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선 안된다고
10월 7일 월요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많던(?)징검다리 붉은 휴일을 다 보내고 맞는 월요일은 긴장감이 들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일요일 오후는 뭔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사람처럼 불안감이 가득하다. 어느새 10월 7일이 되었단 말인가!
'가을'다운 가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저녁 공원 산책을 나갈 때 장갑을 끼는 사람을 보았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져 공기가 쌀쌀한 반면 낮엔 태양이 뜨겁고 하여 하루 일교차가 심한 날씨다. 감기에 딱 걸리기 좋은 달! 인디언들은 10월을 가난해지기 시작하는 달,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 말하는 달, 시냇물이 얼어붙은 달, 추워서 견딜 수 없는 달, 양식을 갈무리하는 달, 큰 바람의 달, 잎이 떨어지는 달 등등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를 겪고 있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양식을 갈무리 하는 달'이란 이름은 뜨거워진 지금 여기서도 얼추 틀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 마주하는 일상의 것들은 소중함을 갖고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평범한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행은 좋은 것이다. 우선 동네 공원의 관리되지 않아 번지르하지 않은 모습이 주는 평안함과 집에서 직접 차린 소박한 먹거리가 주는 가벼움이 좋다. 날마다 누리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잠깐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보기에 유익한 것이다.
여행중에 붉은 '꽃무릇'이란 꽃을 보게 되었다. 황금 벌판 주위로 붉은 꽃무릇(석산) 꽃들이 피어있는 동화같은 이상한(?) 풍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가을에 붉은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면 잎이 돋아나와 겨울, 봄, 여름을 푸르다 사라진다고 한다.
털썩 주저앉아버리고만
이 무렵
그래선 안 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태워
세상, 끝내 살게 하는
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
무릇, 시는 이래야 한다는
-오인태 시인,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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