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27, 2019

내안의 봄바람

두꺼운 옷보다는 좀 더 가벼운 옷을 챙기고, 겨울내 신고 다녀서 달아진 발목 부츠를 벗고 단순한 운동화를 신고 봄같은 마음으로 대문을 열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겨울동안  잠들었던 시간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후회로 뒤돌아 보기를 멈추어야 한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새로 돋아나는 새싹처럼 묵은 가지에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리몰델링한 수영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익숙한 여인들은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모습이다.  꾸준히 하던 운동을 하지 않고 일차적인 본능에 충실한 모습으로 나와같은 형태(?)로 ㅋㅋ 반갑게 나타났다.   날마다의  생활체육리듬이 무너진 무기력한 모습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움직임 없는 그림이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자신들의 비축한 것들을 소비하는 것에 비하면 그것도 비할 것이 아니다.  막상 수영장을 갈 수 있는 날이 다가오자 불안한 긴장감마저 들었다. 새로운 게으름에 이미 마음과 몸이 익숙해진 탓이다.

바야흐로, 푸른박스로 돌아간 3일째 되는 날이다. 근육 대신에 지방을 채운 몸은 물위로 어려움 없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아무런 생각없이도 잘했던 동작들이 사라졌다!   혹시라도 좌절할 자신을 위해 그동안 숱한 나날동안 갈고 닦은 것들이 사라질리 없다며  긍정적으로 온몸을 움직였다.   맵고 낯설은 수영장 물을 핑계삼아 빨리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더이상 물러날 수 없어서 견뎠다고 할 수 있다.  깨끗하고 밝은 인테리어로 인해 수영장이 넓어 보이고 25미터 레인이 길게 느껴졌다.

3일째 되는 날 아침, 가슴이 아직도 두근거리는가 자문해보았다. 약간의 미동이 있었던 것 같다. 수영장을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뛰지 않는다 유령처럼.

운동을 마치고 슈퍼에 들러 저녁장을 보는 일상으로 돌아온 내가 반갑고 고맙다. 귀찮긴 하지만 새꼬막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온 난 에너지가 충만인 모양이다.  꼬막을 보면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참꼬막을 잘 삶으셨던 우리 엄마. 몰래 참꼬막 훔쳐먹고 얼굴이 간질간질 했던 어린시절이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꼬막을 해감하여 삶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역시 이번에도 엄마처럼 찰랑찰랑한 꼬막살이 탱탱거리게 삶지 못했다.

붉은 남쪽땅에 계시는 나의 늙은 아부지께서 '함초'를 보내시며,  벌써 매화꽃이 피었다며 봄이 왔음을 알려 주신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 다녀도,
봄을 찾을 수가 없었네.
신발이 다 닳도록 봄을 찾아 헤맸네.
지쳐 돌아와 우연히 뒤뜰을 거닐다보니,
매화꽃이 거기 피어 있었네.
                                                 -나대경 (송나라 학자 )

봄바람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또 쓸데없이 물어는 본다.  자신을 위해 부드럽고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싶다는 생각은 묵은 가지에서 새로 솟아나는 새순의 마음 아니겠는가.  매화꽃이 내 마음에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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