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15, 2024

드넓은 하늘

 아침 하늘이 잔뜩 흐리다. 비가 내린다고 하여 손잡이가 있는 큰 우산을 가지고 나갔던 어제는 한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져 주위 눈치를 보며 우산을 폈다 접었다를 했다. 오늘도 흐리고 비가 내릴 것이며, 흐린 날씨에 오히려 구름에 기온이 갇혀 날씨가 더 온난할 것이라고 한다. 

 이른 저녁을 챙겨먹고 나간 풍경은  아직 빛이 남아 어슴푸레하다. 어두움이 내려 앉는 시간은 편안하기까지 하다. 아파트 대추 나무에 무겁게 매달려 있던 붉은 대추들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붉은 대추가 마음 속에 있으니 없어진 붉은 대추가 보인다. 고개를 돌려 아파트 주위를 살펴보니 감들이 붉게 물들어간다. 감나무 나뭇잎이 떨어지면 둥글고도 붉은 자태가 시적으로 서 있을 것이다. 

긴 여름하고 바로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는 뉴스에 울긋불긋한 전형적인 단풍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노란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도 이제 귀한 일이 되어버려서 발품을 팔아 단풍이 고운 곳으로 찾아 가야 할 것 같은 사실을 받아 들이기엔 세상의 변화가 당황스러울 뿐이다.  

 동네공원에서 늦게나마 활짝핀 코스모스들의 핑크 빛 무리를 보았다. 이상하게 코스모스 꽃을 보면서 도화지에서 뭉게지던 어린 시절 크레용이 그린 꽃이 생각났다. 꽃의 색이 선명하게 칠해지지 않던 그 순간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실에 내심 놀라고 말았다. 하필! 도화지에 안착되지 않았던 미끈거리던 느낌과 얇디 얇은 도화지의 불편함이! 난 아직도 멀었다.

푸른 가을을 걷고 걸으니 어두움이 내려 앉으며 가로등 불빛이 켜진다. 고개를 들어 올려 본 푸른 밤이 넓고도 둥글게 펼쳐져 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드넓은 하늘! 감사하다!!  

 


Sunday, October 06, 2024

그래선 안된다고

10월 7일 월요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많던(?)징검다리 붉은 휴일을 다 보내고 맞는 월요일은 긴장감이 들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일요일 오후는 뭔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사람처럼 불안감이 가득하다. 어느새 10월 7일이 되었단 말인가!

'가을'다운 가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저녁 공원 산책을 나갈 때 장갑을 끼는 사람을 보았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져 공기가 쌀쌀한 반면 낮엔 태양이 뜨겁고 하여 하루 일교차가 심한 날씨다.  감기에 딱 걸리기 좋은 달! 인디언들은 10월을 가난해지기 시작하는 달,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 말하는 달, 시냇물이 얼어붙은 달, 추워서 견딜 수 없는 달, 양식을 갈무리하는 달, 큰 바람의 달, 잎이 떨어지는 달 등등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를 겪고 있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양식을 갈무리 하는 달'이란 이름은 뜨거워진 지금 여기서도 얼추 틀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 마주하는 일상의 것들은 소중함을 갖고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평범한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행은 좋은 것이다. 우선 동네 공원의 관리되지 않아 번지르하지 않은 모습이 주는 평안함과 집에서 직접 차린 소박한 먹거리가 주는 가벼움이 좋다. 날마다 누리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잠깐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보기에 유익한 것이다. 

여행중에 붉은 '꽃무릇'이란 꽃을 보게 되었다. 황금 벌판 주위로 붉은 꽃무릇(석산) 꽃들이 피어있는 동화같은 이상한(?) 풍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가을에 붉은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면 잎이 돋아나와 겨울, 봄, 여름을 푸르다 사라진다고 한다. 

 

털썩 주저앉아버리고만 

이 무렵


그래선 안 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태워 

세상, 끝내 살게 하는


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 

무릇, 시는 이래야 한다는

                                                       -오인태 시인, 꽃무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