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금
'다리 성성할 때 실컷 돌아 다니셔'하며 지팡이를 짚고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 더 주름진 할머니는 말씀을 외쳤다. 바쁜 걸음으로 이웃 아파트에서 열린 장에 향하던 길이었다. 흰 머리를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쌩쌩하게 길을 건넜을까. 멀리서 머리 색을 보고 같은 나이쯤으로 짐작을 한 것일까 싶기도 하고, 길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잃어버린 두 다리의 소중함을 외치는 하소연(?)에 '네 네'하며 응대를 해 드렸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기쁨'은 3미리 두께의 부드럽고 말랑한 연골을 지켜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다 달아지기 전까진 아무런 징조가 없다가 갑자기 통증이 있어 병원을 가면 소중한 연골이 실종되어 있다는 정보에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염려와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일 아닌가. 그려, 체중을 좀 더 줄이고 다리에 근육운동을 해서 연골에 부담이 가지않는 더 성실한 노력이 내 삶에 필요가 있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지금은 지금, 나중은 나중'이다~~~미리 불안 비용을 치룰 필요없이 오늘을 성실하게 기본에 충실하며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나답게 살면 되는 것을~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제도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내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쓰러지며 주저 앉았지만 걷고 걸어 이제 한 해가 매듭을 짓는 시간에 접어 들었다.
올해도 푸른 낙엽으로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올 것이라 한다. 울긋불긋한 단풍을 쉽게 보지 못하니 그 귀함을 알 것 같다. '있을 때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