다를 한병씩 선물해 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사이다는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달콤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사이다가 없었으면 처음부터 기분 엄청 망했을 것이다.  경험된 패키지 기억은 첫날의 음식은 좀 실망적이었던 것을 떠올리게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더 나아질것이야~~~

고베의  메모리얼 파크를 갔다. 1995년에  지진이란 단어를 운명처럼 안고 사는 나라답게 내진설계가 잘 되어있고, 안전관리가 철저한 것은 부러웠지 싶다. 우리나라처럼 초고층 아파트를 구경할 수 없었다.  초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것 보다 일반 마당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산다는 일본인들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그후에 찾아오는 2차적인 재앙은 인재에 해당되는 것들이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부합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진후 급진적인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100볼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었지 싶다.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강화유리를 사용하지 않을 곳을 정해놓고, 소방차 진입을 위해 주차하지 않을 곳에 주차하지 않고, 이런 등등의 일상의 질서는 강한 일본을 만들고 있는 것 분명하다.
차이나타운(난킨마치) 방문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라고 하는데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군것질을 하며 재잘되는 곳이다.  왜 이런 곳에 여행객을 풀어 놓는 것인지 이해가 도저히 안되는  한심한 관광지였지 싶다. 일본의 차이나타운은 별볼일 없다 뭐 이런 것을 느끼라고 데려다 주는 것인가? 길거리 음식을 군것질하는 곳인데 먹어보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부타만(돼지만두), 타이야키(붕어빵) 야키소바, 타코야키 왜 이런 냄새풍기는 것들이 나의 위장을 유혹하지 않는 것이지?  유혹되기 위해서 날아왔는데 왜? 점심으로 먹었던 세 동물의 기름이 방해를 심하게 했던 모양이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곳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럴려고 가방챙겨 새벽부터 온 것이 아니란 말이여요!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가 있는 나라! 열받아도 자동차 클랙슨을 누르지 않는단다. 노년인구가 많은 나라답게 혹시라도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놀라 심장마비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을 줄이는 조치라고 한다.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타국의 여인들에게 먼저 탈것을 양보하다 결국엔 자신은 문밖에서 도어아저씨 역할을 하던 사람은 일본남자사람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뎅! 갑자기 이웃나라의 몸에 익은 배려심에 열등감이 올라오는 것은 뭐지?

저녁으로 먹은 음식이름은 도대체 뭐였을까? 음식점 간판에 있지도 않는 음식을 먹었던 느낌은 불쾌했지 싶다. 아무리 일본음식이 짜고 반찬이 조금이라고 하지만 이럴 수가 없었다 싶었다. 육갑산 케이블카 오르내리던 값이 음식값에서 빠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랑스럽게 딸려 나온 김치는 달고 짭짤했다. 김치장아찌인가!

호텔에 딸린 작은 천연온천은 그나마 괜찮았지 싶다.  호텔 꼭대기층에 있는 야외온천에서의 밤풍경은 별도달도 보이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고 행복했지 싶다.

힌두루미가 날아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히메지성'(백로성)을 보기 위해 아침을 서둘러 교토로 향했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성지붕과 성외벽이 하얗게 석회를 발라 흰색을 하고 있고,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본거지로 삼았던 성이라고 한다.  지붕의 곡선이 새의 날개를 닮았다하여 백로성이라고 한다.

해자라고 불리는 성을 둘러싼 물줄기(강 혹은 인공 저수지(?))는 그때 당시엔 적의 공격을 막기위해선 필수적이었다고 한다.  언덕위에 지어진 45미터 높이의 목조건물 천수각 (본전)을 엘리베이터 없이 신발을 벗고  제공하는 미끌거리는 슬리퍼를 신고 천수각 내부를 오르내려야 했다.  좁은 목조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오르내리다 보니, 난간을 붙잡고 있는 팔과 슬리퍼를 신고 체중을 옮기는 양말신은 발이 달려있는 다리가 얼마나 후덜거렸던지ㅋㅋㅋ 낙상의 위험을 아는 사람은 이 느낌을 이해할 것이다. 함께 여행하던 주름진 여행객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라오지 않았다. ㅠㅠ 이런 체험을 하지 않을 것이면 왜 오셨다는 것인가! 아직 피지 않은 벗꽃이 하얀 백로성을 둘러싸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을  시간앞에 주저앉은 소극적인 그들을 못본척 하였다.

