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06, 2019

OFF

명절을 앞두고 귀찮아도 동태전은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어섰다. 대구와 동태포가 고급진(?) 가격이었지 싶다.  명절은 기름두른 냄새가 나야 위장이 그득해지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길들여진 본능을 거부할 수 없었다.

어떤 사명을 가진 사람처럼 '육개장'에 도전하였다. 고사리와 토란대를 물에 불려놓고 시간을 보태면 되는 것이다. 비싼 양지고기를 사다가 삶고 그리고 고추기름을 만들고 온갖 양념을 버무리고 대파를 많이 넣으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참으로 위대한 발견이라며 매번 검색하며 실생활에 응용할 때면 감사해한다.

고추기름을 만들다 실패한 경험은 불온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였고, 드디어 붉은 고추기름을 만드는 것을 성공하였다. 기름에 쉽게 타지는 고추가루의 성질을 다룰려면 불온도를 약하게 하고 아니면 꺼버리면 되는 것이다.  불린 고사리와 토란대를 끓는 물에 데쳐내야 한다. 그래야 훨씬 부드러워서 소중한 치아가 고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맛난 육개장 덕분에 옆구리 이곳저곳 실실히 살이 올라 몸이 무거운 결과를 양산하긴 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하여 등산화를 챙겨신고 가까운 산에 갔더니만 종아리 근육이 놀란 모양이다. 평소에 쓰지 않은 근육을 사용한 탓이라 짐작이 되긴 하지만 며칠 힘들고 있는 중이다.

넷플렉스에서 한국 드라마 '킹덤'을 보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일차적 본능을  만나게 되었기도 하다. 배고픈 사람들이 음식을 게걸스럽게 동물적으로 먹는 모습을 보면서 '밥'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 싶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은 한겨울엔 뭘 먹고 살았다지? 그렇고보면, 어릴 적 시간속에 있는 우리는 풍족하지 못했지 싶다. 고구마를 깍아 먹고 삶아먹고, 구워먹고, 말려먹고, 밥외에 뭘먹고 살았지?

지금 여기, 우리집 또한 엥겔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것은 심각한 문화현상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일어났다. 일차적 본능이라 할 수 있는 먹는 것에 대한 욕망이 채워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였다.  저녁밥상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중에 나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함께 음식을 먹는 그 행위자체가 행복한 그림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군가의 글중에서, 명절 제사때 차례로 지낸 음식은 죽은 자가 먹지 않고 산자들이 먹는다라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지 싶다. 나 사진 또한 어린시절 제삿날의 배부름이 생각난다. 평소에 먹지 못하던 기름진 음식을 먹고 뒷날 학교에서 힘들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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