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23, 2024

어쩌나

 어스름히 해가 지는 시간에 동네 공원을 걷는 일은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 중의 하나로 반드시 챙겨야 할 신체적 정신적 영양제이다.  평온한 공원이 웅성거린다. 아무것도 사람의 것을 매달지 않은, 증거 인멸된  하얀 개 한 마리의 모습에 사람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바라 보고 있다. 개를 버린 사람에 대해 혀를 차며 '이를 어쩌나' 안타까운 마음에 가던 길을 쉽게 가지 못하고 있다. 키울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지만 버려진 순백색의 개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이 무거웠다. '누군가 신고를 하든지, 혹시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챙겨 주겠지......' 

다음 날, 공원 어딘가에서 어두운 시간을 견딘, 어리둥절한 하얀 어린 백구(?)는 수척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나타나 낑낑 소리를 낸다. 작은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견주들이 자신의 개를 보호하느라 조심스럽게 바쁘다. 누군가는 눈가에 눈물을 훔친다. 그러나 그들도 나처럼 집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다. 

어디서 잠이 든 것일까? 물과 음식은 먹은 것일까? 배를 보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물이라도 한 모금 먹여 줄까나.' 흔히 보이던 플라스틱 컵도 보이질 않는다. 주말이라 개를 구조(?)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로 아직도 공원에서 밤을 보낸 것일까? 운동장 구석에 수도가 있으니 생존 본능으로 물을 얻어 먹지 않았을까?

지나가는 할머니는 불쌍하다는 생각에 앞서 개가 갑자기 덤벼들까 무섭다는 불안과 걱정을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야생 들개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해 위험에 빠뜨린다는 뉴스를 엊그제 본 게 기억이 난다. 

주말이 지났으니 구청에 누군가 신고를 하고 뭔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공원에서 다시 버려진 하얀 개를 발견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나누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들 것 같아 물과 사료를 준비해 공원에 나가기로 하였다. 어두움이 내려앉은 공원에 허옇게 보이는 것들은 힘 없이 앉아있는 불쌍한 개로 보인다. 출몰했던 길가에도, 사람들이 걷고 있는 운동장에도, 수돗가에도 하얀 개는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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