 2월의 히메지성은 담백하였지 싶다. 그리고 벗꽃이 피어있는 히메지성 또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 들었다. 갑자기 히메지성이 있는 일본이 부러웠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음식점에서 일본음식을 먹었다. 부드러운 두부가 다시마 우린 따뜻한 맑은 국물에 들어 있었다. 그 맛있다는 일본 두부맛을 보는 것이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두부를 몇개 건져먹고 맛있는 일본 하얀 밥을 먹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뭘 기대하였단 말인가!ㅠㅠ 이것은 한식인가 일식인가 묻는 사람이 있었다. ㅋㅋ 반찬(시금치, 멸치, 계란말이)이 쪼금 나온 것을 고려하면 일식이 맞다! 리필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식 맞다. 그나마 써비스로 특별히 북해도에서 재배된 무우로 담은 깍두기가 나왔는데 다들 먹고나서 깍뚜기 담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나~~~ㅋㅋ 음식점 가게 선전판에 나와있는 비빔밥이나 다른 한국음식은 참 맛있게 보이는데 왜 하필 한국에서 온 여행객에겐 정체 묘한 음식을 자꾸 주는 것인가! 일본에서 거주하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에서 먹은 음식은 한식인가 일식인가? 일본쌀로 만든 밥이니 일식?

일본 천년수도인 '교토'의 청수사로 향했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기념품 상가와 음식점 가게는 일본스러웠지(아기자기) 싶다. 고베의 히메지성은 한적해서 드글드글한 여행객을 볼 수 없었던 반면에 교토의 청수사 입구는 사람이 많았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지 싶다. ㅋㅋ 가게마다 여행객들이 북적거렸고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에 유혹된 여행객들은 다들 행복하다.

주홍빛과 금빛을 적절하게 배치한 절의 모습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수수하고 정갈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절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진하게 화장을 하고 있는 절은 '번영'을 갈망하는 뜻으로다가 주홍색을 칠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절의 지붕을 얹는 방식은 특이했지 싶다. 기와가 아니라 얇은 나무판을 여러겹 얹어 만드는 것으로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절을 구성하는 목재(기둥과 문)에 병충해를 막기 위해 단청칠을 하고 그 색이 노란색과 주황색의 중간인 주홍색을 선택한 것이다.  지붕은 수수하고 기둥과 벽은 단순한 구조에 화려한 색이고 조명등은 섬세했다.  패키지 여행은 시간을 쪼개어 이러지리 정확하게 옮겨가다보니, 시간이 부족해  청수사  맑은 물을 마셔보지는 못했던 것은 아쉬움이었다. 대신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양많고 맛있는( 이빠이 고봉인 ) 녹차 4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벗꽃과 푸른 나무가 없는 2월은 비수기이라고 한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있었는데 성수기엔 좁은 진입로에서 인내해야 할 기다림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스럽다. 그래도 벗꽃이 피어있는 청수각 환타치를 보고 싶긴 하다.

오사카에 입성한 시간은 어두워진 시간이었다. 신사이바시(역) 상점가와 도톤보리, 난바, 닛폰바시 밤거리를 걷다가 신발 밑창이 나갔다. ㅋㅋ 다리가 아려와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가장 젊은 날 오사카의 밤을 포기할 수 없어 마냥 걷고 싶었지만 현실은 다리가 아펐다. 도톤보리에서 마라토너가 달려오는'그리코'란 과자회사의 광고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와글와글함과 드글드글함을 느끼게 만든 도톤보리의 밤거리는 쉽게 일본의 밤을 잠들지 못하게 하였다.
오사카의 밤 여기저기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바구니에 넘치게 물건을 사는 젊은 엄마들을 보며 갑자기 우리나라 걱정을 했다. ㅋㅋ 누굴 주려고 저리 많은 물건을 사는 것인가!

젊은 이들이 취직이 잘되고 노인들도 일거리가 있는 이웃나라가 부러웠다.  한국에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우리 나라가 최고라고 했지만서도 텔리비젼속의 뉴스는 우울하고 깝깝하다.

Tuesday, February 12, 2019

Grouping

아침수영을 가지 못하는 2월은 모든 것이 무겁다.  한달가량을 수영장 리모델링을 하게 되어 휴관을 한다고 하니 그 노후한 설비를 보완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운동을 하지 못한 무거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지 싶다.  수영을 하면서 어깨와 테니스 엘보우 통증과 겨울비염을 달고 있는 시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중순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운동하지 않는 어깨와 팔꿈치의 통증은 좋아졌는가?
비염치료도 되었는가?
그동안 밀린 일(?)도 하고 있는가?

일상의 리듬이 깨진 생기없는 무거운 얼굴을 하고 거울앞에 서는 것은 두려움이다!

여행가방을 챙기며 예전과 달리 그리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심드렁하게 별 기대하지 않는 난 이제 한살을 더 먹었다.  흰머리를 애써 감추려 노력하지 않는 난 이제 늙음을 받아들인 것 같다는 것이다. 여행을 앞두고 미장원에 갔더니만 늘상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게 나왔다. 애써 이른 불쾌감을 감추고 무심한듯 만지작거리는 미용사님의 마지막 매직같은 손길을 기대했었다. 눈뜨고 볼수가 없다! ㅋㅋ결국 자신 스스로의 못난 미모탓이라 여기며 직원에게 팁까지 주는 덕(?)을 베풀었다.

