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무덥다
그적거림도 없이 8월의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지나 가다니, 거참 그것 또한 마음 허전한 일이다. 오랜만에 아침 단장을 하고 출근을 하러 가는 나는 쨍쨍한 팔월의 아침이 너무나 부담스럽다. 쨍쨍한 햇살에 쪼그라드는 자신을 모른 체 하며, 무심하게 버스 정거장으로 걸어갔다. 나름 씩씩하고 자긍심 있는 태도를 가진 '나'는 무더운 여름 날에 잔기침으로 무너진 그림이다.
여름날의 기침은 여러 날 동안, 제대로 수다를 떨 수 없을 정도로 콜록거리며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온도 차이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이른바 '찬바람 알러지'를 앓고 있는 중이다. 무더운 여름에 켜는 에어컨 찬 공기와 선풍기 바람에 민감하게 콧물 증세를 보인다. 그 콧물로 인한 잔기침을 하며 여름을 지내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포싹 늙어버린 느낌 또한 떨쳐내기 어렵다. 이렇게 힘 없고 무기력한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진짜 할머니가 된 기분은 이런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는 이름 모르는 사람들을 간만에 보았다. 눈이 마주치면 헐리우드 액션으로 인사를 할 것 같아 쳐다 보지는 않았다. ㅋ 고양이처럼 무심하게 그저 조용히 있으면 될 것 같다. 하루를 시작하는 출근 버스는 조용해야 한다. 다행히 전화를 받거나 수다를 떠는 사람들은 없었다.
8월의 아침이 이리 조용한 것인 줄 몰랐다. 다들 어디론가 휴가를 간 것처럼 동네가 조용하고 버스가 조용하고 학교가 조용하다. 무더운 여름날을 보내기가 다들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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