다시 안방 거울앞에 있는 낯선 얼굴을 보며, 다시는 그 미장원에 가지 않겠다며 다짐을 한다. 타고난 미모(?)에 어울리는 머리를 해줄 수 있는 헤어디자이너는 없는 것인가!  처치불가인가?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빨리 말할 수 있다는 글을 아침신문에서 읽었다. 반면에 행복둔재들은 싫어하는 것에 반응하며 근심으로 마음을 채운다는 내용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경험을 최근에 하였지 싶다. 김영란법 이후로 강사 떡값회비를 걷지 말라는 공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듯 하더니만 이제는 단합의 명분을 내걸어 단체 회식을 잡았다. 집단적인 일에 '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강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제거되어야 할 회원인가. 달달하고 매끈한 친화력을 지닌 핵인사가 '단합'이란 명분을 내걸었다. 지도강사의 관심을 받는 회원들은 핵심 회원이 되어 그 뿌듯한 자신감으로 분위기를 챙기는 응대를 한다.  자신들은 모르겠지만 '진상질'의 대물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비를 더 내는 것도 아니고 운동하러 왔는데 왜 자꾸 불편하게 하는 것인가. 늙고 쭈그러든 회원은 입다물고 밥먹자면 밥묵고 모자쓰라면 쓰고 입다물고 막 나름의 힘빠진 할메 수영을 하면 된다는 것인가. 어쩌다 강사의 가르침이라도 받으면 황송하여 그동안의 무심함을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이 무슨 교양있고 우아한 처세술처럼 말이다.

대단하지 않는가! 단체회식이야 참석하지 않으면 그만인 선택의 자유가 있다지만 단체수영모자는 어찌 하는가!  여우같이 주름진 사람들이 좋은 것이 좋은겨 하며 두리뭉실 잘도 넘어가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일이 절대적으로 단합적으로 공산적으로 넘어가는 것을 침묵하며 받아들여야 했던 경험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진상질의 대물림이 되는 순간은 이런 것이다. 집단적인 힘은 이렇게 길러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수영복과 깔마춤한 나의 수영모자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개인의 취향을 무시한 단체 수모는 누구를 위한 선택이란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영대회도 없고 그다지 수영실력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똑같은 단체 모자를 쓰게 만든 핵인사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단합이란 명분을 내건  갑질에 놀아나고 있는 느낌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심혀,  찍히면 자기 왕따되어 수영장 쫒겨난다~~~'

이  비현실적인 갑질적인 폭언이 속삭여지는 상황이 인정하기 싫은 갑질 현실이다. 누가 갑질을 조장하는가. 누가 그 갑질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인가.  좋은 것이 좋다며 사회성 좋은 언니들의 세련된 격려와 침묵,  침묵할 때를 아는 여우같은 현명한 선택이 더해지고 그리고 젊고 이쁜 회원들의 친절하고도 자발적인 영향력, 모두가 공범의 지분을 이루어낸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회원 모두 간절히 단체수모를 바라고 있었던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나?

날마다 얼굴보는 회원들끼리 불편한 감정이 오가는 것이 싫어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두리뭉실하게 살아야한다며 싫어도 티내지 않는 집단적인 처세술을 배우고 있나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비겁하게 글을 토해내고 있다 있는 것이다. 아직 단체모자를 쓰고 가야 할 날이 남아있지만 행복감이 떨어지는 시간엔  내가 비겁하게 저질렀던 침묵의 선택이 불쾌하게 떠오른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함께 단체모를 쓰니 눈이 어지럽지 않다던 회원의 덕담을 떠올리며 웃어본다.  수영을 더 좋아하는 내가 져야 하는 모양이다.

Monday, February 11, 2019

What a Feeling

'플래시 댄스(Flash Dance)'뮤지컬을 세종문화회관에서 관람하게 돠었다. 영화 '플래시 댄스'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오리지날팀(웨스트엔드)이 공연한 댓가로(?) 앞의자에 달려있는 자막을 슬쩍슬쩍 봐야하는 민첩함을 동워해야 하는 피곤함(?)을 지불했다.ㅋㅋ

'열정'이란 한 단어로 말할 수 있겠다싶다.  낮엔 용접공으로 밤엔 댄서로 일하면서도 꿈을 키우며 성장해 가는 18세 소녀의 성장스토리가 멋진 춤과 오래되어 익숙한(?) 음악과 함께 펼쳐졌다.  그동안 우리나라 떼춤의 현란함에 익숙해진 탓인지 멋진 몸매를 가진 매력적인 여주인공의 춤사위에 별 감동이 없었다는 것이 약간은 충격이었지 싶다. 사람의 눈은 얼마나 간사한가! 신기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아 실망하는 자신을 다둑거리고 있는 자신을 보고 말았다.

What a feeling, Maniac, Gloria, I love Rock and Roll, Manhunt 등의 익숙한 노래는 더 젊었던 시간여행을 허했던 것 같다. 오래된 음악이 이곳저곳에서 흘렀을 당시에(1983) 자신의 모습을 잠시나마 떠올려보았다. 그때의 자신은 무슨 꿈을 꾸고 있었는지 여기 지금의 나는 무슨 열정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인지 물어는 보았던 것 같다.

1983!
교복을 벗고 대학교를 갔던 시간이다!
대학단짝과의 과실 첫만남이 떠오르고, 인문대 앞 잔디밭에 앉아 떡을 파는 아줌마를 피하지 못해(?)  떡과 야구르트를 사먹는 풍경 그리고 수업을 땡땡이 치고 다방에 앉아 쪽지에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던 속없는 여대생의 무용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열정이 있었냐고?

때늦은 사춘기를 겪느라 힘들었던 청춘의 시간이라고 해두자. 열정의 방향을 정할 수 없어 이리저리 흔들렸던 그 시간은 지금도 생각하면 이유없이 슬프다.  단짝친구를 따라 춤(디스코)을 추러갔던 그 시간이 이렇게 그리울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가슴을 뛰게 만들만큼의 즐거움이 그 푸른 시간에 있긴 하였을까?

 지금 여기에 있는 주름진 시간을 머금은 나는 가슴이 뛰지 않는 것들을 처분해야겟다. 무서운가?ㅋㅋ '곤도 마리에'라는 일본숙녀님의 설법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모양이다. 'Spark Joy'란 말은 설레지 않은 물건들을 처분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찾는 말이라고 한다. 방청소를 하면서 잡동사니에 묻혀 있는 열정 하나를 찾아 봐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nYp7IzUVOpM
Flash dance, What a Feeling


Wednesday, February 06, 2019

OFF

명절을 앞두고 귀찮아도 동태전은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어섰다. 대구와 동태포가 고급진(?) 가격이었지 싶다.  명절은 기름두른 냄새가 나야 위장이 그득해지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길들여진 본능을 거부할 수 없었다.

어떤 사명을 가진 사람처럼 '육개장'에 도전하였다. 고사리와 토란대를 물에 불려놓고 시간을 보태면 되는 것이다. 비싼 양지고기를 사다가 삶고 그리고 고추기름을 만들고 온갖 양념을 버무리고 대파를 많이 넣으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참으로 위대한 발견이라며 매번 검색하며 실생활에 응용할 때면 감사해한다.

고추기름을 만들다 실패한 경험은 불온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였고, 드디어 붉은 고추기름을 만드는 것을 성공하였다. 기름에 쉽게 타지는 고추가루의 성질을 다룰려면 불온도를 약하게 하고 아니면 꺼버리면 되는 것이다.  불린 고사리와 토란대를 끓는 물에 데쳐내야 한다. 그래야 훨씬 부드러워서 소중한 치아가 고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맛난 육개장 덕분에 옆구리 이곳저곳 실실히 살이 올라 몸이 무거운 결과를 양산하긴 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하여 등산화를 챙겨신고 가까운 산에 갔더니만 종아리 근육이 놀란 모양이다. 평소에 쓰지 않은 근육을 사용한 탓이라 짐작이 되긴 하지만 며칠 힘들고 있는 중이다.

넷플렉스에서 한국 드라마 '킹덤'을 보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일차적 본능을  만나게 되었기도 하다. 배고픈 사람들이 음식을 게걸스럽게 동물적으로 먹는 모습을 보면서 '밥'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 싶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은 한겨울엔 뭘 먹고 살았다지? 그렇고보면, 어릴 적 시간속에 있는 우리는 풍족하지 못했지 싶다. 고구마를 깍아 먹고 삶아먹고, 구워먹고, 말려먹고, 밥외에 뭘먹고 살았지?

지금 여기, 우리집 또한 엥겔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것은 심각한 문화현상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일어났다. 일차적 본능이라 할 수 있는 먹는 것에 대한 욕망이 채워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였다.  저녁밥상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중에 나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함께 음식을 먹는 그 행위자체가 행복한 그림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군가의 글중에서, 명절 제사때 차례로 지낸 음식은 죽은 자가 먹지 않고 산자들이 먹는다라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지 싶다. 나 사진 또한 어린시절 제삿날의 배부름이 생각난다. 평소에 먹지 못하던 기름진 음식을 먹고 뒷날 학교에서 힘들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